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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 결혼비용 남자 결혼비용 비교 무의미한 이유 - 현실적인 결혼 문제

· 댓글개 · 버섯공주

결혼 전에도 그랬지만 결혼을 하고 나서도 줄곧 다이어리를 쓰고 있습니다. 매해 차곡 차곡 늘어나는 다이어리 보관에 애를 먹곤 하지만 그래도 나름 의미 있다고 생각하여 이런 저런 생 각이나 스케쥴을 작성한 다이어리를 버리지 않고 모아두고 있는데요. 결혼에 대한 생각이 전혀 없던 상태에서 결혼을 준비하게 되니, 결혼 비용이나 예산에 대한 감 없이 진행을 했었습니다. 최근 MZ세대 사이에선 결혼 준비 비용 문제로 결혼을 미루기도 하죠. 최근 직장 동료와 대화를 나누다가 직장 동료 역시, 결혼 비용 문제로 결혼을 못한다는 이야기를 하더군요.

"돈이 없어서 결혼 못해요." 

결혼을 하고 싶긴 한데, 돈이 없어서 결혼을 못한다는 후배의 이야기와 맞물려 제가 한창 결혼을 준비하던 시기의 복잡했던 마음이 담긴 다이어리를 발견해 다시 읽어 보았습니다. 2016년 그 때의 일상과 스케쥴, 그리고 제 감정이 기록되어 있죠.

가장 가까운 가족이 돈 문제로 사이가 나빠지는 것을 지켜 보았던터라 '돈'이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 그리고 얼마나 허투로 쓰면 안되는 것인지 이른 나이에 깨달았고 더불어 '돈'은 있다가도 없는 것이기에 행복의 기준을 돈으로 삼으면 안된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그래서 결혼 배우자를 고르더라도 '돈'을 기준으로 삼지 않겠다는 생각과 결혼을 하더라도 '돈'에 대해서는 감정 소모를 하고 싶지 않다는 제 나름의 철칙이 있었는데요. 문제는 그러한 배우자를 만나도 결혼식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우리의 문제가 아닌, 어른들의 생각이 다를 수 있음을 그 때 처음 알았습니다.

예단 예물 생략이 불가능했던 이유

결혼 준비를 하며 남자친구와 이야기를 한 것은 '우리는 금수저가 아니니 결혼 준비를 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비용은 최소화하자. 양가 도움 없이 우리의 소소한 돈으로 준비하고 그마저 없다면 초반엔 힘들더라도 대출을 받아 진행하자.' 라는 공통된 생각으로 결혼 준비에 나섰습니다.

이렇게 예비신혼부부의 생각은 허례허식 생략, 예물과 예단은 생략하는 것으로 넘어간다고 하더라도 양가 어른들의 생각은 다를 수 있다는 사실을 간과했습니다. 다행히 친정은 결혼을 하고 살아갈 너희들의 뜻대로 해라- 였지만, 시댁은 아니었습니다. 그리고 집안 분위기가 사뭇 달라 제 생각을 피력하는데 어려움이 없고 제 생각을 존중해 주시는 친정과 달리, 시댁은 어른들의 생각이 옳다, 어른의 의견에 따라는 게 도리다, 라는 분위기였습니다.

예단 예물 생략이 왜 안될까

늘 어른을 공경하고 예의바르고 깍듯한 남자친구의 모습이 너무나 멋져 보였는데 그 이면엔 이런 집안 분위기가 있었기에 그러했다는 사실을 간과하고 있었더군요. 결국, 예단 예물 생략은 물 건너 가 버렸습니다. 정말 이러다 결혼이 파토가 날 수도 있겠구나- 싶을 정도로 심하게 다투기도 했었는데 결국, 시댁 어른의 뜻에 따라 예단, 예물을 주고 받는 것으로 진행했습니다.

그리고 그로 인한 스트레스가 상당히 컸습니다. 결혼 준비 과정에서 남녀 차이로 인한 다툼이 발생한다고 하는데, 사실은 남녀 차이의 문제가 아니라 오히려 어른과 결혼당사자 간의 차이가 더 컸습니다. 중간에서 분명하게 우리의 의사를 전달하지 못하는 남자친구가 밉기도 했어요. 신랑이 중간에서 상당히 애를 먹을 거라는 것을 알면서도 중간에서 제 역할을 못한다는 생각에 마음이 좋지 않았습니다. 다이어리에 끄적이며 복잡한 제 감정을 쏟아 내었습니다.

받지 않을테니, 하지 않게 해 달라는 요구가 통하지 않는 경우가 있을 수 있구나... 결혼 준비를 하며 처음으로 좌절감을 맛보았습니다. 결혼 준비 과정에서 남자친구와 가장 많이 다퉜습니다. 결국, 허례허식이라는 생각을 하면서도 시댁 어른의 뜻에 따라 예단, 예물을 주고 받는 것으로 하고 예물은 모두 금으로 달라고 했습니다. 대여해도 될 것 같은 한복도 굳이 샀었는데, 역시나... 결혼식 날 한 번 입고 그 뒤로는 입을 일이 없더군요. 

그 뒤로도 결혼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비용에 대한 조율이 이루어지지 않아 대출을 일으키기도 했습니다. 제 원래 성격대로 했다면 이런 허례허식은 모두 생략하고 집을 사는데 보탰을 것 같네요. 6년 전, 제 감정 쓰레기통이 되어 버렸던 제 다이어리를 쭉 훑어 보면서 그 사이 많은 것들이 변했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종종 신랑이 이야기 합니다. 그 땐 중간에서 어떻게 해야 할 지 잘 몰랐다고 말이죠. 

 

남녀 간의 결혼 비용 산정보다 중요한 것

결혼의 현실적인 문제는 깊이 생각하지 못하고 사랑만 있으면 괜찮다고 생각했던, 그 어렸던 생각은 결혼을 준비하며 느끼는 바가 많았습니다. 흔히들 말하는 결혼은 '남녀 문제'가 아니라 '집안 문제'다- 라는 말도 다시 곱씹게 되었고요. 2022년이 되어 다시 그 때의 다이어리를 보며 느끼는 건, 그럼에도 사랑과 서로간의 신뢰를 바탕으로 결혼했기 때문에 여기까지 안정적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었다는 생각이 듭니다.

남자 여자 결혼 비용 문제

결혼을 하며 신혼 초기에는 시댁에 들어가 살았습니다. 주위에서 모두가 말렸지만, 말리는 이유를 알 수가 없었습니다. 아무리 사이가 좋은 관계라 하더라도 시댁에 들어가면 틀어지기 마련이라는 어른들의 말에, 설마... 라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던 것도 사실이고요. 막상 시댁에 들어가니 저 혼자 외딴섬에 놓여져 있는 듯 한 느낌이었습니다. 결국 몇 개월 합가하여 지내다 분가를 했습니다. 허허. 왜 모두가 시댁에 들어가서 사는 건 아니라고 했는지 그제서야 알겠더군요. 아무래도 제 시간 확보가 쉽지 않았습니다. 저도 회사 생활을 하니 제 시간을 갖고 싶고 쉬고 싶었는데 그럴 수가 없더군요. 분가를 하고 따로 원룸 옥탑방에서 전전긍긍했던 시간, 수도권 내 아파트를 매수하고 이후에도 자산을 계속 늘려 나가던 과정까지. 누구에게도 말 할 수 없을 정도로 암울하고 암담했던 시기를 지나왔어요.

"나 이상하게 예전에 우리 살았던 옥탑방 근처 작은 분식집이 자꾸 생각나. 가고 싶어."
"나도. 거기 맛있었는데. 힘든 시절이었는데, 이상하게 그 때 먹은 그 분식집 라면이랑 튀김 생각이 나."

이상하게도 참 힘든 시기였는데 그 때 그 힘든 시기에 먹었던 분식집이 그렇게 자주 생각이 납니다. 신랑도 그 때가 종종 떠오른다고 하더군요. 60년대, 70년대생도 아니고 아주 오래전의 기억을 떠올리는 것도 아닌 고작 6년 전인데도 기분이 참 이상합니다. 또한 알고 있습니다. 그 때를 추억하며 다시 그 곳을 간다고 해도 더 이상 그 때처럼 맛있진 않을거에요. ^^;; 

결혼 후, 한동안 취직하지 못했던 신랑과, 아이가 태어나면서 출산휴가를 쓸 수 밖에 없었던 저, 출산휴가로 인해 월급이 100만원 남짓만 나오자 월세 납부와 생활 유지를 위해 카드론까지 받았던 시기도 있었습니다. 신랑은 구직 활동을 계속 했으나 생각대로 잘 되지 않아 많이 힘들어 했던 시기죠.

결혼비용 문제 어떻게

종종 웹상에서 남자 대 여자의 대결구도로 이야기를 많이 하고 결혼비용 문제도 당장 누가 얼마나 부담하느냐로 말이 많긴 합니다만, 대부분 그건 결혼을 하지 않은 입장에서 나오는 이야기 같아요. 정작 결혼을 하고 결혼 생활을 하다 보면 네 돈, 내 돈이 무의미해 지는 순간이 옵니다. 그리고 그렇게 되어야만 좀 더 효율적으로 돈 관리가 되고 늘려 나가는 데 도움이 되기도 하고요.

아무래도 결혼식을 들어가기 전까지는 각자 수중에 보유하고 있는 돈이 뚜렷하게 구분되다 보니 민감해 질 수 밖에 없죠. 그래도 여자 측 얼마, 남자 측 얼마 이런 결혼 비용 산정 못지 않게 중요한 것은 서로에 대한 신뢰입니다. 어쩔 수 없이 결혼 준비 과정에서 금전적인 부분까지 양가 어른이 개입되는 상황이 올 수 있는데, 최소한의 선은 그어 놓고 이 부분은 절대 양보할 수 없다, 우리 부부의 의견이 더 중요하다- 라는 한계선 설정도 꼭 필요한 것 같아요. 제가 결혼 준비를 하면서 가장 아쉬움을 느낀 부분이기도 합니다. 남자친구와 결혼 비용에 대한 모든 이야기를 끝마치고도 또 다른 산이 있을 줄 몰랐거든요. 허허. 이야기가 길어졌지만 요지는 그거에요. 결혼 비용 산정 못지 않게 서로에 대한 의사결정 주도권이 있어야 한다, 그리고 서로간 신뢰만 있다면 결혼 비용을 누가 더 많이 부담하건 적게 부담하건 무의미하다. 모두 행복한 연애, 결혼 준비가 되길 바라며,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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