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준비 과정, 지옥과 같았던 이유 - 결혼생활보다 결혼준비가 더 힘든 이유

결혼생활보다 결혼준비가 더 힘든 이유

이런 남자를 닮은 아기라면 정말 귀여울 것 같다. 갖고 싶다. 아, 결혼하고 싶다.

(무슨 변태도 아니고!!!)

지금의 신랑이자, 당시 남자친구와 연애하며 들었던 생각. 난생 처음 느껴보는 감정에 하루가 멀다 하고 보고 또 보고 또 봤던 것 같습니다. 

그리고 연애한 지 1년 6개월 정도 지났을 무렵부터는 대화 주제가 어느 순간, 종교에 대한 생각, 정치 성향, 자녀교육관 등에 대한 이야기로 흘러갔습니다. 지나와 생각해 보면 본능적으로 서로를 탐색했던 게 아닐까 싶기도 해요. 결혼 전 상대가 정말 나와 잘 맞는지 확인하기 위해서 말이죠.

신랑과 만나고 사귄지 2년이 채 되기 전에 결혼을 서둘렀습니다. (정확히는 이미 누나와 동생으로 10년 이상 알고 지낸 사이기도 했습니다) 2살 연하인 그는 무척이나 성숙해 보였습니다.

S대 경영학과 초엘리트 우수졸업생에 기억력도 무척 좋아 덤벙대는 제가 놓치는 걸 척척 내어놓는 그가 무척 멋져 보였습니다. 제 키가 작은 편은 아닌지라 저보다 키 큰 남자라는 점도 외모적으로는 끌리기도 했어요. 하얀 키에 제가 좋아하는 사슴 눈망울을 가져 호감형인데다 여자친구들보다 더 여자친구 같은 수다스러우면서도 유머감각 있는 그가 무척 좋았습니다. 어른들께도 예의 바르고 싹싹해 어머니께 인사드려도 어머니가 친아들처럼 예뻐 하실 거라는 확신이 들었습니다.

이 사람과 결혼하면 절대 후회는 없을 것 같다는 생각에 양가 어른께 인사드리고 결혼을 진행하기로 했습니다.

결혼을 결심하다, 결혼을 결심한 이유

너무나도 당당하게 결혼은 절대 하지 않을거라며, 그러다 연애가 들키고 나니 '내가 언제 연애 안한다고 했어? 결혼 안한다고 했지?' 라며 뻔뻔하게 굴던 저는 네. 결국 결혼을 한다고 선언했습니다.

양가 어른은 왈칵 뒤집어졌습니다. 각자의 집안에서 너무 곱고 너무 멋있는 딸과 아들이었습니다. 그래서일까요. 결혼 준비 과정에서 너무 힘들었어요. 

결혼은 우리들만의 문제가 아니었습니다.

"집을 안해주니까 예단 못해주겠다, 이거잖아. 그래. 집 못해줘서 미안하다."
"어머님. 그런 말이 아니잖아요."

남자친구와 본인 둘 사이의 결혼에 대한 잠정적인 결론은 비록 마이너스 통장을 사용해야 할 정도로 없는 돈이지만 효율적으로 결혼을 하자- 였지만, 양가 어른의 생각은 달랐습니다.

어머님(시어머니)은 집을 못해주니 예단도 못해준다는거냐며 예단비를 요구하셨고, 어머니(친정어머니)는 없는 살림에 집을 장만하는데 돈을 보태기는 커녕 예단비를 내야 되냐며 울분을 토하셨습니다. 결혼을 하는데 결혼식장 예약이나 신혼여행지 고민, 답례품 등에 대해서만 고민하는 줄 알았지 그 전 단계. 이런 어려운 단계가 있는 줄 꿈에도 몰랐습니다. 양가 어른을 설득하고 양가 어른의 성향에 맞춰서 결혼식을 준비하려니 스트레스가 이만저만이 아니었습니다.

그때부터 갑자기 친구들, 선배, 후배 등 비교 대상이 머리속에 스쳐 지나가기 시작했습니다.

누구집은 남자쪽에서 얼마짜리 집을 해줬는데 예단비로 한 푼도 요구 안했다던데- 누구집은 남자 여자 없는 살림에 반반 해서 집만 장만 했다던데- 남자쪽에서 집을 안해주면서 예단비는 왜 요구하는거지? 아, 시댁에 들어가서 사는 것도 집을 해준거라고 생각하는 건가?

청첩장을 돌리기 위해 모임을 가니 또 다시 저를 걱정하는 마음에서 이런 저런 말이 쏟아져 나왔습니다.

"신혼집은 어디에 장만해?"
"저희가 돈이 없어서 시댁에 들어가서 살기로 했어요."
"뭐? 당장 나와. 그건 아니야. 아니, 이 결혼 하지마!"

"신혼 여행은 어디로 가?"
"저희가 돈이 없어서 부산으로 가기로 했어요."
"뭐? 너가 돈이 없는 것도 아니고 번듯한 직장이 있는데 아니, 직급이 과장이라며? 왜 굳이 신혼여행을 국내로 가. 이번 아니면 기회 없어. 해외로 가."
"아, 신랑이 아직 여유가 없어서."

"신랑 직장이 어딘데?"
"신랑이 친구와 사업을 하다가 좀 상황이 좋지 않아서. 지금은 소득이 없거든요."
"야! 너가 뭐가 아쉬워서 그 결혼을 해? 결혼하지마!"

이런 사람 세상에 없다며, 돈은 내가 벌면 되니까 이 사람이어야 된다는 생각으로 진행한 결혼은 예비 시댁과의 의견 조율 실패에 스트레스. 청첩장을 돌리며 받게 되는 여러 질문에 답변하다 '내가 틀렸나?' 라는 생각을 하게 되더군요.

연애할 땐 알 수 없었던 것들

돈이 전부가 아니라는 생각에 나의 결혼은 오로지 '사랑하는 사람'이라는 생각에 진행한 결혼은 시작을 해보기도 전에 끝이 보이는 것 같았습니다.

"한복을 도대체 왜 하는거야? 한복 하지 말자. 그냥 빌려 입으면 되지 않아?"

"예물 안줘도 돼. 나 예물 안받아도 되니까 예단 생략하자."

"말해. 해 달라는 거 다 해줄게. 그런데 말이야. 언제까지 아들로 살거야? 나랑 결혼하는 거 아니야?"

결혼에 있어 1부터 10까지 저는 제가 주도적으로 결정하고 판단하는 반면, 남자친구 측에선 남자친구보다는 예비 시댁어른이 그 결정권을 가지고 계셨어요. 연애할 땐 어른에게 잘하고 예의 바른 모습이 마냥 멋있어 보였던 남자친구이건만, 결혼을 준비하는 과정에선 그게 독이 되더군요. 우리의 결혼식이라고 이야기를 하며 우리의 결혼이니 우리가 결정할 수 있게 해 달라- 라고 이야기 했지만 신랑은 어른의 말씀에 귀기울이길 원했습니다.

결혼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신랑을 설득하는 것이 아니라 시댁 어른을 설득해야 하니 그게 너무 어려웠습니다.

결혼준비하는 과정, 결혼식 전날까지 모든 것이 스트레스였고 정말 하기 싫었습니다. 왜 이런 허례허식 때문에 나의 에너지를 쏟아야 하는 건가- 라는 생각에 눈물이 핑 돌았습니다. 결혼에 대한 모든 비용은 제 마이너스 통장에서 해결했습니다. 결혼식을 하며 기쁨을 누리기도 잠시 결혼식장에서 받은 모든 축의금은 각각 양가 어른에게 돌려 드렸고, 다시 제로였습니다. 아니, 마이너스였습니다.

사랑하는 사람 한 사람이면 된다던 제 마음은 결혼식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왜 남들이 '돈'이 중요하다고 하는지 알 것 같았습니다. 사랑하는 사람 한 사람을 얻기 위해선 그 사람을 낳아준 부모님과 그 주위 사람들, 지인까지 모두 끌어 안아야 된다는 것을 결혼 준비 과정에서야 깨달았어요.

결혼식 그 이후도 한동안은 전쟁

결혼식을 끝내고 나서도 신혼 초기에 1주일에 한 번 이상은 약속이나 한 것처럼 다퉜습니다. 

"우리집에선 그렇게 안했어!"
"우리집에선 그렇게 했는 줄 알아? 우리집도 그렇게는 안했어!"

다투는 이유는 늘 하나였습니다. 두 사람의 문제가 아닌 '가족'의 문제. '우리집'의 문제. 툭하면 '너네집' 툭하면 '우리집' 이라는 단어가 튀어나와 감정적으로 크게 격앙되었습니다. 가족과 돈 문제가 결합되면 시너지 대폭발! 늘 다투는 날이었어요. 

결혼을 하고 5년 남짓 된 지금은 압니다.

'우리집'은 나, 신랑, 우리 아이들을 의미한다는 것을. 그리고 '가족' 역시 나, 신랑, 우리 아이들을 의미한다는 것을. 신혼 초기에는 신랑도 저도. '우리집', '가족'의 선을 제대로 긋지를 못해 무척이나 크게 다투었습니다. 그리고 확실히. 돈(여유)이 없을 때는 조바심이 나고 속이 좁아져 마음의 여유도 없더군요.

어느 정도 마이너스 통장이 다시 메워질 무렵, 그 마이너스 통장에서 보증금 정도를 빼내어 원룸 오피스텔로 분가했습니다. 시댁과 함께 사니 더 스트레스를 받고 별 것 아닌 일에도 예민해지는 것 같았거든요.

시댁과의 사이가 좋아진 것은 두 아이가 태어나고 어느 정도 금전적으로 여유가 생기고 난 이후였습니다. 지금은 하루가 멀다 하고 시댁에 찾아가고 시댁 어른이 저희 집에 올 정도로 서로 도움을 주고 도움을 받는 사이가 되었죠. 특히, 육아 문제로 도움을 많이 받고 있습니다. (처음부터 금전적으로 여유가 있는 상태에서 결혼 준비를 했다면 어땠을까- 그랬다면 나쁜 모습을 서로 보지 않고 더 좋게 시작할 수 있지 않았을까- 라는 생각을 하곤 합니다)

만약 지금까지도 사이가 좋지 않았다면 이런 도움을 받지도 못했을테고 결혼에 대한 회의감만 쌓였을 것 같아요. 결혼을 하고 나니 이제는 알 것 같아요. 어른들이 왜 결혼을 함에 있어 돈이 중요하다고 말하는지 말이죠. 

신랑과 저는 전혀 상반된 환경에서 자랐습니다. 건강하신 부모님 아래 화목하게 큰 신랑과 달리 전 어린 나이에 부모님이 이혼하신데다 아프신 어머니와 동생을 책임져야 한다는 부담감과 책임감을 늘 짊어지고 있었어요. 부모님이 이혼하신 사유도 결국 아버지의 바람이었던터라 결혼은 절대 하지 않을 것이라고 늘 외쳤습니다. 지금의 신랑을 만나지 않았다면 평생 결혼하지 않겠다던 제 다짐은 지켜졌을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가부장적이셨고 무뚝뚝한 아버지와 전혀 상반되는 다정하고 젠틀한 남자친구의 모습에 이런 남자와 결혼해야 한다고 생각했던 것 같아요.

사업을 하면서 밖으로는 '사장님' 소리 듣는 멋쟁이 아버지였지만 안으로는 아내와 자식에게 홀대했던 아버지를 보며 '돈' 보다는 '사람' 이 중요하다를 너무 어린 나이에 깨달았던 것 같습니다. 그리고 지금의 신랑과 결혼생활 하며 다시금 내 판단이 틀리지 않았다고 생각합니다. (이제 결혼한 지 5년이니 더 살아봐야 알 수 있겠죠?)

비록, 결혼준비 과정이 너무 너무 힘들었지만 말이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