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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댁 김장, 시어머니 VS 며느리 갈등 그 이유는?

"이제 외할머니도 돌아가셔서 김치 받아 올 곳이 없잖아. 올해는 김장해야지."
"네. 그래요, 어머님. 절임 배추 요즘 많이 파니까 절임 배추 사서 하면 될 것 같아요. 김장하고 수육이랑 먹으면 맛있겠네요!"

 

 

결혼한 지 3년 차. 두 아이를 임신하고 출산하면서 피해갔던 시댁 김장. 뉴스에서 보던 그 시댁 김장을 담그러 가게 되었습니다. 그러나 이미 출발할 때부터 기분은 잔뜩 상했습니다. 절임배추가 아니라는 사실을 알았기 때문이죠.

 

"절임 배추 사자고 말씀드렸는데, 왜 절임 배추가 아닌 일반 배추를 사신거야?"
"나도 모르지. 괜찮아. 내가 도와줄테니까, 너무 그렇게 스트레스 받지마."
"아니. 절임 배추 사셨으면 하루만 가면 되는데, 배추 절이고 다시 김장 하러 와야 되니 이틀을... 모처럼 쉬는 주말인데 김장하느라 주말을 시댁에서 다 보내겠네?"

 

맞벌이다 보니 주말 밖에 시간이 나지 않았고, 하필 또 절임 배추가 아닌 일반 배추를 구입하셔서 모처럼 쉴 수 있는 주말, 이틀 동안 오롯이 김장으로만 시간을 보낼 수 밖에 없다는 생각에 뿔이 잔뜩 나 있었습니다. 뒤에서 아이들은 차가 막혀서 지루하니 힘들다고 징징 거리기 시작했습니다.

 

"엄마. 언제까지 가야 돼? 나 너무 힘들어. 못갈 것 같아. 너무 힘들어."
"운전하는 엄마는 더 힘들어. 조금만 참아. 미안해."

 

부글부글.

잔뜩 뿔이 나서 신랑에게 짜증을 냈습니다.

 

"면허 좀 따. 나 너무 힘들어. 이렇게 가면 또 김장 나만 시키실거 아냐. 평일에도 출퇴근 운전으로 피곤한데 주말에도 애 둘 데리고 이렇게 운전하려니 너무 힘들다. 어머님은 운전이 힘든 건지 모르시나봐. 아니, 아들이 아니라 며느리가 운전하니까 신경도 안쓰시나봐."

 

면허 좀 따라며 신랑 탓을 하는 듯한 멘트였지만 사실, 주말 김장 자체가 스트레스여서 예민해져 있었습니다. 

 

"당신만 일해? 나도 일해."
(어머님. 저희 둘 다 평일에는 일하느라 바쁜 사람이에요.)

"당신만 돈 벌어? 당신보다 내가 돈 더 많이 벌어."
(어머님. 결혼하고 제가 아들 고생시키는 것 같나요?)

"운전? 내가 해. 당신은 면허도 없잖아."
(어머님, 제가 운전해서 애 둘 데리고 2시간 걸려 힘들게 여기까지 왔어요.)

"결혼 전에는 김장 하지도 않으시던 분이, 며느리 생기니 부려 먹고 싶으신가 봐?"
(어머님. 왜 신랑은 시키지 않으시나요?)

"나도 집에서 귀하게 컸거든?"
(어머님. 저도 당신 아들과 똑같은 귀한 딸이에요.)

 

괜찮아. 참아야지. 참아야지. 그러나, 시어머니께는 할 수 없는 말이기에 신랑에게 다다다 쏟아 내었습니다. 왜 시댁 김장으로 인해 신랑과 다툰다고 이야기를 하는지 알 것 같았습니다. 그리고 시댁으로 들어서자 마자, 웃으며 인사했습니다.

 

"어머님, 저희 왔어요."

 

현관 입구에서부터 생생하게 살아 숨쉬는 배추 12포기를 마주했습니다. 절임배추가 아니라서 그런지 더 양이 많아 보이기도 했습니다. 

 

 

"엄마. 절임배추 사서 하기로 했잖아. 왜 갑자기 일반 배추를 산거야?"
"야, 너가 김장하냐? 너가 왜 그래?"
"아니. 나도 도와야지."

 

첫째날은 배추를 손질하고 절이기, 그리고 속재료 다듬는 일을. 둘째날은 속재료를 만들고 담그는 일을 했습니다. 

 

"엄마. 원래 나 결혼하기 전에는 김장 같은거 하지도 않았잖아. 사 먹었으면서 갑자기 왜 김장이야?"
"외할머니 돌아가셔서 김치 받아올 곳이 없어. 나도 김장 처음이야. 왜 그래?"
"아니. 나 계속 야근한 거 알잖아. 늦게 퇴근하고. 모처럼 주말에 좀 쉬고 싶은데..."
"야, 너가 김장하냐? 넌 가서 쉬어. 누가 너보고 하래?"

 

신랑이 제가 듣는 것을 아는지 모르는지, 거실 한 켠에서 종종 시어머니와 이러쿵 저러쿵 이야기 하는 것이 들렸습니다. 결혼할 때도 그랬지만 어머니와 아내 사이에서 참 힘들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김장을 담그고 돌아오는 길. 

 

"이틀간 고생했어. 미안해. 정말 미안해. 이 말 밖에 할 말이 없다."
"뭐, 어쩔 수 없지. 그런데 김장김치, 맛있긴 하더라."
"이러다 다음해에 또 하겠는데?"
"그러게. 그땐 절임배추로 하시면 좋겠네." ㅠㅠ

 

곰곰이 생각해봤습니다. 배추 열두포기. 회사에서 김장 봉사활동을 갔을 때보다 힘들지 않았고 시어머니가 많이 도와주셔서 수월하게 잘 끝났습니다. 김치 두포기도 받아오고 말이죠. (집에 김치냉장고는 없지만;;)

그럼에도 왜 시댁 김장 담그기 전에는 그리도 스트레스를 받고 짜증이 났을까.

주52시간제 시행으로 주말 행사가 많이 없어지긴 했지만, 반강제 일명 윗분들(임원)의 뜻에 따라 춘계, 추계야유회로 등산을 가곤 했습니다. (한 때는 1박 2일 설악산 야간산행을 하기도 했습니다) 그 때와 비슷한 감정이 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갈 때는 너무 싫고 도대체 왜 주말에 내 시간을 허비하며 '단합' 이라는 명목 아래 함께 시간을 보내야 하는지, 그에 대한 반감이 너무 컸습니다. 주중 일하는라 피곤하고 법적으로도 쉬어야 할 주말에 또 다시 나의 의지와 무관하게 다른 뭔가를 한다는 것이 말이죠. 등산에서 좀 더 수월한 둘레길을 갈 때도 불평, 불만은 여전했습니다.

결국, 장소의 문제가 아닌 '누구와' 함께 하느냐, '언제' 하느냐의 문제였던 것 같습니다. 

'단합', 친목 도모 행사라면서 누구는 가고 누구는 빠지고. 누구는 등산하다가 뒷길로 빠져 수월하게 갔다고 하고. 마찬가지로 김장인데 왜 며느리만 고생하느냐. 첫째 아들도 시키고, 둘째 아들도 시켜야지. 본인 자식은 빼고 남의 자식(며느리)만 일을 시킨다는 생각에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습니다. 

'언제', 주5일제로 주말은 쉰다고는 하나, 정말 주말만 쉴 수 있는 직장인. 토요일, 일요일이 정말 손꼽아지게 기다려 지는 날인데 이틀을 모두 김장으로 반납해야 한다고 하니 쉴 수 없다는 생각에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습니다.

 

"새로운 게임 출시 기념으로 회사에서 밤12시에 행사를 한대."
(이유불문, 가을이니까! 추계야유회로 관악산을 갑니다!)

"강제로? 진짜 싫겠다."
"아니. 참석하고 싶다고 신청한 사람. 다 되는 건 아니고 또 다시 신청한 사람 중 추첨."
(강제는 아닙니다. 그러나 불참시, 불참사유서는 팀장 결재 받은 후, 인사팀으로 제출바랍니다!) 

"시간이 근로기준법 위반 아니야?"
"30분 정도 진행하는 행사고, 참석한 직원들에겐 휴가일수를 부여해준대."
(추계야유회 참석하면 등산바지를 선물로 줍니다!)

 

강제를 자율로 만들며, 그 자율도 반강제로 느껴질 수 있으니 추첨을 통해 철저한 자율로 만드는 것. 참석에 대한 보상을 해 주되, 철저하게 상대방이 진정 원하는 보상을 해 주는 것. 똑같은 행사를 해도 어느 회사의 행사는 욕을 먹고, 어느 회사의 행사는 좋은 평을 듣습니다.

 

"우리는 그러지 말자."

 

딸과 아들을 키우고 있는 입장이다 보니 언젠가는 우리도 시댁이 될테고, 처가댁이 되겠죠.

 

신랑의 마지막 말. '우리는 그러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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