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어나서 지금까지 단 한번도 '귀신'이라는 존재를 목격한 적이 없습니다. 다만, "어? 저거 귀신인가?" 하는 정도로 제 눈을 의심한 경험은 있지만 말이죠.
어느덧, 겨울이 다가오는 듯한 추운 날씨에 뒤늦은 공포물 포스팅 하나 선사합니다. 으흐흐.
지금으로부터 8년 전쯤, 대학생 새내기 때 겪은 에피소드입니다. 대학생활 4년 중 2년간 기숙사 생활을 했습니다. 순대를 소금에 찍어 먹는 친구, 쌈장에 찍어 먹는 친구, 초고추장에 찍어 먹는 친구들이 한 자리에 모여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며 웃음꽃을 피우곤 했습니다. 모두 '한국'이라는 나라에서 태어난 친구들이건만 각기 다른 지역에서 자라다 보니 말투도 다르고 행동방식도 조금씩 달랐습니다.
각기 다른 지방에서 온 친구 4명과 같은 방을 쓰며 어울리니 너무 재미있더라고요. 2층 침대가 양쪽으로 두 개가 놓여 있어 4명이서 2층 침대를 썼는데요. 그 중 우측에 위치한 2층 침대를 쓰던 한 친구가 밤마다 가위에 눌리기를 여러 번.
결국, 잠 못 드는 그 한 친구를 위해 다른 한 친구가 침대를 바꿔주었습니다. 우측 1층 침대를 쓰던 친구가 2층 침대에 올라가고, 가위에 여러 번 눌리는 그 친구가 1층 침대로 내려왔습니다.
그렇게 침대를 바꿔준 뒤, 하루가 채 지나기도 전에 자리를 바꿔준 친구가 본인도 가위에 눌렀다며 이야기를 하기에, 전 태어나서 지금까지 가위에 눌린 적이 한번도 없던 터라 큰소리 뻥뻥 치며 제 자리를 그 친구에게 양보하고 그 문제의 가위 눌리는 2층 침대 위로 올라갔습니다.
"그게 뭐가 무섭냐? 에이, 가위 눌리는 건 심신이 허약해서 그런 거야. 난 튼튼하니까 괜찮아."
큰 소리 뻥뻥 치긴 했지만, 막상 2층 침대에서 천장을 마주보고 잠들려고 하니 좀처럼 잠이 오지 않았습니다. 한편으로는 그래도 태어나서 지금까지 단 한번도 가위에 눌린 적이 없었던 건 사실이니 까짓 꺼 한번쯤 눌려보지 뭐. 라는 생각이 들기도 했습니다.
시간이 얼마나 지났을까?...
언제 잠들었는지도 모르게 깜빡 잠이 들어선 모두가 염려했던 바와 다르게 가위 한번 눌린 적 없이 아침을 맞이했습니다. 눈을 뜨니 창가로 빛이 들어와 천장이 환했습니다. 해가 떴다는 것을 직감하고 모처럼 핸드폰 알람이 울리기도 전에 잠에서 푹 자고 깨어났다고 생각했습니다. 항상 핸드폰 알람이 울려야 잠에서 깨곤 했는데 말이죠.
창문으로부터 빛이 들어오는 것을 보니 아침인 것 같긴 한데, 정확히 몇 시인지 확인하기 위해 손을 뻗어 핸드폰을 더듬더듬 찾았습니다.
항상 잠들기 전, 머리맡에 놓아두던 핸드폰이건만 좀처럼 핸드폰이 잡히지 않았습니다. 천장을 보고 누운 채로 고개를 살짝 뒤로 젖혀 드는 순간, 얼굴이 창백한 한 여자와 눈이 마주쳤습니다. 하악! -_-;
사실, 그 이후로는 기억이 나지 않습니다.
가위 눌리기 체험 한 번 해보지 뭐.
큰소리 뻥뻥 쳤던 그 날의 기억은 제겐 악몽으로 남아 있습니다. 창문에 빛이 환하게 들어와 아침이라고 생각했었지만, 사실 그 땐, 아침이 아니었던 것 같습니다.
다음날 친구들이 '넌 괜찮았어? 가위 안눌렸어?' 라고 물어 가위 눌리지 않았다며 웃으며 이야기 했지만 차마 어떤 여자와 눈이 마주쳤다라고 말은 못하겠더라고요. 아직까지도 그 날은 미스터리입니다.
그게 꿈이었던 건지. 뭔지.
머리맡은 벽이었던 터라 벽을 뚫고 그 여자가 머리를 내민다는 것도 말이 안되고. 제 자신을 위로 하기 위해 그냥 그 날은 악몽을 꾼거다- 라고 정의해버렸는데요.
사실, 꿈이라고 하기엔 너무 생생해 되내일수록 아찔합니다. -_-;;;
가위를 눌려본 누군가가 가위에 눌리면 귀신이 보인다는 말에도 콧방귀를 꼈던 때가 있었고, 가위를 눌린다는 것 자체를 경험해 보지 않아 단순히 그건 피곤해서 그런거야- 라고 생각하곤 했는데 말이죠.
이번 일을 경험으로 깨달은 건, '내가 경험해 보지 않았다고 해서 단정지어 그런 건 없어!'라고 함부로 단정짓지 말아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여러분도 이런 아찔한 경험 있으신가요? +_+ 덜덜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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