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에 빠진 남자친구를 위한 현실적 해결책

"뭐야. 또 게임 해?"
"아냐. 내가 무슨 게임을 했다고 그래."
"아닌가? 게임 하는 것 같았는데."
"하하. 나 순간 우리가 영상 통화하는 줄 알았어."
"뭐야. 그 말은? 게임하고 있었다는 말이네?"

남자친구와 이런 대화를 주고 받던 때가 있었습니다. 당시, 전 회사원이었고 남자친구가 졸업을 앞둔 대학생이었던 때죠. 졸업을 앞두고 취업 준비를 하기에도 빠듯한 시기에 게임에 빠져 지내는 듯 한 남자친구때문에 마음 고생이 심했습니다. 주위에서는 왜 만나냐는 이야기까지 오갈 정도였습니다.

솔직히 남자친구를 전혀 이해 못하는 건 아니었습니다. 저 또한 대학교 졸업을 앞두고 원하는 대로 일이 잘 풀리지 않자 그에 대한 스트레스를 풀 방도를 찾다 접하게 된 테트리스. 거의 중독되다시피 밤낮이 뒤바뀐 채 생활해 보기도 했고, 더군다나 당시 자취생활을 하고 있었던 터라 말릴 누군가도 없었죠. 그랬던 제가 어느 순간, 게임에 손을 놓아 버렸습니다. 누군가가 시킨 것도 아니고 제 스스로 다른 것에 몰입하면서 놓아 버린 거죠.

그런 한때의 제 모습을 꼭 닮은 남자친구의 모습을 보며 얼마나 조바심 났는지 모릅니다. 뻔하죠. 내가 학창시절 열심히 공부 못한 것이 안타까워 아들을 향해 "공부 열심히 해!" 라고 닥달하는 어머니의 마음과 유사하다고나 할까요? -_-;; 끙- 그렇게 연애 초기, 남자친구를 보며 불안해 했습니다.

"에이, 난 그래도 중독은 아니야. 그냥 스트레스 푸는 건데 뭐. 그리고 이렇게 게임하는 거 돈도 돼."

함께 만났을 때 가끔 PC방 가는 것도 스트레스였지만, 그보다 함께 있지 않을 때 이 시각 쯤 게임을 하고 있겠지- 하는 묘한 경계심이 저를 더욱 힘들게 했습니다.

10년 이상 태운 담배를 한 순간에 끊어버린 차장님

처음 회사에 입사했을 때부터 부서원 어느 누구도 담배 태우는 모습을 본 적이 없었던 터라 당연히 모두가 금연자라 생각하고 이야기를 건네니 애초 흡연을 하시다가 금연을 하신 것이라는 충격적인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우리 부서원 15명 중 어느 누구도 담배를 태우지 않으니까 너무 신기해요."
"아냐. 부장님도 그렇고, 과장님이나 차장님도 원래 담배 태우셨는데 끊으신 거야. 완전 골초였는데."
"헉!"

솔직히 10년 이상 피워 온 담배를 한 순간에 끊기란 정말 힘들다는 말을 많이 들어온 터라 도대체 어떤 계기로 금연을 결심하게 된 건지 궁금해졌습니다.


"과장님은 결혼하시면서 아내가 담배 냄새를 너무 싫어해서 끊으셨어."
"차장님은요?"
"차장님은 결혼하고도 담배를 태우셨는데 아기 가졌다는 소식 듣고서 아내랑 아기 때문에 그 날 바로 끊으셨어."
"헉!"
"독하지? 담배 끊는 거 정말 쉽지 않다고 들었는데."
"그러게요. 정말 독하신 분들! 하하"

담배를 태우면서 담배가 자신의 몸에 얼마나 해로운지 몰라서 피우는 것이 아니라 뻔히 몸에 해롭다는 사실을 잘 알지만, 끊어 낼 수 없는 그 유혹을 이겨내야만 금연 할 수 있는 건데, 그걸 이겨내셨다고 하니 정말 대단해 보이더군요.

뜬금없이 게임 이야기 하다가 왜 담배 이야기를 하느냐고 하실지도 모르겠네요.

책임감은 사람을 변화시키기도 한다

솔직히 사람이 몇 년간 습관처럼 해 온 행동을 한번에 변화시키기란 정말 쉽지 않습니다. 지금으로부터 4년 전, (응? 3년전 쯤이었나? 오래 전이라 기억이 가물가물) 게임 때문에 남자친구에게 이별을 고하기도 했었습니다. ㅠ_ㅠ 남자친구를 사랑하는 마음이야 한결 같았지만 사랑만으로 이 사람을 믿고 따르기에는 미래가 너무 불투명해 보여서 말이죠.

이런 저런 당장의 조건은 다 뒤로 한 채, 그 사람에 대한 성실함이 보여야 이 사람을 믿고 함께 같은 미래를 꿈꾸고 그려 나갈 텐데 그 성실함이 보이지 않는다는 이유가 가장 큰 이유였습니다. 정말 이번이 마지막 기회가 되거나 혹은 마지막 순간이 될 수도 있다고 마음 먹고 남자친구에게 하지 말아야 할 이별의 이야기를 꺼냈습니다. 날 사랑하는 남자친구라면, 내가 믿고 있는 남자친구라면 분명 내가 왜 끝내 이별을 이야기 하는지 알 것이라는 마지막 희망에 기댄 채 말이죠. 그런 제가 남자친구와 극적으로 다시 만나 지금까지 만남을 잘 이어오고 있습니다. 변하지 않을 것 같던 남자친구가 변했기 때문이죠.
앞서 이야기한 담배를 10년 이상 태우시다가 결혼으로, 그리고 아이를 위해 담배를 끊으신 과장님이나 차장님처럼 남자친구가 어느 순간, 아끼고 아꼈던 게임 아이템과 캐릭터를 처분하고 본인의 전공 관련 자격증을 준비하고 곧이어 취업 준비를 하더군요.

솔직히 게임이나 도박, 술, 담배 등. 이 모든 것들이 과하면 독이 된다는 것을 몰라서 행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의지와 무관하게 자꾸만 끌려 다니기 때문인데요. 주위에서 아무리 하지 말라고 소리쳐 봤자, 당사자에겐 들릴 리가 없습니다. 궁극적으로 자신에게 다른 변화가 생기지 않는 이상 말이죠.

남자친구가 저를 향한 마음 마저 져버렸다면 사람이 바뀌길 기대하기 보다는 그 땐 정말 놓아버렸을지도 모릅니다. 

게임에 푹 빠진 남자친구를 위한 현실적 해결책

남자친구가 언제 게임을 했었냐는 듯 취업 준비를 하고, 막상 직장생활을 하면서는 이전과 다른 눈빛을 보였습니다. 먼저 급여명세서를 보여주기도 했고 (남자친구가 건네준 급여명세서를 보고 엉엉 운 사연) 앞으로 어떻게 어떻게 하자- 와 같은 말을 먼저 하기도 했습니다.

"나랑 넌 먹성이 참 좋은 것 같아. 그치?"
"뭐야. 맛있게 먹고 있는데 그 말을 왜 해."
"아니. 그냥. 음. 우리 결혼해서 너랑 나 닮은 우리 애기도 엄청 잘 먹을 거 아냐."
"그야. 그렇겠지?"
"돈 열심히 벌어야겠는데? 너랑 우리 애기 먹여 살리려면."

밥 먹다 말고 내뱉은 남자친구의 뜬금없는 말이 처음엔 마냥 황당했지만 곰곰이 생각하면 생각할수록 짠하기도 하고 안아 주고 싶어지더군요.  

1) 미래를 함께 계획하기

게임 하는 남자친구로 인해 속상해 하고 있다면 계속적으로 함께 미래지향적인 뭔가를 함께 그려 나가고 함께 하는 것이 좋은 방법이 될 수 있을 듯 합니다. 함께 영어학원을 다닌다거나 다양한 외부 교육에 함께 참여 해 보는 거죠. 저 같은 경우에는 교보문고를 비롯한 각종 유명 서적의 저자 강연회(특히, 자기계발서적의 저자 강연회)를 남자친구와 다녔습니다. "내가 이 책 진짜 좋아해! 강연회 꼭 듣고 싶어!" 라는 핑계로 남자친구 손을 이끌고 다녔지만, 한켠으로는 솔직히 남자친구의 변화를 기대하는 마음도 있었습니다.

2) 함께 할 수 있는  또 다른 취미를 만들어 공유하기

전 요리를 엄청 못합니다. 아니, 못한다고 표현 하기에도 민망해 질 정도로 제대로 된 요리를 한 적 조차 없습니다. 그런 저를 위해 남자친구가 제안한 것이 "함께 요리 학원 다니자" 라는 것이었는데요. 알아보면 저렴한 요리학원도 많고 국가 비용으로 무료로 다닐 수 있는 요리 학원도 많아 함께 하기 좋더군요.
남자친구가 '게임' 외에 가지고 있는 또 다른 취미를 부각시켜 함께 즐기는 것이 또 하나의 방법이 될 수 있습니다. 남자친구의 볼링도 게임 못지 않게 좋아한다는 것을 알고서 수시로 다른 취미를 붙일 수 있도록 볼링장에 함께 자주 가곤 했습니다.

3) 일방적 약속이 아닌, 쌍방 약속 지키기

한 친구는 "차라리 남자친구가 게임에 빠졌으면 좋겠다"는 막말을 내뱉기에 도대체 뭐 때문에 그러나 했더니 지나칠 정도로 남자친구가 담배와 술에 빠져 지낸다고 하더군요. 이 친구의 불만은 저와는 약간 달랐지만 어찌 보면 같은 이유였습니다.

'미래가 불투명하다'

저야 남자친구의 성실함의 문제를 이유로 내세웠다면 이 친구는 남자친구의 건강을 이유로 내세웠죠. 오래오래 행복한 결혼생활을 꿈꾸는데 내 나이 60살에 남자친구가 건강이 나빠지면 어떡하냐면서 말이죠.

그래서 이 친구가 결정한 것은 '다이어트 VS 금연' 이더군요. '일주일에 몇 kg 감량할게' VS '일주일에 몇 가피씩 줄일게' 마찬가지로 게임을 단번에 끊는 것이 어렵다면 솔직하게 하나의 룰을 만들어 서로가 맞춰 나가는 것이 좋을 듯 합니다.

사랑하는 상대방에 대한 당신의 믿음은 어느 정도인가요?

그러고 보면 어떤 이는 '여자'에 빠져 바람둥이가 된 남자친구로 고민일 수도 있고, 어떤 이는 '게임'에 빠진 남자친구 때문에 혹은 '술이나 담배'에 빠진 남자친구 때문에 고민일 수 있겠더군요. 반대로 여자도 마찬가지겠죠? '명품'에 빠진 여자친구나 시도 때도 없이 '눈물'을 흘리는 여자친구, '욕설'을 습관처럼 내뱉는 여자친구. 등.

사람이 뭔가에 빠진다는 것이 좋은 일이기도 하지만, 반대로 참 무서운 일이기도 합니다. 본인이 그 상황을 인식하고 있다면 그나마 다행이지만 본인이 그 상황을 모른 채 마냥 빠져 있다면 제3자의 시각에서 봤을 땐 걱정이 되고 조바심이 나는 것이 당연합니다.

지금은 줄곧 게임하는 남자친구에 대해 이야기 하고 있으니, 게임에 대해 이야기를 이어가자면,
솔직히 남자라면, 게임을 전혀 하지 않는 경우가 오히려 드문 것 같습니다. 문제는 정도가 어느 정도이냐의 차이인데 사랑하는 이를 져버릴 정도로 빠져든다면 솔직히 냉정하게 '칼 같이 헤어지세요' 라고 이야기 하고 싶어집니다.

하지만 상대가 자신을 사랑하고 믿는 마음만큼은 앞으로도 한결 같을 것이라는 확신이 든다면, 단지 게임으로 인해 미래가 불투명해 걱정이 되는 것이라면 '게임 절대 하지마! 게임 하는 것 보기 싫어!' 와 같은 명령조의 발언이나 경고성 멘트를 날리기 보다 현 상황보다는 미래를 볼 수 있도록 유도하는 주제의 이야기를 던지며
'우린 잘 될 거야! 잘 할 거야!' 와 같은 긍정적인 발언으로 힘을 주는 것이 좋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자칭 ‘나쁜 남자’, 알고보니 진짜 나쁜 남자

"언니, 자기 입으로 나쁜 남자래."
"요즘 드라마를 보더니 나쁜 남자가 대세인 건 아나 보지?"
"근데, 자기 입으로 나쁜 남자라고 이야기 하는 이유가 뭐야?"

학교 선배이자 직장 동기로 호감을 가지고 가끔 씩 만나는 사이인데 사귀는 건 아니고 애매하게 구는 이 남자 때문에 속이 타 들어 간다는 후배의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개인적으로 뜯어 말리고 싶은 사람이더군요.

"그러면 안 되는데 너무 멋있어."
"네가 말하는 그 멋있다는 기준이 뭐야?"
"하는 행동이 묘하게 끌려."
"응? 어떤 행동?"
"스스로를 나쁜 남자라고 이야기 하면서도 뭔가 슬퍼 보이고…"
"조심해. 나도 낚였다. 스스로를 세상에서 가장 외로운 남자라고 자칭하던 남자에게…"
"에이, 외로운 남자와 나쁜 남자는 다르지. 느낌이."

나쁜 남자라... 언제부턴가 (정확하게는 나이가 들어감에 따라) 지독하게 나쁜 남자의 안티가 된 지 오래인데 말입니다. 후배에게 다가올 때부터 스스로를 나쁜 남자로 칭하며 다가온 남자. 이미 수많은 여자들을 만나 봤으며 번번히 자신으로 인해 많은 여자들이 울었다는 것을 수차례 강조하고 그 여자들이 자신으로 인해 큰 상처를 받았다는 것을 너무나도 당당히 말하는 남자. 그런 남자에게 끌린다는 후배가 '아직 20대 초반이면, 어리니까-' 라는 생각이 들면서도 '어서 빨리 그 꿈에서 깨어나!' 라고 외치고 있었습니다.

출처 : @Ohyunsoo 오연수 트위터


후배의 이야기를 시작으로, 주위의 누군가가 그를 '나쁜 남자'라고 부르는 것이 아닌 그 스스로가 '나쁜 남자'를 자청하고 나선 이유가 뭐냐는 것에서부터 이야기가 시작되었습니다. 20대 후반과 30대 초반의 남녀가 함께 모여 있는 자리에서 허심탄회한 드라마 나쁜 남자가 아닌 현실 속 나쁜 남자에 대한 이야기가 시작되었습니다.

그 남자, 스스로를 나쁜 남자로 칭하는 이유?

"남자가 스스로를 나쁜 남자라고 이야기 하는 건 어떻게 해석해야 돼?"
"진짜 사랑하는 여자친구가 있는 남자들끼리는 그런 자칭 나쁜 남자라고 하는 남자를 두고 '쓰레기'라고 이야기 하곤 하지. 난 쓰레기야. 라고 자기 입으로 말하는 것과 같으니까."
"엥?"
"난 나쁜 남자야 = 난 책임감 따위 없다, 난 이미 경고했으니 네가 나로 인해 상처 받아도 그건 너 스스로가 택한 길이다. 뭐 이런 의미랄까?"
"그런 무책임한 말이 어디 있어?"
"그래. 그럼 내가 물을게. 무책임한 남자라고, 나쁜 남자라고 경고해도 다가오는 여자는 뭐야? 설마 '나쁜남자'라고 이야기 하는걸 '밀고 당기기'의 하나로 생각하는건 아니겠지?"
"음, 그건…"

하나, 알고보니 진짜 나쁜 남자. 혹시 모를 후의 일에 대한 책임감 회피를 위해 경고성으로 내뱉는 말
"나 때문에 운 여자만 여덟명은 되는 것 같다. 그렇게 경고했건만, 난 정말 나쁜 남자 같다."

둘, 그만큼 '여자에 대해 잘 모르고 둔하다'는 의미를 돌려 표현해 나쁜 남자라고 이야기 하는 경우
"아, 난 정말 여자에 대해 모르겠어. 나, 나쁜 남자 같아."

셋, 이것도 저것도 아니면서 괜한 자만심과 겉멋에 에 빠져서 스스로를 '나쁜 남자'라고 칭하는 경우
"아, 진짜 여자들이란, 잘생긴 건 알아가지곤"

하지만 아무리 좋게 해석한다 하더라도 결국엔 좋은 의미이건 나쁜 의미이건 '책임감 회피용' 이라는 것만큼은 분명한 듯 했습니다.

그리고 나쁜 남자라고 경고해도 다가오는 여자는 뭐냐는 질문에 선뜻 쉽게 대답을 할 수가 없더군요. 그저 실제 나쁜 남자에게 호감을 가지게 된 후배의 경우, '나쁜 남자' 라는 의미를 '책임감 회피' 의 의미로 받아 들이기 보다는 자신 스스로를 낮춰 표현하는 일종의 조그만 '겸손의 표현'으로 받아 들인 게 아닐까? 그래서 일종의 모성애가 발현이 되어 그를 감싸주고 싶고 안아주고 싶은 건 아닐까? 라는 추측만 가능할 뿐입니다.

"나쁜 남자라고 자신하는 그 남자만큼, 너 스스로를 나쁜 여자라고 자신할 수 있다면 그 남자 만나. 하지만 내가 너의 친 오빠라면 쫓아 다니면서라도 그런 남자 만나는 거 뜯어 말릴 거다."

자신이 친 오빠라면, 쫓아 다니면서라도 그런 남자 만나는 것 반대하겠다는 말이 상당히 인상적이더군요.  

현실은 드라마가 아니여-

나쁜 남자, 나의 이야기가 아닌 드라마 속의 이야기로 그려질 땐 멋있게만 보이지만 막상 나의 이야기가 된다고 생각하면 머리끝부터 발끝까지 소름이 돋는 건, 역시 현실은 드라마와 다르기 때문이겠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