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 빨리 하지 않는 이유, 조건 재느라?

조건 재느라 결혼 빨리 안하는구나?

"그렇게 결혼 안하고 질질 끌다 남자 한 순간에 뒤돌아서 떠나간다."
"아직 연애 중이라 실감이 나지 않지? 결혼해 봐. 남자들 다 똑같아."
"너가 아직 어려서 모르겠지만 돈 많은 남자 만나는게 너 인생 펴는 거다."
"조건 재느라 결혼 빨리 안하는구나?"

많은 사람들을 만나며 남자친구와 저에 대한 이런 저런 이야기를 듣곤 하지만, 개인적으로 겉으로 내색하지 않지만 속으로는 참 많이 아파 하는 말이 있습니다. 바로 "조건 재느라 겨혼 빨리 안하는구나?" 라는 말인데요.

우리가 조건 따져서 결혼했던가?

조건 재느라 남자친구와 결혼하지 않는 게 아니라, 남자친구와 결혼하기 위해 결혼자금을 모으는 중인 건데 그것을 두고 "네가 조건을 재느라 결혼 빨리 안 하는구나?" 라고 이야기를 들이니 참 씁쓸하더군요. 

겉으로는 '하하하. 아니에요.'라고 웃어 넘겼지만 그 말이 너무나도! 너무나도! 속상하더군요. 상대방은 우스갯소리로 한 말이고 그 말을 듣는 저도 스윽 넘길 수 있는 말이 될 수 있겠지만, 제 남자친구는 그렇지 않을 테니 말이죠.

아니나 다를까, 무슨 큰 죄를 지은 것 마냥 "미안해. 내가 돈이 많으면 당장 결혼할텐데. 열심히 돈 모아서 빨리 결혼하자. 미안해." 라며 남자친구가 잔뜩 미안해 하더군요. 당장 결혼해야 할 이유도 없는데다 좀 더 차근차근 준비하여 결혼하길 바라기 때문에 제가 먼저 남자친구에게 좀 더 준비한 뒤에 결혼하자고 이야기를 한 것이건만...

"아니야. 저 사람들은 우리 사정을 모르잖아. 모르고서 하는 말이잖아. 마음에 담아 두지마. 오빠가 미안해 할 일이 전혀 아니지!"

자연스레 사랑하는 이가 생기면 연애를 하다가 자연스레 결혼으로 이어지기도 어긋나면 이별로 이어지기도 하는 과정일 뿐. 결혼을 빨리 하건, 결혼을 늦게 하건. 모두 각자의 사정이고, 각자의 이유일 뿐.

결혼을 늦게 하는 것에 이유를 찾고, 결혼을 빨리 하는 것에 이유를 찾을 필요가 없는데 말이죠.

결혼이 이르면 속도위반, 늦으면 조건 재느라?
"난 남자친구와 1년 가까이를 조용히 결혼준비하다 결혼 소식을 알렸는데도 주위에선 왜 그렇게 성급하게 결혼하냐고 묻더라. 임신했냐며 말이야. 왜 그런 편협한 시각으로 보는지 모르겠어. 넌 결혼할 때 시끌벅적하게 준비해. 이런 오해 받지 않으려면."

스물두살. 다소 이르다면 이른 결혼. 적당하다면 적당한 나이의 결혼.

스물 두살이라는 나이에 결혼하는 친구를 두고 많은 이야기가 있었습니다.

"뭐야. 속도위반인 거 아냐?"
"그러게. 너무 갑자기 결혼하는 것 같지?"
"한창인 나이인데 왜 저렇게 일찍 결혼해?"
"정말 사고친거 아냐? 쯧쯧"

당시 친구의 이와 같은 말을 듣기 전까지만 해도 저도 일찍 결혼하는 친구를 보며 '속도 위반이 아닐까' 라는 생각을 했었습니다. 시간이 지나 친구의 당시 상황을 듣고 나니 정말 미안해 지더군요.

저 또한 친구가 말하던 '편협한 시각'으로 바라본 사람 중의 한 사람이었으니 말이죠.

빨리 결혼하건, 늦게 결혼하건 그 커플의 사정이 있기 마련이건만 빨리 결혼하면 빨리 결혼하는 대로 '혹시 임신했니?' 라는 시각으로 바라보고 늦게 결혼하면 늦게 결혼하는대로 '조건 재느라 그러는구나?' 라는 시각으로 바라본다는 것.

저도 연애를 하고 있는 커플이지만, 다른 커플을 두고 '연애를 오래하면 결혼하기 힘들다더라.' '결혼을 일찍하면 일찍 헤어진다더라.'와 같은 '카더라 통신'으로 잘 지내고 있는 커플을 힘들게 하지 말아야 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모두가 부러워 하는 애인 만들기가 목표?

"난 단지 그가 부러웠던 것뿐이야. 나 보다 잘난 학벌과 나보다 잘난 그의 면상, 그의 재주. 그의 돈. 난 그걸 보고 사랑이라고 착각했던 것 같아."


몇 년 전, 친구의 이 말 한마디를 듣고 당시 얼마나 고개를 끄덕였는지 모릅니다. 사랑이 아님에도 사랑이라 착각했던 한 때의 제 모습이 떠올라서 말이죠. 역시, 사람은 직간접 학습을 통해 배우고 깨닫게 되나 봅니다. 덕분에, 저 또한 그런 경험을 통해 제 마음이 사랑을 말하고 있는지, 아닌지를 알 수 있게 되었으니 말이죠.


당시, 대학교를 막 입학한 신입생이었으니 지금으로부터 8년 전의 이야기네요. 02학번으로 들어가서는 '상콤한 산소학번입니다!' 를 외치곤 했는데 말이죠. 와- 이제 곧 11학번이 대학생이 되는군요. 시간 참 빠릅니다. (궁시렁)



솔직히 20대 초반, 당시 '연애'의 '연'자도 제대로 몰랐습니다. 

지금이야 그럴싸한 '신데렐라 스토리'의 드라마를 봐도 적당히 웃고 즐기며 넘길 수 있지만 (아, 요즘 시크릿 가든에 푹 빠져 있다구욧!) 당시엔 제게도 그런 일이 일어날 수 있다는 착각에 빠져 눈높이만 키우고 있었습니다. 뭐 이런 착각에 빠져 있었으니 괜찮은 사람을 만나도 그 사람의 조건과 외모만를 기준으로 세웠으니 만난지 얼마 되지 않아 헤어지는 악순환을 거듭하기도 했었습니다.

그 와중에 실제 재벌 아들과 사귀고 있다는 소문이 도는 학과 동기가 있었습니다. 모두들 시샘 어린 눈빛과 기대감으로 그 친구에게 그 재벌 아들을 어떻게 만났는지, 요즘 어떻게 지내고 있는지, 혹 결혼 이야기는 나왔는지 이것저것 묻기도 많이 했던 것 같습니다.  

"오늘은 어디에서 데이트 해?"
"오늘은 남자친구가 차 뭐 끌고 나왔어?"
"너 진짜 좋겠다!"
"결혼은 언제해?"


멋진 남자친구를 만나고 있어 좋겠다며 줄곧 주위 친구들을 통해 '부럽다'는 말을 많이 듣던 친구. 당시 저도 캠퍼스에 주차된 번쩍이는 이름 모를 스포츠카를 보며 놀라기만 했습니다. 드라마에서만 보던 장면을 눈 앞에서 보는구나- 라며 말이죠. +_+


소소하게는 어려운 과제도 똑똑한 남자친구가 대신 척척 해 줘 높은 점수를 받았으니 친구들 사이엔 부러움이 가득했습니다. 그렇게 모두에게 부러움을 한 몸에 받았던 동기. 그런데 언제부턴가 더 이상 그 친구에게 남자친구 이야기를 꺼내는 것이 금기시 되어 버렸습니다.
수업에 꼬박꼬박 잘 들어오던 친구가 한동안 전공 수업에도 들어오지 않고 그 남자에게 질질 끌려가는듯 하더니 일순간 문자 하나로 끝나버렸더군요.

[나 내일 독일 가]


독일 간다는 문자 하나에 허무하게 헤어짐으로 이어진 상황. 으레 결혼으로 이어질 커플이니 유학을 가더라도 함께 갈 거라 생각했었는데 그 예측을 너무나도 정확히 빗나가고 말았습니다. -_-;;



오랜만에 학과 동기들이 모인 자리. 혹 그렇게 헤어진 이후, 연락이 있진 않았는지 유학 간 이후 소식을 들은 것이 있는지, 어떻게 되었는지 모두가 입이 근질근질했지만 차마 대놓고 물어보진 못하고 주춤할 때.
먼저 그 친구가 입을 열더군요.

"신기한 게 뭔지 알아?"
"뭔데?"
"그렇게 쫓아 다녔건만 그 남자 얼굴이 기억이 잘 안난다는 거."
"엥? 진짜?"
"그 사람이 준 가방, 옷, 화장품, 향수, 액세서리는 모두 하나하나 다 기억나는데 말이야. 그 때, 내가 한 게 사랑이 맞는지 모르겠네. 분명한 건, 그 남자를 부러워 했다는건데 나보다 뛰어난 학벌과 능력, 돈. 어쩌면 난 그걸 부러워하는 마음에 우러러 본 건데, 난 그걸 사랑이라 착각했는지도 모르지."


그래도 한 때 좋아했던 사람인데 그 사람의 얼굴이 기억나지 않는다는 친구의 말에 고개를 갸웃거렸는데, 한편으론 왜 그의 얼굴이 희미해졌는지 알 것 같더군요. 
저 또한 당시 이 친구의 '사랑'을 부러워 한 것이 아니라 단지, 이 친구의 재벌 남자친구의 '조건'을 보며 '좋겠다' '부럽다'를 외쳤을 뿐이니 말입니다. 

지금은 친구와 같은 중학교 교사로, 평범하다면 평범한, 하지만 하루하루 정말 열심히 살아가는 남자친구와 3년 째 예쁘게 사랑하고 있다며 다음 해 2월에 결혼한다고 하네요. (나보다 먼저 하다니!)

처음부터 모든 것이 채워져 있는 남자를 만나 멋진 결혼생활을 꿈꾸는 것도 물론 축복이지만, 또 반대로 많은 것을 가지고 있진 않지만 서로 부족한 부분을 조금씩 채워 나가고 미래를 계획하고 꿈 꿀 수 있다는 것도 큰 축복이라며 웃는 그 친구의 말이 상당히 인상적이었습니다.

모두가 부러워하는 '사람'을 만나는 것이 목표가 아니라, 모두가 부러워하는 '사랑'을 하는 것이 목표가 된다면, 적어도 '마음' 보다 '머리'가 앞서 나간 채 사랑을 시작하지 않을 것 같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