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친 있으면서 헤어진 남친을 만나는 여자

뻔히 도덕적으로 어긋나 보이는 불륜을 표방하고 있음에도 자신의 사랑이 가장 가치 있고, 자신의 사랑이 세상의 전부인 것처럼 이야기 하는 것을 듣고 있다 보면 역시, 사랑이라는 것은 지극히 주관적 것이구나- 라는 것을 느끼곤 합니다.

불륜과는 사뭇 다르지만 제가 보기에는 엄연히 양다리로 보이는 상황임에도 그 상황을 합리화 시키며 이야기 하는 경우도 있더군요. 남자친구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지속적으로 헤어진 남자친구와 연락을 주고 받으며 단둘이 만나는 여자. 그리고 오히려 그 상황을 당당하게 자랑하듯 이야기 하는 모습을 보고 있자니 부럽기는 커녕 무척이나 안타까웠습니다. 

시작부터 삐걱?

그녀가 이야기 하는 과거의 헤어진 남자친구와 연락하는 이유에 대해 오로지 지금의 남자친구 탓으로 돌리더군요. 심지어 지금의 남자친구를 사귄 이유에 대해서도 이전 남자친구와 닮아 사귀는 것이라며 자신이 이전 남자친구와 만나는 것을 합리화 하는 것을 보고 무척이나 놀랬습니다.

"솔직히 지금 남자친구는 전 남자친구를 잊기 위해 만난 것이기도 하지. 처음엔 괜찮았어. 처음엔 괜찮았는데, 지금 남자친구가 전 남자친구만큼 나한테 잘 하지 못하니까."
"이전 남자친구를 못 잊은 상태에서 지금 남자친구를 사귄 거야?"
"난 다 잊은 줄 알았지. 그런데 오히려 지금 남자친구를 만나면 만날 수록 이전 남자친구가 생각나는거야. 지금 남자친구가 나한테 이전 남자친구보다 잘했더라면 또 달랐을지도 모르지."

그녀에겐 미안하지만 정말 저와 오랫동안 함께 해 온 가까운 친구였다면 서슴없이 한 대 쿡 쥐어 박아 주지 않았을까 싶기도 합니다. 나름 그녀는 그녀의 상황을 합리화 하기 위해 구구절절 이야기를 했지만 마음에 썩 와닿지 않았습니다. 

차라리 그런 속마음을 누구에게도 말하지 말고 꼭꼭 숨겨 두었더라면 좋았을텐데 말이죠.

그냥 친구 사이로 만나는 건데 뭐 어때?

연인의 이성친구를 받아 들이는 것도 제 기준에선 쉽지 않습니다. 그런데 과거 연인 사이였던 남녀가 단 둘이 만난다니! 

지금의 연인에 대한 예의가 아닌 것 같은데 말이죠. 

그 와중에 이전 남자친구와의 만남을 그냥 친구 사이로 단정지으며 '지금까지 아무 일 없었다' 라고 당당히 이야기 하는 그녀를 어떻게 받아 들여야 할지 모르겠더군요.


연인 사이였던 남녀 관계가 헤어진 후, 다시 만났을 때 과연 아무렇지 않은 친구 사이로 지속될 수 있는지에 대해서도 솔직히 고개를 갸웃거리게 되는데 말이죠. 제가 속이 좁은 건지도 모릅니다. +_+

이런 내가 싫으면 헤어지던지!

"이전 남자친구를 만나는 걸 알면서도 못헤어지겠어?"
"지금 헤어지면 내가 당장 못견딜 것 같은데 어떡해."

함께 있던 친구들이 그녀가 너에게 돌아오긴 힘들 것 같으니 당장 헤어지라고 조언 해 주었지만, 역시, 사람 마음은 쉽지 않나 봅니다.

거기다 방귀 뀐 놈이 성낸다고 오히려 전 남자친구를 만나 용서를 구해야 할 여자친구가 
"지금 이런 내가 싫으면 나와 헤어지던지!"라는 말까지 지금의 남자친구에게 내뱉었다고 하니 말이죠. 그런데 또 그런 말을 듣고서도 마음을 추스르지 못하는 남자.

그래도 그녀가 좋다며 그녀를 놓으면 자신이 당장 하루하루 직장생활 조차 이어나갈 수 없을 거라며, 새로운 연인이 생긴다면 모를까 그 전엔 절대 놓을 수 없다고 말하는 친구 녀석의 이야기를 듣고 있자니 더 이상 뭐라 이야기를 이어갈 수 없더군요.

한 여자는 헤어진 남자친구를 놓지 못하고 붙들고 있고, 그 헤어진 남자를 그리워하는 여자친구를 두고 있는 남자는 뻔히 앞으로의 결과가 어떠할지 보임에도 두려워 그녀를 놓지 못하는. 글쎄요. 이 친구의 말대로 자신에게 새로운 연인이 생겨 그녀를 놓게 되는 날이 올 수 있을까요?

혹 정말 새로운 연인이 생기게 된다 하더라도 그 땐, 오히려 이 친구가 그녀의 모습처럼 이전의 그녀를 놓지 못한 채 붙들고서 새로운 연인에게 상처를 주는 악순환을 거듭할 것 같은데 말이죠.

어쩌면 그녀의 말대로, 이전의 남자친구를 잊지 못해 시작한, 처음부터 삐걱거린 사랑이었는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두 사람 모두 한 때는 열렬히 서로를 위하고 아꼈던 사이인데 어쩌다 이런 상황에 이르렀는지 모르겠습니다.

+ 덧) 사랑은 단순히 자신의 외로움을 달래기 위해 하는 것도 아니고, 이전의 사랑을 잊기 위해 하는 것도 아닌데, 이 쉬운 사실을 종종 잊나 봅니다. ㅠ_ㅠ

남자친구가 고마울 수 밖에 없는 이유

* 일기 형식으로 쓰여진 글입니다 *

정확히 언제부터인지 알 수 없다. 지금의 남자친구를 만나면서부터인지, 혹은 내 나이 어떤 시점을 지나면서부터인지.

다만, 분명한 것은 남자와 여자를 구분 지어 '남자는 어떠하다…' '여자는 어떠하다…' 와 같은 말에 언제부턴가 더 이상 공감할 수 없게 되어 버렸다.

지금의 남자친구를 만나기 전까지만 해도 꽤 분위기 있어 보이는 사진에 '여자는 말이야' 혹은 '남자는 다 그래' 와 같은 류의 그럴싸한 여자, 남자 운운하는 글을 보고 맞아, 맞아, 하며 끄덕이기도 하고 쫓아 다녔던 내가 말이다.  

'남자'가 문제가 아니다. '여자'가 문제가 아니다. 그 사람의 문제일 뿐. 개개인의 문제일 뿐.

사랑에 대한 아름다움과 황홀함이 가득한 문구들을 쫓던 내가 20대가 되어 연애를 하게 되었을 때, 그 연애는 순탄치 않았다. 당시 연애를 하면서도 난 지금 당장 이 남자와 헤어지더라도 아쉬울 건 없다는 나름의 자만심을 가지고 연애를 했었는지도 모른다. 데이트를 하면서도 만나거나 연락을 함에 있어서도 늘 계산적이었다. 밀고 당기기랍시고, 상대가 밀면 난 더 거세게 밀며 나를 보호하기에 급급했다.

첫 연애를 실패한 후엔 친구들을 만날 때면 그 남자를 욕하기에 바빴다. "역시. 남자는 다 그래. 왜 그런지 몰라. 남자는 역시 못믿겠어!" 내가 만난 남자가 이 세상의 모든 남자를 대표하기라도 하는 듯, 남자는 다 그래… 라고.

하지만, 지금의 남자친구를 만나고 나서 나의 이 작고 짧은, 편협한 생각은 산산조각 나 버렸다.

분명 내가 경험하지 못한 다른 세상도 크게 존재하고 있고, 내가 만나지 못한 다른 사람들도 많이 있다.

그간 얼마나 우물 안 개구리 마냥 작은 세상에서 혼자 괴로워하고 힘겨워 했는지 지금의 남자친구를 통해 많은 것을 보고 많은 것을 느낀다. 여러 이야기 속에 등장하는, 주위에서 볼 수 있는 흔한 '남자' 이기 이전에 그는 '내가 사랑하는 사람'이다.

지극히 이기적이었던 나를 먼저 걱정하고 챙겨주는 남자친구를 통해 '배려'라는 것을 배우고, '사랑'이라는 것을 배웠다. 아니, 지금도 배우고 있다.

단순히 서로의 좋아하는 감정을 확인하고 채워 나가는 것이 연애의 전부가 아니라는 것을 느끼고 있다.  

'당신에게 연애가 뭡니까?'라고 누군가가 묻는다면 대답해 주고 싶다.
지금껏 내가 가진 하나의 눈으로 보던 세상. 이 하나의 눈으로 보지 못했던 세상까지 볼 수 있는 또 다른 하나의 더 큰 눈을 더 가지게 되는 것이 연애이고, 사랑이라고. 물론, 갖게 되는 다른 하나의 눈은 기존 내가 가지고 있던 나의 눈과 보는 시야나 높낮이가 다를 수 밖에 없다. 왜? 각자 살아오며 봐온 것이 다르고, 겪어온 것이 다르니 당연히 다를 수 밖에... 

다만, 그 눈높이와 시야를 잘 조절하고 맞춰 나가는 것이 나와 그가 할 일이다. 그럼 더 더 큰 세상을 볼 수 있다. 희미했던 목표가 더 선명해 지고, 불투명했던 미래가 더 밝아 지는 듯 하다.
지극히 하나의 편견에 빠져 허덕이던 내가, 지극히 부정적이고 비관적이었던 내가, 한 사람이 보여준 진심어린 사랑 앞에서 변했다.

"남자는 말이야" "여자는 말이야" 운운했던 내가 이젠 더 이상 '남자 VS 여자'가 아닌, '그 남자(남자친구)와 그 여자(나)'를 말하고 있다.

내 사랑에게 감사할 수 밖에 없는 이유. 단순히 날 사랑해줘서? 아니.
내가 세상을 좀 더 넓게 볼 수 있는 눈을 갖게 해 줘서. 더 긍정적으로 바라볼 수 있게 해줘서 감사하다고...

고마워. 사랑해. 앞으로도 예쁘게 사랑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