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커플, 서로 믿음이 더 강해진 계기

남자친구가 학생이고, 제가 직장인일 당시까지만 해도 "아직 학생이야? 전공이 뭔데?" 라는 말에 이어 아직 "야. 그건 아니잖아. 빨리 헤어져!" 라는 말을 자주 들었습니다. 콩깍지에 씌어서 봐야 할 것을 아직 보지 못하는 거라며 빨리 헤어지라며 손사래를 치던 사람들.

평소 나를 위해주고 아껴주던 사람들이라 그들의 말을 무시하기도, 그렇다고 내가 사랑하는 남자친구인데 그를 무시하기도 힘들었던 시기였습니다. 사랑 하나만 놓고 보면 한없이 괜찮은 이 남자. 하지만 현실적인 조건을 두고 판단하면 마냥 작아만 보이던 남자친구. 나는 괜찮다고 하는데도 정작 주위에선 괜찮지 않은 거라며 말하는 아이러니한 상황. 누가 연애를 하고 있는 건지 말이죠.

취직 못한 친구, 그럴 수도 있는 일! 
취직 못한 애인, 있을 수 없는 일?

저의 경우, 운좋게 졸업과 동시에 바로 취직했지만 친구들 중 졸업을 하면서 바로 취직을 하지 못한 친구들이 많았습니다. 결코 그들의 능력이 부족해서도 아니고, 성실하지 못해서도 아니었습니다. 저보다 여러 방면에서 뛰어나다 싶은 친구들도 있었던터라 그저 자신과 맞는 회사를 만나지 못해서라 생각했습니다. 그렇게 친구들 사이에서는 서로가 서로를 위로하고 곧 좋은 곳에 취직할거야- 라고 격려하곤 했는데 정작 연애 상대로선 당장 돈을 벌고 있지 않으면 '내 남자친구는 안돼!' 라며 엄한 잣대를 놓곤 하더군요. 

제 남자친구 또한 졸업 후 취직을 바로 하지 못하고 쉬고 있었는데 남자친구가 먼저 제 주위 지인들을 만나기를 꺼려 하기도 했습니다.

"오빠, 주말에 친구들이랑 만나기로 했는데, 괜찮아?"
"지금 내 상황이…"
"왜? 오빠 상황이 왜? 난 괜찮은데?"
"난 안 괜찮아."

혹 네 친구들이 지금 뭐하냐고 물어보면 뭐라고 대답하냐며 축 쳐진 남자친구의 모습이 너무 안쓰러웠습니다. 항상 자신감이 넘치던 남자친구이건만 그 모습에 제가 괜히 화가 나서 취직이 힘든 시기에 취직 못한 게 무슨 큰 죄냐며 나라가 잘못하는거지 오빠는 잘못하는 거 하나도 없다며 씩씩 거리기도 했습니다.

그 일이 있고 얼마 지나지 않아 남자친구의 한마디.

"아마 예전처럼 자주 만나기는 힘들지도 몰라. 그래도 나 믿어 줘야 돼. 알았지?"

평소 자신의 전공을 살려 이러이러한 분야로 일를 해 보고 싶다는 말을 줄곧 해왔던 남자친구.

"그 쪽 전공이면 취직하기 힘들텐데"

"오늘도 데이트 안해?"
"순진하게 속지마. 남자 믿을 거 못된다."
"남자친구가 시험 준비하는거 맞긴 맞아? 확인해 봤어?"

거의 매일 같이 만나던 사이였는데 자주 볼 수 없어서 무척이나 서운했던데다 주위의 이러쿵 저러쿵의 말들이 자꾸만 신경을 쓰지 않으려고 해도 신경을 쓰게 만들었습니다.

남자친구 입장에서도 여자친구가 먼저 사회생활을 하고 있으니 어느 누구에게도 속시원히 털어놓지 못할 다급함을 느꼈을 겁니다. 저 또한 그런 남자친구를 보며 전혀 불안하지 않았다고는 말 못합니다. 그렇게 남자친구가 시험을 준비하는 동안은 서로 그런 속마음을 드러내진 않은 채 묵묵히 믿고 지내온 것 같습니다.

현재의 재력보다 '성실성'과 '책임감'이 더 중요해

최종 합격 소식과 "믿고 기다려줘서 고마워." 라던 남자친구의 말에 괜히 뭉클해져 짠했던 기억이 아직까지 남아 있습니다.  

돈이 모두 바닥나면...?

현재의 능력이나 재력은 어떻게 바뀔지 알 수 없습니다. 문제는 현재의 재력이나 능력이 없어졌을 때, 그것을 이겨 낼만한 의지력, 성실성, 책임감이 더 중요한 것 같습니다.

하지만 문제는 그 의지력이나 성실성, 책임감과 같은 것은 겉으로 드러나는 재력과 달리 눈에 잘 드러나지 않는다는거죠. 그래서 흔히들 겉으로 드러나는 돈으로 가늠하고 판단하려고 하는 듯 합니다. 전 운좋게 돈이 아닌 이 일을 계기로 남자친구의 성실성이나 의지력을 알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야, 지금 학생이면 언제 졸업하고, 언제 취직하냐? 돈 많은 사람 만나. 너네 회사에 돈 많은 사람 없어?" 라고 이야기 하던 친구들에게 이젠 "그때 헤어졌으면 어쩔 뻔 했어. 이렇게 성실하고 멋진데." 라는 말을 할 수 있어 너무 기쁘기도 하고 한편으론 다행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만약 그 때. "그래. 넌 열심히 공부나 해라. 난 다른 조건 좋은 남자 찾아 떠나련다." 라는 식으로 행동했다면 얼마나 후회했을 까요. 아마 그랬다면 여전히 전 과거의 실패한 연애경험을 되새김질 하며 솔로 찬양을 외치고 있었을지도 모릅니다. 아니면 눈만 높아져서 겉으로 드러나는 재력 좋은 남자 찾기에만 열을 올리고 있었을지도 모르죠.

그 과정을 겪으며 전 남자친구가 한다면 한다는 스타일이라는 것과 성실성, 의지력을 볼 수 있었고 남자친구는 저를 어려운 상황에서도 믿고 기다려주는 한결 같은 여자친구로 생각할 수 있는 계기가 된 것 같습니다. :) 그 이후로 서로에 대한 믿음도 더 커진 것 같구요.

연인 사이나 부부 사이, 어려운 상황에 직면했을 때 당장의 그 순간은 도피하고 싶을 정도로 힘들지 모르지만 그 과정을 함께 견뎌 내고 나면 더할 나위 없이 서로에 대한 믿음이 견고해지는 것 같습니다.

+덧) '돈 많은 남자'를 만나려 하기 보다는 '성실한 남자'를 만나고 '예쁜 여자'를 만나려 하기 보다는 '지혜로운 여자'를 만나라.
음. 돈 많고 성실한 남자를 만나거나 예쁘면서 지혜로운 여자를 만나면 이를 두고 금상첨화라고 하나 보다. -_-;; 와우! (혼잣말)

내 남자친구가 방귀대장 뿡뿡이?!

"나 결국 말했어."
"뭘?"
"남자친구 방귀 뿡뿡… 트림 끄윽…"
"하하. 결국, 말했어? 싫다구?"
"응. 여자친구 앞에서 뭐 하는 짓이냐고. 그러지 좀 말라고 이야기 했지."
"헙, 그렇게 직접적으로 말했어? 그래서?"
"그래서 대판 싸웠지."
"헙…"

저와 연애 기간이 비슷한 친구가 남자친구와 방귀를 텄냐고 묻더군요. +_+ 정확히 표현하자면, 서로 연애 기간이 길어 지다 보니 자연스레 한 가족처럼 방귀도 어색함 없이 끼고 트림도 거리낌 없이 하는 그런 상황에 이르렀냐고 묻기에 아직 그런 사이는 아니라고 이야기를 해줬었습니다.

헌데, 이 친구가 남자친구에게 방귀 뀌지마, 트림 하지마, 코(정확히는 콧구멍)에 손대지 마, 등등을 하나하나 이야기 했다가 잔소리 하지 말라는 남자친구의 반응으로 인해 분위기가 다소 험악하게 바뀌면서 싸움으로 번졌다고 하더군요.

컥…

솔직히 사람인지라 방귀나 트림은 누구나 한 번 씩은 하잖아요? (표정들이 왜 그래요? +_+ 한번도 방귀 안 뀌는 사람들처럼…)

출처 : cafe.naver.com/inotia3/4786

상당히 멋쩍은 상황이지만, 실수로 사랑하는 연인 앞에서라도 원치 않게 방귀를 끼게 되거나 트림을 하게 되는 상황에 놓여질 수도 있습니다. 그 상황을 어떻게 모면하느냐, 그리고 상대방이 어떻게 받아 들이냐가 포인트겠지만 말이죠.

전 남자친구와 첫 데이트 때, 영화관에 갔다가 마침 영화를 보기 전 먹었던 음식이 속을 자꾸 부글거리게 하는 바람에 영화를 보다가 화장실에 가는 상황이 연출 되기도 했습니다. 한참 영화가 중반을 치달으며 재미있어 지는 찰라, 부글거리는 속을 도저히 참지 못하고 많은 사람들을 뚫고 화장실로 황급히 향했었는데 말이죠.

"아, 오…오빠"
"응?"
"나, 화장실 좀…"
"아, 그래. 괜찮아? 같이 가 줄까?"
"아, 아냐. 괜찮아. 금방 다녀올게. 미안."

상당히 민망한 상황 속에 아무렇지 않게 같이 가줄까? 라는 말로 제가 어색하지 않게 이야기 해 주는 남자친구가 무척이나 멋있어 보였습니다. 첫 데이트니 만큼 오히려 단답식으로 '그래' 혹은 '다녀와' 라고 이야기 했더라면 화장실을 가는 동안 제 머릿속엔 온갖 생각이 떠돌고 있었겠죠.

'아, 첫 데이트에 영화를 보다가 화장실이라니… 아휴, 민망해.' 라며 말이죠.

영화 상영 중에 화장실로 가서 다시 상영중인 영화관으로 들어가기란, 정말 너무나도 민망하더군요. 그 후, 장시간의 영화를 보게 될 경우엔 반드시 음식 조절과 영화관에서 마시는 음료수 양을 조절 하는 편입니다. 푸핫.

이야기가 산으로 갔군요.

다시 본론으로 돌아와 이러한 상황에서 이야기 하는 방법에 대해 생각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솔직히 연애 2년차쯤 됐을 때, 남자친구가 실수가 아닌 (가릴 수 있는 상황임에도 가리지 않는) 방귀를 제 앞에서 뀌는 것을 보고 경악했었습니다.

출처 : cafe.naver.com/logosesang/824111

방귀를 꼈다는 사실에 대해 경악 한 것이 아니라, 함께 데이트를 하고 있는 상황에서 아무렇지 않게 오히려 보란 듯이 뀌는 모습에 경악한 거죠.

"악!"
"왜 그래? 생리 현상이야. 너도 방귀 뀌잖아."
"어? 이상하다. 내가 꿈꾸던 백마 탄 왕자님은 방귀 안 뀌는데"
"하하. 뭐? 내가 백마 탄 왕자야?"
"어? 난 오빠가 늘 내가 꿈속에 그리던 왕자님인 줄 알았는데, 흐음, 아니야?"
"하하"
"하긴, 솔직히 왕자님도 방귀 뀌고 그러겠지? 그래도 공주님 앞에선 안 할거야. 그치?"
"아… 하하. 알겠어. 알겠어. 무슨 말인지. 하하."

어이 없어 피식 웃는 남자친구.
남자친구는 이미 제가 '백마 탄 왕자' 라는 뜬 구름 잡는 소리를 할 때부터 이미 제가 하고자 하는 말의 뜻을 간파했습니다.

그 이후에도 전 남자친구에게 '우리 왕자님' 이라는 표현을 하는 때가 있습니다. 제 친구들이나 지인에게 소개하는 자리에 데려갈 때, 남자친구의 옷 매무새를 가다듬어 주며 "우리 왕자님이 최고야!" 라는 말을 해 줍니다.

남자친구가 얼마나 멋진 사람인지 남자친구에게 한번 더 각인 시켜 주기 위해서 이기도 하고, 자신감을 갖게 하기 위해서이기도 합니다. 그리고 또 하나, 왕자님처럼 멋지게 행동했으면 하는 제 개인적인 바람을 담아서 하는 말이기도 합니다.

애칭으로 부르는 '왕자님'이 아닌, 평소엔 부르지 않는 이 '왕자님' 이라는 표현을 가끔씩 하는 것만으로 남자친구에게 제가 전달하고 싶은 바를 함축적으로 전달하는 거죠.

제 남자친구에게만 통하는 호칭인지는 모르겠습니다만, 제가 조금 낮아지더라도 상대방을 높이고, 정성껏 대하면 그만큼 상대방도 그 의미를 먼저 알아채고 그에 맞게 행동하며 저를 높여 주는 것 같습니다.

분명 사랑하는 연인 사이라면 이러한 의미가 더욱 더 잘 통할 거라 의심치 않구요.

백마 탄 왕자님, 따로 멀리서 찾을 필요 있나요?
말 한마디로 제 남자친구를 백마탄 왕자님으로 만들어 주면 되죠. :)

"애교 꽝"인 나, 하지만 애인 앞에선 "애교 짱"

"하하. 친구가 가고 나니 갑자기 애교 가득한 목소리로 돌아왔네."
"무슨 말이야?"
"너 좀 전까지 친구 있을 땐 목소리 중저음으로 깔고서 이야기 했잖아."
"내가?"
"응"
"아니야. 평소처럼 했는데?"
"아니야. 너 목소리가 변했어. 아까 친구랑 있을 땐 너 목소리가 완전 남자 목소리 같았어. 하하."

절친한 친구와 남자친구와 저, 이렇게 세 명이 마주보고 앉아 한 피자 가게에서 피자를 먹게 되었습니다.

친구에게 남자친구를 소개하고, 남자친구에게 저의 가까운 친구를 소개하는 자리였습니다. 이미 이전에도 이와 유사한 상황으로 선배언니에게 남자친구를 소개하기도 했었습니다만, 그때도 남자친구는 저에게 저러한 말을 했었습니다. 제 목소리가 바뀐다고 말이죠. 당시엔 별 의미 없이 넘겨 들었는데, 이번에 또 한번 듣게 되니 '정말 그런가?' 라는 생각이 들더군요.

평소엔 피자가 나오면 늘 그래왔듯이 남자친구가 나이프로 가지런히 잘라 입안에 하나 넣어주면 저도 남자친구에게 한 입을 넣어준 후, 그때부터 본격적인 식사를 시작합니다. 같이 식사를 하게 되면 항상 서로의 입에 먼저 넣어주고 나서 먹자는 남자친구의 제안으로 인해 줄곧 4년 간 이어져 온 어찌 보면 하나의 습관이 되어 버린 행동이죠.

하지만, 그러한 습관이 되어 버린 행동도 생략할 수 밖에 없는 경우가 있습니다. 바로 이 날과 같은 경우죠. 눈 앞에 절친한 친구가 있으니 그러한 익숙한 행동을 생략하고 눈 앞에 있는 피자를 나이프로 잘라 제 입으로 넣기 바빠졌습니다. 그리곤 최대한 남자친구에게 두어야 할 시선을 친구에게 고정 시키고 대화를 이어나갔는데 전 이러한 행동이 지극히 어색함이 없어 보인다고 생각했지만, 옆에서 보던 남자친구도, 마주하고 있던 가까운 친구 눈에도 어색하기 그지 없었나 봅니다. 친구와 헤어지고 난 후에야, 친구로부터 받은 문자로 안 사실입니다.

평소 동성 친구들이나 선배, 후배 누구랄 것 없이 만나면 편하게 이야기 하고 저의 모든 것을 보여주는 편이라 생각해 왔습니다. 네. 지금 남자친구를 만나기 전까진 그 모습이 저의 본 모습 전부인 줄 알았습니다.

헌데, 남자친구를 오랫동안 만나 오면서 남자친구가 아닌 다른 이들에겐 숨기고 싶은 저의 모습이 생겨버렸습니다. 바로 남자친구가 일컫는, '애교 가득한 목소리' 입니다.


솔직히 전 남자친구가 이야기 해 주기 전까지만 해도 인지를 못하고 있었습니다. 주위 친구들이나 선후배들을 통해 "너 그렇게 무뚝뚝해서 어떡하냐?" "남자친구가 너의 그 무뚝뚝한 매력에 빠졌구나?" "넌 정말 애교라고는 눈꼽 만큼도 없어." 와 같은 이야기를 자주 듣곤 했습니다. 여성스럽기 보다는 남성스러웠고, 애교가 많기 보다는 무뚝뚝한 사람으로 비추어 졌고, 저 또한 그게 저의 모습이라 생각했습니다. 그리고 혹여 다른 여자 후배들이 "언니~ 언니~ 전 이거 먹고 싶어요. 뿌잉-" 과 같은 애교가 잔뜩 묻어나는 모습을 볼 때마다 나도 저런 애교가 철철 넘쳤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었는데 말이죠. (정말 같은 여자지만 깨물어 주고 싶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쿨럭;)

주위에선 저를 보고 애교가 없다고 하는데, 남자친구는 제게 애교가 많다고 하니, 어느 말이 맞는 걸까- 생각했었는데 '친구가 가고 나니 애교 가득한 목소리로 돌아왔다' 는 남자친구의 표현처럼 상황에 따라 제가 그 모습을 제어하고 있나 봅니다. +_+;;

한 개그 프로그램에서 "오빠, 나 저거 해 줘." "민경이(자신을 지칭)가 아파요." 와 같은 대사를 들을 때면 "어우. 닭살!!!" 하며 소리 지르곤 했는데, 가만 보니 어쩌면 그 닭살 돋는 행동을 무의식적으로 제가 남자친구에게 하고 있었던 건지도 모릅니다.

음, 남자친구 말대로 목소리 톤도 중저음이었다가 남자친구와 단둘이 있을 때면 하이톤으로 올라가는 듯 합니다. -_-;;

정말 제 주위 누군가가 저의 이런 모습을 보게 된다면 기겁을 하고 도망 갈 것이라는 생각이 들어 아찔해 지더군요.

평소엔 무뚝뚝하고 여성스럽기 보다는 남성스러운 제가 한 남자에겐 한없이 여성스럽고 애교 가득한 사람이 되어 있으니, 연애, 사람 바꿔 놓는 재주가 있는 것 같습니다. +_+

직장에서 남자친구가 있어도 없다고 하는 이유

남자친구와 4년 남짓 연애를 하면서 이런 저런 다양한 추억을 만들어 나가고 있습니다.

"오늘 또 남자친구 만나러 가요? 지겹지 않아요?"
"허걱- 왜 지겨워요? 매일 봐도 좋기만 한걸요"
"진짜? 신기하다"

퇴근 후, 집으로 향하는 길이 같아 종종 함께 퇴근하는 직장 동료가 오늘도 남자친구를 만나러 가냐며 지겹지 않냐는 질문에 전 무척이나 당황해 하며 '왜 지겹다고 생각해요?' 라며 고개를 갸웃거렸고, 묻는 이는 '4년 가까이 연애 했으면 지겨운 게 당연한 것 아닌가?' 라며 고개를 갸웃거렸습니다.

가끔 이와 유사한 질문에 적잖게 당황한 적이 있습니다.

"이번에 새로 들어온 신입사원 봤어?"
"아, 네."
"너랑 동갑이래. 돈도 많다더라. 잘해봐."
"에이, 전 남자친구 있잖아요."
"에이, 너 그 남자랑 결혼할 것도 아니잖아."

"응?"

물론 저를 위해 이야기 해 주시는 거라 생각하고 웃어 넘기곤 하지만, 가끔 그 분들의 이야기가 비수가 되어 심장에 내려 꽂히곤 합니다.

직장생활을 하다 보니 자연스레 받게 되는 질문이 업무와 무관하게 "◯◯씨는 남자친구 있어?"라는 질문입니다. 그럴 때마다 "네. 있어요." 라고 대답하곤 합니다만, 일부 여자 동료 중에는 있음에도 없다고 숨기는 경우가 있습니다. 처음엔 왜 남자친구가 있음에도 없다고 숨기는 걸까? 라며 의아하게 생각했었습니다만, 막상 남자친구가 있음을 드러내고 나서 이런 저런 질문 공세를 받다 보니 숨기는 것이 오히려 나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특히, 직장 상사나 선배들은 친근감의 표현으로 남자친구에 대한 질문을 하나하나 하는 듯 하지만 오히려 그러한 지나친 관심이 부담스럽게 느껴지곤 합니다. 술자리에선 더욱 질문의 강도가 짙어지기도 합니다.

"괜히 말했어!!!"

"남자친구가 몇 살인데? 남자친구는 어느 회사 다녀?"
"4년 동안 연애 했으면 결혼 할 때도 됐군. 남자친구가 결혼자금은 모으고 있나?"
"이번 휴가 때는 남자친구와 여행가겠군. 아닌가?"
"얼마 전, 화이트데이 때 남자친구에게 사탕은 받았나? 설마 막대사탕 하나 받은 건 아니지?"
"오늘도 남자친구와 약속 있나? 오늘은 어디서 약속이 있나?"
"퇴근하면 시간도 늦을 텐데, 남자친구 만나면 주로 뭐하고 노나?"

물론, 처음부터 남자친구가 있음을 공개한 것은 아닙니다. 우연찮게 저와 남자친구가 함께 나란히 길을 걸어 가는 것을 본 직장 상사가 다음날 회사에서 남자친구냐고 물은 것이 시초가 된 것입니다.
가깝지 않은 직장 동료 혹은 윗 상사들의 부담스러운 질문공세에 좀처럼 벗어날 수가 없어 답답한 마음으로 남자친구에게 이야기를 했습니다.

"다 하나의 관심이라고 생각하고 넘어가려고 해도 좀처럼 이해가 되지 않아."
"우리가 나이가 들었다는 증거 아닐까?"
"무슨 나이?"
"어른들의 기준에서는 스물 여덟이라는 나이가 결코 적지 않은 나이니까 말이야. 어른들이 봤을 땐 결혼할 시기가 되었으니 상사들이 관심 있게 물어보는 거겠지. 좋게 생각해."
"음…"

"그나저나 넌 정말 여우야."
"내가 왜 여우야?"
"이렇게 싫다고 하면서도 상사나 직장동료 앞에서는 웃으며 대답 잘 하잖아."
"그게 사회생활이니까."

답답해 하며 남자친구에게 이런 저런 속사정을 늘어놓다 보니 결국 그 해결책은 제가 가지고 있더군요.
그게 사회생활이니까- 라며 담담하게 이야기 하는 제 모습을 보니 말입니다.

직장 내에서 남자친구가 있음에도 남자친구가 없다고 두둔하는 여자 동료들을 보며 '왜 숨기는 거지?' 라고 생각했는데, 막상 제가 남자친구가 있음을 공개 한 후, 저의 의도와 무관하게 이런 저런 이야기를 듣다 보니 업무와 무관하다면 100%의 솔직함은 되려 화가 될 수 있다는 생각이 드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