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에 빠진 남자친구를 위한 현실적 해결책

"뭐야. 또 게임 해?"
"아냐. 내가 무슨 게임을 했다고 그래."
"아닌가? 게임 하는 것 같았는데."
"하하. 나 순간 우리가 영상 통화하는 줄 알았어."
"뭐야. 그 말은? 게임하고 있었다는 말이네?"

남자친구와 이런 대화를 주고 받던 때가 있었습니다. 당시, 전 회사원이었고 남자친구가 졸업을 앞둔 대학생이었던 때죠. 졸업을 앞두고 취업 준비를 하기에도 빠듯한 시기에 게임에 빠져 지내는 듯 한 남자친구때문에 마음 고생이 심했습니다. 주위에서는 왜 만나냐는 이야기까지 오갈 정도였습니다.

솔직히 남자친구를 전혀 이해 못하는 건 아니었습니다. 저 또한 대학교 졸업을 앞두고 원하는 대로 일이 잘 풀리지 않자 그에 대한 스트레스를 풀 방도를 찾다 접하게 된 테트리스. 거의 중독되다시피 밤낮이 뒤바뀐 채 생활해 보기도 했고, 더군다나 당시 자취생활을 하고 있었던 터라 말릴 누군가도 없었죠. 그랬던 제가 어느 순간, 게임에 손을 놓아 버렸습니다. 누군가가 시킨 것도 아니고 제 스스로 다른 것에 몰입하면서 놓아 버린 거죠.

그런 한때의 제 모습을 꼭 닮은 남자친구의 모습을 보며 얼마나 조바심 났는지 모릅니다. 뻔하죠. 내가 학창시절 열심히 공부 못한 것이 안타까워 아들을 향해 "공부 열심히 해!" 라고 닥달하는 어머니의 마음과 유사하다고나 할까요? -_-;; 끙- 그렇게 연애 초기, 남자친구를 보며 불안해 했습니다.

"에이, 난 그래도 중독은 아니야. 그냥 스트레스 푸는 건데 뭐. 그리고 이렇게 게임하는 거 돈도 돼."

함께 만났을 때 가끔 PC방 가는 것도 스트레스였지만, 그보다 함께 있지 않을 때 이 시각 쯤 게임을 하고 있겠지- 하는 묘한 경계심이 저를 더욱 힘들게 했습니다.

10년 이상 태운 담배를 한 순간에 끊어버린 차장님

처음 회사에 입사했을 때부터 부서원 어느 누구도 담배 태우는 모습을 본 적이 없었던 터라 당연히 모두가 금연자라 생각하고 이야기를 건네니 애초 흡연을 하시다가 금연을 하신 것이라는 충격적인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우리 부서원 15명 중 어느 누구도 담배를 태우지 않으니까 너무 신기해요."
"아냐. 부장님도 그렇고, 과장님이나 차장님도 원래 담배 태우셨는데 끊으신 거야. 완전 골초였는데."
"헉!"

솔직히 10년 이상 피워 온 담배를 한 순간에 끊기란 정말 힘들다는 말을 많이 들어온 터라 도대체 어떤 계기로 금연을 결심하게 된 건지 궁금해졌습니다.


"과장님은 결혼하시면서 아내가 담배 냄새를 너무 싫어해서 끊으셨어."
"차장님은요?"
"차장님은 결혼하고도 담배를 태우셨는데 아기 가졌다는 소식 듣고서 아내랑 아기 때문에 그 날 바로 끊으셨어."
"헉!"
"독하지? 담배 끊는 거 정말 쉽지 않다고 들었는데."
"그러게요. 정말 독하신 분들! 하하"

담배를 태우면서 담배가 자신의 몸에 얼마나 해로운지 몰라서 피우는 것이 아니라 뻔히 몸에 해롭다는 사실을 잘 알지만, 끊어 낼 수 없는 그 유혹을 이겨내야만 금연 할 수 있는 건데, 그걸 이겨내셨다고 하니 정말 대단해 보이더군요.

뜬금없이 게임 이야기 하다가 왜 담배 이야기를 하느냐고 하실지도 모르겠네요.

책임감은 사람을 변화시키기도 한다

솔직히 사람이 몇 년간 습관처럼 해 온 행동을 한번에 변화시키기란 정말 쉽지 않습니다. 지금으로부터 4년 전, (응? 3년전 쯤이었나? 오래 전이라 기억이 가물가물) 게임 때문에 남자친구에게 이별을 고하기도 했었습니다. ㅠ_ㅠ 남자친구를 사랑하는 마음이야 한결 같았지만 사랑만으로 이 사람을 믿고 따르기에는 미래가 너무 불투명해 보여서 말이죠.

이런 저런 당장의 조건은 다 뒤로 한 채, 그 사람에 대한 성실함이 보여야 이 사람을 믿고 함께 같은 미래를 꿈꾸고 그려 나갈 텐데 그 성실함이 보이지 않는다는 이유가 가장 큰 이유였습니다. 정말 이번이 마지막 기회가 되거나 혹은 마지막 순간이 될 수도 있다고 마음 먹고 남자친구에게 하지 말아야 할 이별의 이야기를 꺼냈습니다. 날 사랑하는 남자친구라면, 내가 믿고 있는 남자친구라면 분명 내가 왜 끝내 이별을 이야기 하는지 알 것이라는 마지막 희망에 기댄 채 말이죠. 그런 제가 남자친구와 극적으로 다시 만나 지금까지 만남을 잘 이어오고 있습니다. 변하지 않을 것 같던 남자친구가 변했기 때문이죠.
앞서 이야기한 담배를 10년 이상 태우시다가 결혼으로, 그리고 아이를 위해 담배를 끊으신 과장님이나 차장님처럼 남자친구가 어느 순간, 아끼고 아꼈던 게임 아이템과 캐릭터를 처분하고 본인의 전공 관련 자격증을 준비하고 곧이어 취업 준비를 하더군요.

솔직히 게임이나 도박, 술, 담배 등. 이 모든 것들이 과하면 독이 된다는 것을 몰라서 행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의지와 무관하게 자꾸만 끌려 다니기 때문인데요. 주위에서 아무리 하지 말라고 소리쳐 봤자, 당사자에겐 들릴 리가 없습니다. 궁극적으로 자신에게 다른 변화가 생기지 않는 이상 말이죠.

남자친구가 저를 향한 마음 마저 져버렸다면 사람이 바뀌길 기대하기 보다는 그 땐 정말 놓아버렸을지도 모릅니다. 

게임에 푹 빠진 남자친구를 위한 현실적 해결책

남자친구가 언제 게임을 했었냐는 듯 취업 준비를 하고, 막상 직장생활을 하면서는 이전과 다른 눈빛을 보였습니다. 먼저 급여명세서를 보여주기도 했고 (남자친구가 건네준 급여명세서를 보고 엉엉 운 사연) 앞으로 어떻게 어떻게 하자- 와 같은 말을 먼저 하기도 했습니다.

"나랑 넌 먹성이 참 좋은 것 같아. 그치?"
"뭐야. 맛있게 먹고 있는데 그 말을 왜 해."
"아니. 그냥. 음. 우리 결혼해서 너랑 나 닮은 우리 애기도 엄청 잘 먹을 거 아냐."
"그야. 그렇겠지?"
"돈 열심히 벌어야겠는데? 너랑 우리 애기 먹여 살리려면."

밥 먹다 말고 내뱉은 남자친구의 뜬금없는 말이 처음엔 마냥 황당했지만 곰곰이 생각하면 생각할수록 짠하기도 하고 안아 주고 싶어지더군요.  

1) 미래를 함께 계획하기

게임 하는 남자친구로 인해 속상해 하고 있다면 계속적으로 함께 미래지향적인 뭔가를 함께 그려 나가고 함께 하는 것이 좋은 방법이 될 수 있을 듯 합니다. 함께 영어학원을 다닌다거나 다양한 외부 교육에 함께 참여 해 보는 거죠. 저 같은 경우에는 교보문고를 비롯한 각종 유명 서적의 저자 강연회(특히, 자기계발서적의 저자 강연회)를 남자친구와 다녔습니다. "내가 이 책 진짜 좋아해! 강연회 꼭 듣고 싶어!" 라는 핑계로 남자친구 손을 이끌고 다녔지만, 한켠으로는 솔직히 남자친구의 변화를 기대하는 마음도 있었습니다.

2) 함께 할 수 있는  또 다른 취미를 만들어 공유하기

전 요리를 엄청 못합니다. 아니, 못한다고 표현 하기에도 민망해 질 정도로 제대로 된 요리를 한 적 조차 없습니다. 그런 저를 위해 남자친구가 제안한 것이 "함께 요리 학원 다니자" 라는 것이었는데요. 알아보면 저렴한 요리학원도 많고 국가 비용으로 무료로 다닐 수 있는 요리 학원도 많아 함께 하기 좋더군요.
남자친구가 '게임' 외에 가지고 있는 또 다른 취미를 부각시켜 함께 즐기는 것이 또 하나의 방법이 될 수 있습니다. 남자친구의 볼링도 게임 못지 않게 좋아한다는 것을 알고서 수시로 다른 취미를 붙일 수 있도록 볼링장에 함께 자주 가곤 했습니다.

3) 일방적 약속이 아닌, 쌍방 약속 지키기

한 친구는 "차라리 남자친구가 게임에 빠졌으면 좋겠다"는 막말을 내뱉기에 도대체 뭐 때문에 그러나 했더니 지나칠 정도로 남자친구가 담배와 술에 빠져 지낸다고 하더군요. 이 친구의 불만은 저와는 약간 달랐지만 어찌 보면 같은 이유였습니다.

'미래가 불투명하다'

저야 남자친구의 성실함의 문제를 이유로 내세웠다면 이 친구는 남자친구의 건강을 이유로 내세웠죠. 오래오래 행복한 결혼생활을 꿈꾸는데 내 나이 60살에 남자친구가 건강이 나빠지면 어떡하냐면서 말이죠.

그래서 이 친구가 결정한 것은 '다이어트 VS 금연' 이더군요. '일주일에 몇 kg 감량할게' VS '일주일에 몇 가피씩 줄일게' 마찬가지로 게임을 단번에 끊는 것이 어렵다면 솔직하게 하나의 룰을 만들어 서로가 맞춰 나가는 것이 좋을 듯 합니다.

사랑하는 상대방에 대한 당신의 믿음은 어느 정도인가요?

그러고 보면 어떤 이는 '여자'에 빠져 바람둥이가 된 남자친구로 고민일 수도 있고, 어떤 이는 '게임'에 빠진 남자친구 때문에 혹은 '술이나 담배'에 빠진 남자친구 때문에 고민일 수 있겠더군요. 반대로 여자도 마찬가지겠죠? '명품'에 빠진 여자친구나 시도 때도 없이 '눈물'을 흘리는 여자친구, '욕설'을 습관처럼 내뱉는 여자친구. 등.

사람이 뭔가에 빠진다는 것이 좋은 일이기도 하지만, 반대로 참 무서운 일이기도 합니다. 본인이 그 상황을 인식하고 있다면 그나마 다행이지만 본인이 그 상황을 모른 채 마냥 빠져 있다면 제3자의 시각에서 봤을 땐 걱정이 되고 조바심이 나는 것이 당연합니다.

지금은 줄곧 게임하는 남자친구에 대해 이야기 하고 있으니, 게임에 대해 이야기를 이어가자면,
솔직히 남자라면, 게임을 전혀 하지 않는 경우가 오히려 드문 것 같습니다. 문제는 정도가 어느 정도이냐의 차이인데 사랑하는 이를 져버릴 정도로 빠져든다면 솔직히 냉정하게 '칼 같이 헤어지세요' 라고 이야기 하고 싶어집니다.

하지만 상대가 자신을 사랑하고 믿는 마음만큼은 앞으로도 한결 같을 것이라는 확신이 든다면, 단지 게임으로 인해 미래가 불투명해 걱정이 되는 것이라면 '게임 절대 하지마! 게임 하는 것 보기 싫어!' 와 같은 명령조의 발언이나 경고성 멘트를 날리기 보다 현 상황보다는 미래를 볼 수 있도록 유도하는 주제의 이야기를 던지며
'우린 잘 될 거야! 잘 할 거야!' 와 같은 긍정적인 발언으로 힘을 주는 것이 좋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우리 헤어져!” 한 때는 게임중독이었던 남자친구

지금은 더할 나위 없이 멋있고 근사한 남자친구이지만, 한 때는 심각하게 헤어짐을 되내이고 고민 하던 때가 있었습니다. 2년 전 그때의 이야기를 하고자 합니다. 남자친구와 제 사이를 멀게 만들었던 것은 다름 아닌 게임.

게임으로 인해 헤어짐을 결심했다는 주위의 친구들의 이야기를 들을 때마다 '그런 경우도 있구나' 라며 아주 먼 이야기처럼 여겼습니다. 하지만 연애 1년이 넘어서고, 2년이 되어 가는 시점에서야 알게 된 남자친구의 게임 중독. 정말 게임에 혼을 빼놓고 있다는 표현이 맞을 정도로 게임에 푹 빠져 지내던 남자친구였습니다.

함께 만나서 시간을 보내면서도 수시로 시간을 확인하기에 무슨 일인가 했더니 온라인 게임 상에서 만나는 게이머들과의 약속 시간으로 인해 조바심을 내며 안절부절 하는 것이더군요. 특정 한 게임에만 푹 빠지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게임이 나올 때마다 그 게임을 꼭 해봐야 하고, 나중엔 데이트도 PC방에서 하기 일쑤였습니다.


처음엔 저도 게임을 좋아하는지라 함께 어울려 게임을 즐기기도 했지만 점차적으로 그 시간이 길어지고, 잦아 질수록 지쳐만 갔습니다. 게임으로 인해 헤어짐을 결심했던 친구들처럼, 저도 그러한 길을 가고 있는 것 같았습니다.

연애를 하면서 헤어지자는 말을 하는 건 아니라고 이야기 하던 주위의 말을 아랑곳하지 않고 헤어지자는 말을 여러 번 하기도 했었습니다. 게임만 아니라면 정말 좋은 남자친구이지만 그 게임 때문에 남자친구를 잃어야 한다는 생각에 절로 눈물이 나기도 하더군요.

"도저히 못견디겠어. 헤어져!"

난 그가 게임을 하든, 게임을 하지 않든 그것은 문제가 되지 않았습니다. 적은 나이도 아니고 곧 서른을 앞둔 나이에 미래에 대한 계획 없이 게임으로 시간을 허비하는 듯한 그의 모습에 화가 났던 것 같습니다. 저 또한 게임을 좋아하고 게임으로 인해 폐인생활까지 해 본 적이 있던 터라 그 중독성을 알기에 더욱 속상했습니다. 쉽게 빠져 나오기 힘들다는 것도 너무 잘 알기에.

헤어짐을 고할 때마다 그때뿐이었던 남자친구. 포탈사이트를 통해 나와 유사한 경우 어떻게 대처했는지 찾아보기도 하고, 심지어 지식인이며 네이트며 여기저기 검색해 보기도 했습니다만, 정말 게임에 푹 빠진 남자친구를 어떻게 해야 할지 답이 나오지 않더군요. (헤어지세요- 라는 답이 더 많았던 것 같습니다) PC방을 찾을 때면 전 옆에서 별 의미 없는(마땅히 할 게 없었거든요) 웹 서핑을 하는가 하면 게임을 하는 남자친구를 보며 이런저런 이야기를 건네며 타이르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남자친구의 시선은 여전히 모니터에 고정.

그러다 우연히 시작하게 된 블로그. 누군가의 추천도 아니고, 누군가의 강요도 아닌 그저 제 속을 털어 놓을 공간이 필요해서 '미니홈피'라는 공간 대신 택한 곳이 바로 '블로그'였습니다.

당시 미니홈피를 통해 이런 저런 사진과 일기를 쓰곤 했지만 '일촌'이라는 울타리와 누군가에게 잘 보이기 위한 하나의 가식적인 공간이 되어 버린 듯한 기분이 들어 '임금님 귀는 당나귀 귀' 동화 속 대나무 숲과 같은 공간으로 블로그를 찾게 되었는지도 모릅니다.


남자친구에게 화가 나면 그 억한 감정을 억누르며 블로그질을 하는;; 아이러니한 상황. 그러면서 블로그의 재미를 알아 가다 보니 PC방에 먼저 가자고 남자친구에게 제안을 하기도 했고 남자친구가 옆에 있음에도 눈 한번 마주치지 않고 제가 블로깅에 빠져 있으니 뭘 하고 있기에 저리도 푹 빠져 있나 싶어 힐끗 거리며 보기도 하더군요.

솔직히 제가 이전과 달리 옆에 있는 남자친구는 보지도 않고 모니터만 응시하며 열심히 타이핑을 하고 있으니 뭐에 그렇게 빠져 있는지 궁금해 하며 흘깃거린다는 것 쯤은 알 수 있었습니다. 남자친구가 옆에서 다가와 보려고 하면 냉큼 블로그 창을 닫아 버렸고, 고의로 보여주지 않으려 애썼습니다. 정말 보여주면 안 되는 어떤 것이 있었기에 그렇게 행동한 것이 아니라, 하나의 자극을 주기 위해 그렇게 행동 한 거죠.

본인이 게임을 하는 이유에 대해 '돈을 벌 수 있다'는 것으로 합리화 하던 모습 조차 당시엔 너무나도 미웠습니다.

"너 나 몰래 뭐해?"
"뭐? 별 거 아니야."
"보여줘 봐."
"아니. 그냥 게임이랑 비슷한 거야."
"뭐가 비슷해? 말했잖아. 난 게임 하면서 돈 버는 거잖아."
"응~ 그래? 나도 이거 하면 게임으로 버는 돈 보다 더 벌 수 있어."
"거짓말"
"오빠도 빨리 게임 해. 캐릭 죽겠다. 그 캐릭 비싼 거잖아."

"아, 아, 어."

속에선 불이 난 것처럼 부글부글 거리고 속이 타 들어 갔지만 겉으로 전혀 내색하지 않으며 무덤덤하게 '당신이 뭘 하든 괜찮아요' 라는 자세로 일관하며 저녁을 먹으러 나가자는 남자친구의 말에도 그냥 PC방에서 컵라면 먹자며 웃으며 대답했습니다.

급기야 번번히 제가 먼저 PC방에 가자고 하고선 눈 한번 마주치지 않고 이야기 한번 하지 않고 블로깅에 빠져 있는 (아니, 빠져 있는 척 하는) 저를 보고선 "다음부턴 절대 PC방에 오지 말자!" 라는 이야기를 하더군요.

그리고. 듣고 싶었던 한마디.

"나 이제 게임 안 할거니까 너도 그거 하지마!"

바로 2년 전의 일입니다. 당시 백수이면서 게임에 푹 빠져 지내던 남자친구. 지금은 언제 그랬냐는 듯 직장생활을 하며 자신의 일에 자부심을 가지고 있는 모습이 너무너무 보기 좋은데 말이죠.

요즘도 가끔 PC방에 가곤 합니다. 다만 그때와 다른 점이 있다면 중독 수준의 게임이 아닌 함께 할 수 있는 아케이드 게임을 1시간 정도의 시간으로 즐긴다는 점이죠.


블로그가 뭔지 몰랐던 남자친구. 처음엔 숨기기에 급급해 하고 뭔가 열심히 타이핑 하는 것 같아서 옆에서 몰래 채팅 하는 줄 알았다고 하네요. 주위에서 정말 많은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게임 중독인 남자, 정말 최악인 남자다- 당장 헤어져라.' 하지만 번번히 헤어짐을 고하면서도 제 마음을 안타깝게 한 것은 그만큼 한번 뭔가에 몰입하면 깊게 빠지는 스타일이다 보니 그 집중력을 게임이 아닌 다른 분야로 조금만 고개를 돌리면 정말 멋진 남자가 될 것 이라는 생각이 들어서였습니다.

게임 중독. 누군가의 강요나 타이름보다는 본인 스스로가 그것을 그만 두어야겠다는 의지가 있을 때에만 그만 둘 수 있는 마약과도 같은 것. 지금은 게임이 아닌, 본인이 좋아하는 분야로 나서 일이 재미있다고 말하는 남자친구가 무척이나 든든해 보이는데 말이죠. 당시의 그러한 시기가 있었음을 주위 사람들은 알지를 못하니 '남자친구가 참 든든해 보인다. 멋있다' 라는 이야기를 들을 때면 맞장구를 치면서도 '그런 시기를 잘 견뎌 냈기에 지금의 멋진 오빠가 있는 거야' 라는 생각을 하곤 합니다.

+) 만약, 답이 없는 '게임 중독'이라고 치부해 버리고 헤어졌다면 어떻게 됐을까?
남자친구는? 그리고 나는?

"우리 헤어지자" 헤어지자는 말이 과연 나쁘기만 한걸까?


남자친구와 3년 가까이 만나 오며 항상 즐겁고 행복하게 지내온 것만은 아닙니다. 서로 다투는 일도 많았고, 서로 으러렁 거리며 못잡아 먹어 안달인 때도 많았으니 말입니다.

연애하며 절대 해서는 안되는 말 = 헤어지자

수많은 연애지침서를 보다 보면 하나 같이 금지어 처럼 여기고 있는 말이 있습니다.

"헤어지자"

이 말을 해서는 안된다는 말은 이미 연애의 '연'자를 깨닫기도 전 연애의 경험이 있는 친구를 통해, 연애지침서를 통해서도 지겹도록 보았습니다.

3년간 함께 해 온 남자친구에게 1년여 정도 만나온 시점에 이 말을 내뱉었습니다. 절대 장난스러운 말이 아니었고, 오랫동안 고민의 고민을 거듭한 끝에 어렵게 내뱉은 진심어린 제 본심이기도 했습니다.

연애지침서를 통해 습득한 이론과 실전은 너무나도 다른 듯 합니다.

사랑하지 않기에 헤어지자는 말을 내뱉은 것이 아니었습니다.
너무나도 사랑하는데 현실과 이상의 너무나도 크나큰 장벽에 부딪혀 힘들어 하다 견디지 못하고 내뱉은 말이었죠.

제가 아주 능력이 뛰어나서 안정적인 수입이 평생 보장되거나 재벌집 딸이었다면 또 이야기가 달라졌을지도 모를 일입니다. 하지만, 사랑으로 현실을 극복하기엔 그 한계가 엄연히 있더군요.

제 남자친구는 이전이나 지금이나 한결같이 저를 사랑해주고 아껴주고 위해줍니다.
모두가 아니라고 다그치고 화를 내더라도 끝까지 제 편에 서 줄 것 같은, 너무나도 믿음직한 남자친구입니다.

하지만, 1년전 제게 힘들었던 부분은 그의 성격이나 그의 모습이 문제가 아니었습니다. 그의 오랜 습관이 문제였습니다.

당시 직장생활 2년차의 저와 이제 졸업을 앞두고 있는 학생의 입장이었던 남자친구. 졸업을 앞두고 이제 졸업준비와 취직준비를 해야 하는 시점임에도 불구하고 늦은 시각까지 그 압박감으로 잠을 깊이 있게 못들고 그러다 보니 늦은 시각까지 그 스트레스를 풀기 위해 게임을 하는 것이 서로의 큰 마찰의 시발점이었습니다.

오후 1시가 다 되어 갈 때 즈음, 느즈막히 일어나 점심을 먹고 뒤늦게 지각하며 학교로 가 수업을 받고 집으로 와서는 다시 게임에 매달린다는 사실을 알고 나서 오죽하면 "남자친구로는 100점일지 모르지만, 남편감으로는 -100점이야" 라는 말까지 내뱉었습니다.

"오늘은 8시에 약속이 있어서"
"내일도 7시에 약속이 있거든"

만날 땐 한없이 다정한데, 만나기 전엔 거듭해서 약속이 있다고 말하는 말에 이상하게 생각되어 알고 봤더니 파티 사냥 약속이더군요. (저도 리니지를 하고, 스타, 와우 등 온라인 게임을 하기에 그 중독성은 잘 알고 있었습니다)

현재만 생각하지 말고 미래까지 생각했으면 좋겠다고, 같은 꿈을 꾸고 싶다고 당장 바꾸는 건 힘들겠지만 조금씩이라도 천천히 줄여 나가보라고 이야기 했습니다. 하지만 매번 "그럴게- 미안해" 라는 말만 되풀이할 뿐. 번번히 밤낮이 바뀐 생활이 지속되었습니다. 그런 똑같은 상황이 거듭되자 저도 그 한계를 느꼈나 봅니다.

보편화된 사이트를 통해 게임 때문에 헤어졌다는 글을 보기도 했고, 결혼해도 변함없을 거라는 선배언니의 말도 저에겐 너무나도 큰 충격이었습니다.

서로 사랑해도 헤어질 수 있어?

처음으로 깨달았습니다.

지금까지 겪어오거나 봐왔던 헤어짐은 이제 너가 싫어졌어- 혹은 나 다른 사람 생겼어- 의 경우였기에 사랑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어쩔 수 없이 헤어지는 건 영화 속에서나 있을 법한 이야기인 줄 알았는데 말이죠.

막상 제가 그 상황에 부딪히게 되니 어찌해야 할 바를 모르겠더군요.

20대 초반, 어른들의 말씀을 빌려 말하자면, "많은 사람을 만나보고 연애도 많이 해보고 어떤 사람이 좋은 사람이고, 어떤 사람이 괜찮은지 많이 경험 해 보렴-"
그렇게 20대 초반, 아니 20대 중반까지라도. 
그런 이유나 구실이 있었다면 "그래- 연애만 하자-" 라는 생각으로 그렇게 하겠습니다만, 20대 후반 이미 연애가 자칫 결혼으로 이어질 수 있는 때에 "괜찮아- 사랑하니까-" 라는 이유로 게임 중독처럼 게임에 빠져 지내는 남자친구를 해바라기처럼 바라보고 만나기엔 위험 부담이 컸다고나 할까요. 
 
오죽하면 어렵게 상담하고자 꺼낸 제 이야기를 듣고선 양다리를 걸치라는 말도 들어보기도 했고, 따로 몰래 소개팅을 나가보라는 말까지 들었습니다.

사랑하는 남자친구를 두고 말이죠.

항상 만나면 밝고 경쾌하기만 했던 우리 둘. 조용한 곳으로 자리를 옮겨 진지하게 이야기를 꺼냈습니다. 헤어지자고 말이죠.

평소 제가 화를 내고 싫다고 표현하더라도 장난스럽게 웃으며 미안하다고 넘기던 남자친구가 그 상황에서는 이전과 다르게 고개를 숙이고 이야기를 잘 못하더군요. 그동안 서로를 잘 안다고 생각해 왔지만 막상 헤어짐 앞에서는 서로가 어색해 지고 '서로에 대해 잘 몰랐구나-' 라는 생각이 더 많아졌습니다.


연애 하면서 절대 해서는 안되는 말, "헤어지자-" 
하지만, 남자친구와 저에겐 다시금 서로의 소중함을 상기시켜준 말인 듯 합니다. 

제가 말하는 헤어지자는 말은 자존심을 꼿꼿하게 세우며 이 말만 내뱉고 서로 등돌리고 냅다 달려 버리는 그런 상황을 말하는 것이 아닙니다. 내려놓는 마음으로 허심탄회하게 헤어짐까지 생각하게 된 정확한 이유를 이야기 하고 왜 그 이유가 자신에게 힘이 드는지를 이야기 하는 것입니다.   

서로가 각자 살아온 길이 너무나도 다른데, 갑작스런 저의 요구가 남자친구에게도 힘이 들었을 테고, 저 또한 집안을 책임지는 가장으로 커 왔던지라 게임으로 시간을 보내는 남자친구가 이해가 되지 않은 것도 사실이었습니다. 

평소 항상 유쾌하고 발랄했던 우리 사이였기에 헤어지자- 는 말 한마디는 웃음기를 싹 뺀 채, 사뭇 진지하게 서로에 대해 이야기를 하게 된 계기가 되었습니다. 평소 일상 속의 이야기(누구누구가 그랬대- 오늘 회사에서 이런 일 있었어-와 같은 이야기)만 나누다가 그 날은 시간이 가는 줄 모를만큼 서로의 어렸을 적 이야기부터 지금까지 자라온 과정, 그리고 가장 기뻤던 일부터 가장 슬펐던 일까지. 서로의 진짜 속 깊은 사연을 나눴습니다. 
 

어항 속 물고기처럼. 자신이 봐 오던 것만 옳다고 생각하고 자신이 항상 걸어왔던 그 길만 옳다고 생각하고 있기에. 서로의 살아온 길을 나누는 것은 그만큼 중요합니다.

연애를 하는 동안 해서는 안되는 말이라고 하지만, 분명한 것은 절박한 상황 속 변화를 불러오기에는 충분한 말인 듯 합니다.

그 이후, 자주 서로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려고 하고 좀 더 깊은 이야기를 나누며 서로에 대해 알아가는 시간을 가지려 노력합니다. 3년이라는 시간도 결코 짧은 세월이 아니지만 아직 서로에 대해 모르는 부분이 많은 듯 합니다.

좋아하는 감정은 3초 이내에라도 생겨날 수 있는 불꽃 같은 감정이지만, 서로를 믿고 신뢰할 수 있는 마음은 서로 함께한 시간에 비례하는 것(10년을 만나도 하루만에 헤어지는 것이 사랑인지라)이 아니라 서로 얼마나 잘 아는지에 대한 차이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서로에 대해 잘 알지 못하면, 연애를 하더라도 결혼을 하더라도 분명 언젠가 "그 사람을 못믿겠어" " 성격 차이로 같이 못살겠습니다" 라는 말로 끝나버릴테니 말입니다.

그 사람을 못믿는 이유는 그만큼 그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 여전히 잘 모르기 때문이고, 성격 차이로 같이 못사는 것이 아니라 그 동안 서로의 살아온 방식과 살아온 길에 대해 제대로 이야기 나누지 않았기 때문에 결국, 서로의 살아온 길과 방식을 이해하려 하지 않았기에 헤어지는 것이겠죠. 
 
+ 덧붙임)
옆집의 누구가 그랬대- 오늘 회사에서 이런 일 있었어- 오늘 축구경기 정말 안타깝게 졌어- 와 같은 일상 속 소소한 이야기도 좋지만, 서로의 살아온 길이나 습관, 누구에게도 이야기 하지 못한 자신의 속내와 같은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시간이 많아 진다면 결코 쉽게 헤어지지 않을 것만 같은 기분이 드는 건 저 뿐인걸까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