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러블리본즈/피터잭슨] 살인 당한 14살의 소녀 감성으로 가족애를 이야기하다

우선, 이 영화를 가족과 함께 봤다는 것에서 잘한 일이라는 생각이 문득 든다. 남자친구와 봤더라도, 좋았을 법도 하지만 남자 친구 입장에서도 재미있게 봤을까? 라는 것에서는 의구심을 품게 된다. 음, 아마도 남성관객보다 여성관객이 압도적으로 많지 않을까 싶다.


영화 제목이 무슨 뜻인가 했더니, '러블리 본즈'란 예상치 못한 시련을 통해 점점 커지는 유대감을 뜻한다고 한다. 영화를 보는 마지막에서야 고개를 끄덕이며 이해했지만 말이다.

러블리 본즈
감독 피터 잭슨 (2009 / 미국, 영국, 뉴질랜드)
출연 마크 월버그, 레이첼 와이즈, 수잔 서랜든, 시얼샤 로넌
상세보기

135분이라는 결코 짧지 않은 시간이었음에도 지루함은 느낄 수 없었다. 실은, 회사를 마치고 곧장 영화관으로 향한데다 상당히 피곤해 하고 있었기에 졸지는 않을까- 하는 우려를 하고 있었는데 말이다. 보통 대다수의 영화 구성이 그러하듯 초반에는 다소 천천히 전개되며 긴장감이 덜하겠지- 라는 생각을 가지고 보고 있었는데, 이 영화는 초반부터 호기심을 자극하며 스토리를 이끌어 나간다. "14살, 나는 살해당했다." 라는 수지의 초반 대사로 인해 이미 "왜? 어쩌다가? 어떻게?" 라는 끊임없는 물음을 던지며 집중했다. 이 영화를 보기 전, 내가 알고 있는 내용은 오로지 14살 살해 당한 수지의 사후 세계에 대한 어떠한 이야기(?) 정도로만 파악하고 있었기 때문.

동대문점 메가박스를 찾다


너무나도 평온하고 화목한 한 가정. 정말 누가 봐도 부러워할만한 아름다운 가정이 수지의 죽음으로 인해 모든 것이 뒤틀어지고 바뀌어진다. 후반으로 가면서 계속 훌쩍이며 울기에 바빴다.

"그렇지. 자식 한 명 잃으면 아무리 화목한 가정이었다 하더라도 쉽게 뒤틀어지기도 하지. 다행히 저 가정은 나중에서야 가족의 소중함을 깨닫고 평온을 되찾지만, 대다수의 가정은 자식 한 번 잃고 나면 대부분 쉽게 이전 처럼의 평온을 찾기가 쉽지 않으니…"

어머니가 영화를 보고 나오시면서 눈물을 닦으시면서 하시는 그 말씀이 인상적이었다. 뭔가 경각심을 갖게 되지 않냐고 되물으시기도 했다. 어린 아이들을 대상으로 하는 강간, 성폭행 등이 나날이 늘어나는 현 사회문제에 대해서 직접적으로 표현하기 보다는 간접적으로 경각심을 갖게 하는 것도 사실인 듯 하다. 수지의 사진을 들고 여기저기를 다니며 "수지 못봤어요? 우리 딸인데, 못보셨어요?" 라고 이리저리 찾아 헤매는 모습을 봤을 때는 그야말로 자식을 가진 한 아이의 아버지로서 찢어지는 마음을 안고 애타는 모습을 잘 드러내 주었다. 정말 많이 울었다. 아버지의 입장이 아닌, 딸의 입장에서도 자식을 향한 부모의 내리 사랑이 얼마나 깊고 넓은지 알기 때문에 더욱 가슴이 미어졌다.


정작 살인을 저지른 범인은 시간이 지남에 따라 언제 그랬냐는 듯 태연하게 일상 속 느긋하게 자신의 삶을 즐기며 살고 있었다. (실제로도 오랜 시간이 지나도록 검거되지 않은 살인자들은 이러한 모습이지 않을까 싶기도 하다) 수지는 자신이 죽은 이후에도 쉽게 저승으로 가지 못하고 이승과 저승의 중간에 서서 애타는 마음으로 가족을 바라보았다. 가족이 수지를 놓지 못하는 건지, 수지가 가족을 놓지 못하는 건지… 그리고 수지가 하필 살해 당한 그 날은 수지가 좋아하는 소년과 데이트 약속을 잡은 날이기도 했다. 만나게 될 그 날을 떠올리며 잔뜩 부푼 마음으로 집으로 돌아가던 길. 그런 일이 생길 줄은… 어느 누구도 몰랐을 터.

가족은 실종 신고를 하지만, 경찰은 무척이나 덤덤하게 되묻는다.

"집안 불화가 있거나, 혹시 싸우지는 않았나요? 이번 가출은 처음인가요?" (이 경찰관 정말 말 안통하는군!)
"가출이 아니라, 실종이라구요!"

좀처럼 실종 신고를 한 수지는 돌아오지 않고, 범행 현장에서 발견된 것은 수지의 피가 흔건한 털모자… 이 정도의 피를 흘릴 정도면 절대 살 수 없다는 경찰의 말에 과연 어느 부모가 냉정하게 받아 들일 수 있을까. 바로 아침까지만 해도 웃으며 집을 나서던 수지가 살인 당하다니!

후반으로 넘어가면서 수지의 여동생이 직접 범인의 자택에 침입하여 증거를 확보하는 과정에서는 나도 모르게 잔뜩 긴장하여 숨도 제대로 쉬지 못했다. 공포영화나 스릴러영화를 많이 봐왔지만, 왜 유독 이 영화에서 긴장감이 극대화 되는 건지…

다만, 아쉬운 점은 아바타나 기타 CG가 훌륭한 영화에 익숙해 져서인지 영상미가 다소 어색했다는 점? 뭔가 억지스레 합성한 듯한 것이 표가 많이 났다는 점? 이 아닐까 싶다. 전체적으로 줄거리나 전개 과정에서는 지루함 없이 편하게 즐겼다. 가족의 소중함에 대해서도 많이 느끼면서 말이다.

다소 스포일러가 될 수 있지만, (영화 보실 분들은 살포시 닫아주세요 ^^; - 이미 스포일러는 잔뜩 내비친 것 같지만;)

수지가 마음 편히 저승으로 가지 못하는 이유가 바로 범인에 대한 복수심 때문이다. 그리고 가족들 또한 쉽사리 수지를 보내지 못하는 이유가 범인을 찾지 못했다는 사실 때문이다. 한참 꿈 같은 연애를 꿈꾸기도 하고 즐거운 학교 생활을 누려야 할 14살의 예쁜 소녀가 누구에게 의해 살해 당했는지도 모르는 채 잊어야 한다는 사실이 얼마나 힘들었을까.

가족이 수지의 죽음으로 방황을 한다. 그리고 흩어지고 깨어진다. 그 장면을 보면서 마치 수지가 버리지 못하는 그 복수심으로 인해 가족이 대신 복수를 하는 듯 하다. 그리곤 성공할 것 같았던 복수극은 실패한다. 그리고 마지막까지 철저하게 범인은 잡히지 않았다. 수지가 살해 당한 후, 갇혀 있었던 그 금고가 매립되는 그 마지막 순간까지 '설마 저렇게 그냥 범인이 잡히지 않고 끝나버리는 걸까' 싶었는데, 정말 그렇게 허무하게 범인은 드러나지 않았다. (뭐야!!!)

여동생이 증거를 확보한 후, 경찰이 범인을 찾아 나섰지만 이미 범인은 떠난 후… 범인은 그렇게 수지의 사체가 들어 있던 금고를 매립하고선 유유히 떠난다. 그리고 한 휴게소에서 또 다른 소녀에게 광기를 발동한다. "태워줄게" "왜, 괜찮아, 타!" 능글능글한 그의 표정과 어투, 당장이라도 영화 화면 속으로 들어가 살인이라도 저지르고 싶은 충동마저 느꼈다.

범인은 바로 이웃집 남자!


설마 저렇게 또 다른 여자 아이에게 살인을 저지르며 영화가 끝나는 걸까 싶었는데, 다행히 그 소녀는 자신의 일에 신경 쓰지 말라며 자신의 길을 간다.

복수하려고 가족이 나서서 이런 저런 방법을 동원해 봤지만, 실패 했던 그 복수가 그 순간, 뜻밖의 사고로 인해 범인이 죽음에 이른다. 모두가 그렇게 복수에 아둥바둥 거리며 범인 잡기에 혈안이 되어 있을 땐 좀처럼 풀리지 않던 그 복수가! 황당하게도 나무에 열려 있던 고드름 하나로 마침표를 찍었다.

상당히 허무하면서도 '아!' 하는 뭔가를 느낄 수 있었다.

죽은 이(수지)가 바라건, 살아 있는 이(수지 가족)가 바라건, 그 모든 건 결국 '본인'이 바라는 대로 이루어지지 않았다는 것. 복수심을 갈고 이를 갈아도, 고민 거리를 잔뜩 안고 끙끙거려도 결국 그 해결책은 나오지 않는다. 그럼…? 그저 이승을 떠나는 이는 마음 편히 떠나고 이승에 남은 자는 가는 이를 마음 편히 놓아줘라-가 되는걸까?

글쎄. 결국 나름 권선징악이긴 한데, 그래도 씁쓸한 것은 왜 착하고 예쁘기만 한 어린 14살 소녀가 왜 살인을 당해야 했는지, 에 대해서는 답이 나오지 않는다. 결국, 인생사 내 마음대로는 안 된다는 것? -.- 응? 아니, 인생사 내 마음 먹은 대로 되지 않는 것이 많지만, 마음 먹은 바 충분히 해낼 수 있는 것도 많으니 고민해 봤자, 복수심에 이를 갈아 봤자 해결되지 않는 문제에 매달리기 보다는 자신이 해낼 수 있는 바에 열의를 다하라는 정도로 결론 내고 싶다.

사후의 세계가 존재하건, 존재하지 않건, 살아 있는 이 순간만큼은 최선을 다하고 싶다.


 
이 장소를 Daum지도에서 확인해보세요.
서울특별시 중구 광희동 | 메가박스 동대문
도움말 Daum 지도

평범한 일상 속, 광고 하나에 코 끝이 찡해진 사연

새벽 6시, 온몸이 찌.뿌.둥. 해서 좀처럼 일어나기가 힘듭니다. '어제 너무 열심히 일 한 거 아냐? 아- 좀 쉬어 줘야 되는데' 라는 농담반 진담반의 생각을 하며 온몸에 이불을 돌돌 감고선 이쪽으로, 그리고 저쪽으로 데굴데굴 굴러 봅니다.

박효신의 달콤한 목소리가 생생하게 제 귓가에 들립니다. 제 폰 알람이 어느 덧 6시 10분을 알리고 있습니다. 이불 속에서 손만 내밀어 폰에서 들리는 박효신의 달콤한 목소리를 끄고선 이불 속으로 온 몸을 파묻어 봅니다. 날씨가 추워지니 더욱 따뜻한 이불 속이 좋기만 합니다.

"캔디, 큰 언니 깨워"

캔디는 어머니의 말 한마디에 쪼르르- 저에게 달려와선 이불을 긁어대고 온 몸으로 저를 일으켜 세우기 위해 안간힘을 씁니다. 정말 신기합니다. 정작 일찍 일어나야 하는 사람은 저인데, 어머니가 저보다 먼저 잠에서 깨어 일어나시고, 조그만 캔디가 저보다 먼저 일어나 꼬리를 치며 이리저리 돌아다니다가 저를 깨우니 말입니다.

이 조그만 녀석의 어디에서 그런 힘이 나오는 건지 캔디가 앞발을 이용하여 저의 머리를 쿡쿡 내려 찍습니다. '그래봤자, 넌 조그만 강아지잖아!' 라는 저의 생각을 꿰뚫기라도 한 듯이 더욱 강력하게 킥을 콱 내려 찍습니다. 으악- 결국, 부스스- 하게 일어나 어머니가 내미는 냉수 한 잔을 마시곤 정신을 차려 보려 애씁니다. 그렇게 출근 할 준비를 겨우 끝마치고선 늘 그렇듯 출근 가방을 들고 집을 나섭니다.

"으이그- 조금만 더 일찍 일어나면, 아침밥 먹을 수 있는데, 왜 늦잠을 자냐"

좀처럼 잠꾸러기인 저를 깨워서 아침을 먹이지 못한 게 속상하신지, 삶은 고구마를 손으로 직접 까셔선 조그만 도시락에 넣어 회사에 출근해서 챙겨 먹으라고 하십니다. 그리고 정말 나가려고 하면 다시금, "아, 비타민 먹어야지" 하시고선 비타민 1알을 저의 입 속에 넣어주십니다.

스물 일곱의 다 큰 처녀가 쉰을 훌쩍 넘기신 어머니 앞에선 한 없이 어린 아이가 됩니다.

그리고선 집을 나서면 누가 봐도 어엿한 직장인인걸요.

그리곤 또 퇴근을 하고 익숙하게 집에 걸어 들어 오면 제일 먼저 "엄마, 집에 뭐 먹을 거 없어?" 라고 물어보며 냉장고를 열어봅니다. 밀려드는 피곤함을 달래며 샤워를 하고 나와선 챙겨주신 저녁을 맛있게 먹고선 TV를 보며 뒹굴뒹굴 거려 봅니다. 곧이어, 대학생인 동생이 집으로 와 "엄마, 배고파"를 외치고선, 지금은 시험기간이라 집안일을 도와주기 힘들다고 이야기 합니다. 어머니는 그래도 "뭐 먹을래?" 라고 물으시며 저녁을 또 다시 챙겨주십니다.

"내일은 일찍 퇴근 하면, 같이 장보러 가자" 라는 어머니의 말씀에 "아, 나 내일 남자친구 만나기로 했는데" 라며 어색한 미소를 지어 보입니다. "그래? 어쩔 수 없지, 뭐" 어머니는 무심하게 괜찮다는 듯 넘겨 버리십니다.

너무 익숙해서, 너무 가까워서, 너무 편안해서 제가 가장 소중히 여기고 사랑해야 할 저의 어머니를 잠시 잊고 있었나 봅니다.

문득, TV광고를 보시다가 어머니께서 한 마디 하십니다.

"정말 그럴 거야. 정말 저 광고가 와 닿는다."

한 아이가 휴지를 물고 뜯고 난리를 피우는 장면이 나옵니다. 제대로 눈 여겨 보지 않은 터라 "무슨 광고길래?" 하고선 넘겼는데, 출근하고 나서 문득 그 광고가 생각나 검색을 해보고선 왠지 코 끝이 찡해지며 시큰거렸습니다. 솔직히, 검색하는데도 한참이 걸렸습니다. 너무 대충 넘겨 본 탓 일까요. 문구와 장면만 간혹 떠오르긴 하는데 어느 업체 광고인지 통 기억이 나지 않으니 말입니다.


친구에게 얼핏 본 장면과 대사를 설명해 주자, 뭔지 알겠다고 하는데 어느 업체 광고인지는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합니다. 그렇게 친구와 농담 삼아, "이상한 광고야- 장면은 얼핏 떠오르긴 하는데, 어느 업체 광고인지 기억이 안나" 라며 "업체 홍보 하는데는 실패한 광고 아냐?" 라며 웃어 넘겼는데 말입니다. 검색을 해서 다시금 광고 내용을 보니 정말 2009년 올해의 좋은 광고상에 선정될 만한 광고이더군요.

태어난 순간부터 일곱 여덟 살 때까지 기억이 모두 생생하게 남아 있다면 넌 아마 미안해서라도 엄마한테 함부로 못할 거다

다시금 이 광고 대사를 떠올려 보니 정말 저 말이 맞는 말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어머니께서 절 바라보시며 "정말 저 말이 맞다" 라고 하신 그 말씀이 솔직히 아직은 크게 와 닿지 않습니다만, 제가 한 아이의 어머니가 되면 지금보다 훨씬 더 절실하게 느끼게 되겠죠.

일로 바빠서, 남자친구와 연애 하느라 바빠서, 친구들 만나서 수다 떠느라 바빠서, 무척이나 소중한 어머니를 잠시 잊고 있었던 것 같습니다. 오늘은 일찍 집으로 들어가 철없는 저와 동생을 키우느라 고생하신, 그리고 여전히 아낌없는 사랑을 쏟아 부어주시는 어머니의 어깨를 주물러 드려야겠습니다.

사랑합니다. 어머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