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하지 않아도 알아요' 추우면 먼저 옷벗어 주던 남자친구, 그의 속사정

 

"오늘은 따뜻하게 입었어?"
"응. 근데 오늘 날씨 무지 따뜻해."
"그래도 저녁 되면 추울 텐데."
"음. 그럼 오빠가 옷 벗어주겠지. 뭐."
"아닌데? 안 벗어 줄 건데?"
"어? 정말?"

 

저녁, 남자친구와 데이트 약속을 잡고선 점심시간을 이용해 짧게 통화를 했습니다. 날씨가 추울 때면 으레 겉옷을 벗어 덮어주고 입혀주며 챙겨주던 남자친구. 늘 먼저 걱정해주고 챙겨주는 모습이 그리 고마울 수가 없습니다.

 

그러다 통화를 하며 농담 삼아 던진 "추우면 오빠가 옷 벗어주겠지."가 시작이 되어 그간 몰랐던 남자친구의 속마음을 알게 되었습니다.

 

난 말 한 적 없어! VS 몸이 말하고 있잖아!

 

연애 경험이 없던 모태솔로일 때만 해도 길을 걷다 남자의 겉옷을 입은 여자를 보면 그런 생각을 하곤 했습니다.

 


'날씨가 춥다고 치사하게 남자친구 옷을 뺏어 입다니! 남자친구도 같은 사람이니 당연히 추울 텐데!'


그런데 막상 제가 연애를 하고, 커플이 되고 나니 제가 똑같이 남자친구 겉옷을 뺏어 입고 있더군요. 그리고 나름 제 입장에서 그럴싸한 변명을 하자면 '내가 먼저 남자친구에게 겉옷 벗어 달라고 한 적 없어! 남자친구가 자진해서 벗어준 거야!' 인 거죠. 쿨럭;

 

정말 그러고 보면 단 한번도 칭얼거리며 추우니 옷 벗어 달라고 말 한 적은 없습니다. 그런데 매번 춥다고 느끼는 순간, 남자친구가 겉옷을 벗어 선뜻 제게 입혀 주었던 것 같습니다.

 

"지금까지 네가 날씨가 추우니까 먼저 옷 벗어 달라고 한 적 없잖아."
"응. 그렇지. 난 벗어달라고 하지 않는데 항상 오빠가 먼저 옷 벗어주잖아."
"응. 그렇지. 그래서 난 항상 고민해."
"무슨 고민?"
"네가 바들바들 떨고 있는 게 내 눈엔 보이거든. 차라리 '오빠, 추우니까 옷 벗어줘.' 라고 말을 하면 내가 장난으로라도 '싫어! 나도 추워!' 이러면서 안 벗어줄 수도 있는데 네가 말을 안 하니까 그게 더 무서워."
"하하하. 진짜?"
"말 안하고 너 혼자 속으로 '오빠가 왜 옷을 안 벗어 주지? 언제 벗어주나 두고 보자' 하며 기다리는 것 같다니까."

 

전 전혀 생각지 못했던 부분이었는데, 남자친구가 고민하고 있었다고 하니 웃음이 터져 나왔습니다.

 

"오. 그런 거였어? 난 속으로 그런 생각 안 했는데."

 


말을 해서 상대방을 무겁게 하는 말이 있는가 하면 말을 해서 상대방을 더 홀가분하게 하는 말이 있습니다.

그런 이유에서 어쩔 수 없는 환경으로 인해 느끼는 기분은 가급적 남자친구에게 말을 하지 않으려 합니다. 예를 들어, 날씨로 인한 추위나 더위 같은 것들 말이죠. 반대로 상대방인 남자친구로 인해 느끼는 감정은 직접적으로 남자친구에게 말을 하는 편입니다. (바뀔 수 있는 것이기에) 

'오빠, 추워.' 한다고 해도 남자친구가 신도 아니고, 날씨를 조정할 수 있는 것도 아니기에 제 입장에선 남자친구를 배려한답시고, 전 추워도 춥다고 말하지 않았던 것 뿐인데 오히려 남자친구는 그런 저의 모습을 보고 더 애태우고 있었나 봅니다. 

'벗어줘야 하나? 추워 보이는데...' 라며 말이죠.

오히려 추울 땐 춥다고 칭얼거리기도 하고, 기댈 수 있을 땐 먼저 기대길 바랬나 봅니다. 남자친구 입장에선 말이죠.

사회생활을 하며 언제부턴가 터득한 사회생활 제대로 하는 방법. 
칼같이 실리를 추구하고 -_-;; 남에게 절대 폐끼치지 말자- (쓰면서도 씁쓸하네요)

남자친구와 이야기를 나누며 직장생활에 너무 젖어 들어 '남자친구에게 마저도 폐끼치지 말자'는 생각을 품고 있었나 하는 생각에 문득 소름이 끼쳤습니다. 

"폐를 끼친다니? 내가 직장동기도 아니고. 남자친구인데. 그냥 살짝 기대는거지."
"응. 맞아. 오빠 말이 맞아. 하하. 근데, 그래서 추우면 또 먼저 옷벗어준다는거지?"
"아, 아니. 그건 음... 아니고... 하하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