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뭐야. 또 게임 해?"
"아냐. 내가 무슨 게임을 했다고 그래."
"아닌가? 게임 하는 것 같았는데."
"하하. 나 순간 우리가 영상 통화하는 줄 알았어."
"뭐야. 그 말은? 게임하고 있었다는 말이네?"
남자친구와 이런 대화를 주고 받던 때가 있었습니다. 당시, 전 회사원이었고 남자친구가 졸업을 앞둔 대학생이었던 때죠. 졸업을 앞두고 취업 준비를 하기에도 빠듯한 시기에 게임에 빠져 지내는 듯 한 남자친구때문에 마음 고생이 심했습니다. 주위에서는 왜 만나냐는 이야기까지 오갈 정도였습니다.
솔직히 남자친구를 전혀 이해 못하는 건 아니었습니다. 저 또한 대학교 졸업을 앞두고 원하는 대로 일이 잘 풀리지 않자 그에 대한 스트레스를 풀 방도를 찾다 접하게 된 테트리스. 거의 중독되다시피 밤낮이 뒤바뀐 채 생활해 보기도 했고, 더군다나 당시 자취생활을 하고 있었던 터라 말릴 누군가도 없었죠. 그랬던 제가 어느 순간, 게임에 손을 놓아 버렸습니다. 누군가가 시킨 것도 아니고 제 스스로 다른 것에 몰입하면서 놓아 버린 거죠.
"에이, 난 그래도 중독은 아니야. 그냥 스트레스 푸는 건데 뭐. 그리고 이렇게 게임하는 거 돈도 돼."
함께 만났을 때 가끔 PC방 가는 것도 스트레스였지만, 그보다 함께 있지 않을 때 이 시각 쯤 게임을 하고 있겠지- 하는 묘한 경계심이 저를 더욱 힘들게 했습니다.
"아냐. 부장님도 그렇고, 과장님이나 차장님도 원래 담배 태우셨는데 끊으신 거야. 완전 골초였는데."
"헉!"
"차장님은요?"
"차장님은 결혼하고도 담배를 태우셨는데 아기 가졌다는 소식 듣고서 아내랑 아기 때문에 그 날 바로 끊으셨어."
"헉!"
"독하지? 담배 끊는 거 정말 쉽지 않다고 들었는데."
"그러게요. 정말 독하신 분들! 하하"
뜬금없이 게임 이야기 하다가 왜 담배 이야기를 하느냐고 하실지도 모르겠네요.
이런 저런 당장의 조건은 다 뒤로 한 채, 그 사람에 대한 성실함이 보여야 이 사람을 믿고 함께 같은 미래를 꿈꾸고 그려 나갈 텐데 그 성실함이 보이지 않는다는 이유가 가장 큰 이유였습니다. 정말 이번이 마지막 기회가 되거나 혹은 마지막 순간이 될 수도 있다고 마음 먹고 남자친구에게 하지 말아야 할 이별의 이야기를 꺼냈습니다. 날 사랑하는 남자친구라면, 내가 믿고 있는 남자친구라면 분명 내가 왜 끝내 이별을 이야기 하는지 알 것이라는 마지막 희망에 기댄 채 말이죠. 그런 제가 남자친구와 극적으로 다시 만나 지금까지 만남을 잘 이어오고 있습니다. 변하지 않을 것 같던 남자친구가 변했기 때문이죠.
앞서 이야기한 담배를 10년 이상 태우시다가 결혼으로, 그리고 아이를 위해 담배를 끊으신 과장님이나 차장님처럼 남자친구가 어느 순간, 아끼고 아꼈던 게임 아이템과 캐릭터를 처분하고 본인의 전공 관련 자격증을 준비하고 곧이어 취업 준비를 하더군요.
솔직히 게임이나 도박, 술, 담배 등. 이 모든 것들이 과하면 독이 된다는 것을 몰라서 행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의지와 무관하게 자꾸만 끌려 다니기 때문인데요. 주위에서 아무리 하지 말라고 소리쳐 봤자, 당사자에겐 들릴 리가 없습니다. 궁극적으로 자신에게 다른 변화가 생기지 않는 이상 말이죠.
남자친구가 저를 향한 마음 마저 져버렸다면 사람이 바뀌길 기대하기 보다는 그 땐 정말 놓아버렸을지도 모릅니다.
남자친구가 언제 게임을 했었냐는 듯 취업 준비를 하고, 막상 직장생활을 하면서는 이전과 다른 눈빛을 보였습니다. 먼저 급여명세서를 보여주기도 했고 (남자친구가 건네준 급여명세서를 보고 엉엉 운 사연) 앞으로 어떻게 어떻게 하자- 와 같은 말을 먼저 하기도 했습니다.
"뭐야. 맛있게 먹고 있는데 그 말을 왜 해."
"아니. 그냥. 음. 우리 결혼해서 너랑 나 닮은 우리 애기도 엄청 잘 먹을 거 아냐."
"그야. 그렇겠지?"
"돈 열심히 벌어야겠는데? 너랑 우리 애기 먹여 살리려면."
1) 미래를 함께 계획하기
게임 하는 남자친구로 인해 속상해 하고 있다면 계속적으로 함께 미래지향적인 뭔가를 함께 그려 나가고 함께 하는 것이 좋은 방법이 될 수 있을 듯 합니다. 함께 영어학원을 다닌다거나 다양한 외부 교육에 함께 참여 해 보는 거죠. 저 같은 경우에는 교보문고를 비롯한 각종 유명 서적의 저자 강연회(특히, 자기계발서적의 저자 강연회)를 남자친구와 다녔습니다. "내가 이 책 진짜 좋아해! 강연회 꼭 듣고 싶어!" 라는 핑계로 남자친구 손을 이끌고 다녔지만, 한켠으로는 솔직히 남자친구의 변화를 기대하는 마음도 있었습니다.
2) 함께 할 수 있는 또 다른 취미를 만들어 공유하기
전 요리를 엄청 못합니다. 아니, 못한다고 표현 하기에도 민망해 질 정도로 제대로 된 요리를 한 적 조차 없습니다. 그런 저를 위해 남자친구가 제안한 것이 "함께 요리 학원 다니자" 라는 것이었는데요. 알아보면 저렴한 요리학원도 많고 국가 비용으로 무료로 다닐 수 있는 요리 학원도 많아 함께 하기 좋더군요.
남자친구가 '게임' 외에 가지고 있는 또 다른 취미를 부각시켜 함께 즐기는 것이 또 하나의 방법이 될 수 있습니다. 남자친구의 볼링도 게임 못지 않게 좋아한다는 것을 알고서 수시로 다른 취미를 붙일 수 있도록 볼링장에 함께 자주 가곤 했습니다.
3) 일방적 약속이 아닌, 쌍방 약속 지키기
한 친구는 "차라리 남자친구가 게임에 빠졌으면 좋겠다"는 막말을 내뱉기에 도대체 뭐 때문에 그러나 했더니 지나칠 정도로 남자친구가 담배와 술에 빠져 지낸다고 하더군요. 이 친구의 불만은 저와는 약간 달랐지만 어찌 보면 같은 이유였습니다.
'미래가 불투명하다'
저야 남자친구의 성실함의 문제를 이유로 내세웠다면 이 친구는 남자친구의 건강을 이유로 내세웠죠. 오래오래 행복한 결혼생활을 꿈꾸는데 내 나이 60살에 남자친구가 건강이 나빠지면 어떡하냐면서 말이죠.
그래서 이 친구가 결정한 것은 '다이어트 VS 금연' 이더군요. '일주일에 몇 kg 감량할게' VS '일주일에 몇 가피씩 줄일게' 마찬가지로 게임을 단번에 끊는 것이 어렵다면 솔직하게 하나의 룰을 만들어 서로가 맞춰 나가는 것이 좋을 듯 합니다.
그러고 보면 어떤 이는 '여자'에 빠져 바람둥이가 된 남자친구로 고민일 수도 있고, 어떤 이는 '게임'에 빠진 남자친구 때문에 혹은 '술이나 담배'에 빠진 남자친구 때문에 고민일 수 있겠더군요. 반대로 여자도 마찬가지겠죠? '명품'에 빠진 여자친구나 시도 때도 없이 '눈물'을 흘리는 여자친구, '욕설'을 습관처럼 내뱉는 여자친구. 등.
사람이 뭔가에 빠진다는 것이 좋은 일이기도 하지만, 반대로 참 무서운 일이기도 합니다. 본인이 그 상황을 인식하고 있다면 그나마 다행이지만 본인이 그 상황을 모른 채 마냥 빠져 있다면 제3자의 시각에서 봤을 땐 걱정이 되고 조바심이 나는 것이 당연합니다.
지금은 줄곧 게임하는 남자친구에 대해 이야기 하고 있으니, 게임에 대해 이야기를 이어가자면, 솔직히 남자라면, 게임을 전혀 하지 않는 경우가 오히려 드문 것 같습니다. 문제는 정도가 어느 정도이냐의 차이인데 사랑하는 이를 져버릴 정도로 빠져든다면 솔직히 냉정하게 '칼 같이 헤어지세요' 라고 이야기 하고 싶어집니다.
하지만 상대가 자신을 사랑하고 믿는 마음만큼은 앞으로도 한결 같을 것이라는 확신이 든다면, 단지 게임으로 인해 미래가 불투명해 걱정이 되는 것이라면 '게임 절대 하지마! 게임 하는 것 보기 싫어!' 와 같은 명령조의 발언이나 경고성 멘트를 날리기 보다 현 상황보다는 미래를 볼 수 있도록 유도하는 주제의 이야기를 던지며 '우린 잘 될 거야! 잘 할 거야!' 와 같은 긍정적인 발언으로 힘을 주는 것이 좋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지금은 연애중' 카테고리의 다른 글
머리로 그린 이상형 VS 마음에 와닿는 이상형 (47) | 2010.12.06 |
---|---|
남녀의 심리 차이를 알아야 하는 이유 (16) | 2010.12.03 |
게임에 빠진 남자친구를 위한 현실적 해결책 (75) | 2010.12.02 |
연인 사이 "미안해"의 또 다른 표현 (54) | 2010.12.01 |
자식 때문에 이혼을 참는다는 말, 자식에겐 피눈물 (75) | 2010.11.29 |
모두가 부러워 하는 애인 만들기가 목표? (42) | 2010.11.26 |
'책임감'이란 말씀에 많이 부끄러워집니다.
ㅠㅠ
Reply:
사용자 버섯공주 address modify / delete reply
겸손하신 풀칠아비님. ㅎㅎ
책임감이 부여되면 뭐 든지 쉽게 (?) 해결 되는것 같아요
책임감...에흉...이넘의 담배를 왜 못 끊고 있는건지...몇번 시도..실패.
계속 악순환이네요 ㅠㅠ
정말 전 게임중독된 사람들 보면
답없다고생각했는데
게임이 아닌 다른 목표나 계획을 함께 짠다면
조금이나마 도움이 될거같네요~
좋은 정보 감사합니다~ ^^
저는 블로그 중독...현실적 해결책은?
아직은 못찾겠어요. ^^ㅋ
정말 게임에 빠지는 남자친구나 남편..
어서 해결을 보는게 좋다죠.
저는 이런 생각도 해봅니다. 게임중독에 빠졌던 한 사람으로서.. 게임중독을 나쁘다라고만 할게 아니라.. 왜 게임중독에 빠지게 되었는지 그리고 게임보다 다 매력있고 흥미있는 존재로 옆에서 어떻게 해주었었는지 한번쯤 생각해봐야하지 않을까해요..
20대 중반정도라면 그래도 개념도 잡히고 그럴테니까 금방 정신차리겠지만.. 나이가 적을 수록(많아도 그렇지만) 더 쉽게 헤어나오질 못하는거 같아요.. 블로그 중독과 같은 이치인데 게임중독은 나중에 얻는게 없으니.. 결론은!! 연인끼리의 게임중독에서 해결책은 두가지인거 같습니다. 게임중독인 사람을 포기하고 떠나거나 게임대신 자신을 바라볼 수 있게 다른일에 몰두 할수 있게 도와주는 것이지요!!
남자 친구의 습관을 바꾸기 위한 버섯공주님의 정성과 노력이 넘 아름다운데요.
맞아요 저도 한때 게임 하는 남자 친구 넘 한심하고 과연 저 남자랑 함께 할 수 있을까 의문이 들기도 했는데 막상 자기 일이나 상황이 바뀌면 금새 몰입하고 잘 하더라구요
지지와 응원이 변화를 꾀한다 싶어요^^
와..블로그가 진심 예쁘네요...
흐미흐미... 이런걸 좀 배우고싶은데..
이제 시작하는 블로거라 ^^ 이웃신청하고갑니다 ~ 헤헤
게임이거 한번 중독되면 빠져나오기 힘든 거 같아요 ㅠ
새롭고 다양한 무언가를 해보는 것이 역시 큰 도움이 되는 거 같습니다
게임을 좋아하는 남자친구를 질투하는...
조건을 걸고 남자친구과 함께 게임을 해보는 방법도 좋을 것 같네요.
대신 여자친구의 조건도 들어주는 조건으로 말이죠.
저(다다다)도 예전에 한 게임했죠. 하지만 지금은...거의 안해요. 때가 있는 것 같지만 주변보면 애아빠가 게임만 하는 사람도 있긴해요.
Reply:
사용자 버섯공주 address modify / delete reply
헉. 결혼하고 애아빠인데도 애를 돌보지 않고 게임만 하면. 정말 ㅠ_ㅠ
옐 address modify / delete reply
한 때는 심각한 게임중독이었다던 남자친구... 아직 절 만나기 전이었대요.
요새는~ 일 중독인 듯해요. 블로그중독??!
Reply:
사용자 버섯공주 address modify / delete reply
아, 블로그 중독? ㅎㅎ
그래도 게임보다는 블로그가 낫...죠? ^^;;
책임감 ... 그렇네요 ^^
요즘 나태해지는 제 모습을 보며
여자친구가 독서실 책상에 조그만 포스트잇을 붙여 놓았더라구요.
모범을 보여주세요...
ㅋㅋㅋㅋ 아이참 ... ㅠㅠ
Reply:
사용자 버섯공주 address modify / delete reply
우와. 여자친구의 센스가 돋보이는데요? ^^ 좋아 보입니다~
뭔가에 빠져있다가 나오는건 쉽지 않은것 같아요.
버섯공주님의 남친님 경우는 자신의 의지와 버섯공주님의 노력의 화합물이 아닌가 싶어요^^
Reply:
사용자 버섯공주 address modify / delete reply
맞아요. 한번 빠지면 헤어나오기가 정말... ㅠ_ㅠ
게임 중독... ㅎㅎ
중독 되면 뭐든 문제겠죠 ㅜㅜ
전 블로그 중독인듯 합니다. ㅎ
Reply:
사용자 버섯공주 address modify / delete reply
저도 요즘... ^^;;;
똥꼬아줌마 address modify / delete reply
하 ㅠㅠ
제 남자 친구도 게임에 심각히 빠져있는데
좋은글 보고갑니다 ㅠㅠ
Reply:
사용자 버섯공주 address modify / delete reply
^^ 감사합니다~
무나 address modify / delete reply
제 남자친구도 모바일게임에 중독되있는데
자기는그걸모르네요 뭐얼마나한다고그러느냐 그냥스트레스풀려고하는건데 왜그러냐
이에대한말만해도 싸움으로번지죠
오늘은 너가게임하는거 보기싫으니 나도신경끌라고 게임이나해야겠다했더니 핑계대지말라는군요 정말가슴이답답하네요
뭐하나에빠지면 중간이없고 정작자신이빠져있다는걸 인정하려하지도않고 미안해하지도않는남친한테 점점지쳐갑니다
무나 address modify / delete reply
제 남자친구도 모바일게임에 중독되있는데
자기는그걸모르네요 뭐얼마나한다고그러느냐 그냥스트레스풀려고하는건데 왜그러냐
이에대한말만해도 싸움으로번지죠
오늘은 너가게임하는거 보기싫으니 나도신경끌라고 게임이나해야겠다했더니 핑계대지말라는군요 정말가슴이답답하네요
뭐하나에빠지면 중간이없고 정작자신이빠져있다는걸 인정하려하지도않고 미안해하지도않는남친한테 점점지쳐갑니다
깽꽁 address modify / delete reply
지나가다 글 읽었는데 공감되기도하고 너무 부러워요^^
두달전 저도 남자친구와 헤어졌는데
남자친구가 먼저 헤어지자고 말한거였지만
그 당시 저도 많이 지쳤기에 놓아버렸어요.
편입때문에 하숙생활하던 그는 공부한다면서 이따 연락한다더니 알고보면 겜방가있고
연락도 잘 안되는게 게임때문이였고
그렇다보니 저는 애인이잇어도 외롭다는 느낌이 많이 들었어요. 적당히하라해도 컨트롤하지않던 그에게 점점 지쳐가게되고 서서히 마음정리하고 있었던건지 몰라요. 어쩌면 그에게서 저도 책임감과 성실함이 없고 나태함이 보엿던 건지도 모르겠네요.
얼마전 들리는 소식에 결국 그는 자기가 원하는 대학으로 편입하지못하고 제가 다닌 학교도 나쁘지않은 수준의 학교인데 그렇게 무시하던 저희 학교로 들어오게됬다고하네요.
암튼 저는 이제 게임을 해도 어느정도 컨트롤해가며 하는 그런 남자 만날래요.
그사람처럼 하루종일 겜방에 찌들여살지않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