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애, 시작 전에 결론내는 나쁜 습관

사람이 살아가는데 있어 가장 가까운 가족에서부터 사회생활을 하며 만나는 수많은 사람들에 이르기까지...  이리 저리 접하는 인물들의 영향력은 무시할 수 없니다. 특히, 제가 직접적으로 체험하지 않아도 간접적으로 접하게 되는 그들의 이야기는 '혹시 나도' 라는 생각과 함께 그저 '남의 이야기'로만 들리지 않아 더욱 감정이입을 하여 귀기울이게 되는 듯 합니다. 

주위 연애담에 쉽게 동요하는 나 VS 무덤덤한 남자친구

당장 옆에서 7년 이상 연애를 하다 헤어졌다는 소식만 들어도 남의 이야기 같지만은 않고, 2년간 알콩 달콩 사랑을 키워가다 한순간 바람을 피워 헤어졌다는 이야기에 이르기까지...

저 또한 사람이다 보니 그런 이야기를 들을 때면 섬뜩 놀라곤 합니다. 이런 저런 이야기에 반응하지 않으려 해도 그런 이야기를 듣고선 남자친구에게 조르르 달려가 이야기를 해 주곤 하니 말입니다.

"7년간 연애하다가 다른 사람이랑 결혼한다는 게 말이 돼? 너무 충격적이잖아."
"으이그. 그건 그 사람들 이야기지. 우린 그럴 일 없으니 신경쓰지 마."
"신경쓰는건 아니지만, 그냥 충격적이어서."

이런 저런 이야기를 들을 때면 '헉!' '어떡해!' '저런!' 하는 생각을 하는 저와 달리, 그런건 들어도 못들은 척, 봐도 못본 척 하라는 말을 하는 남자친구입니다. 

지하철 광고판에 살인, 강간, 방화 등 이런 저런 부정적인 기사를 보고 놀래고 있으면 늘 눈을 가려 주며 그런 기사를 보면 오히려 더 동요만 될 뿐이니 차라리 보지 말라는 말을 하는 남자친구인지라 흥분하며 다른 이의 연애담을 이야기 하는 저와 달리 무덤덤하게 동요하지 않는 남자친구의 반응이 낯설지는 않았습니다. (오히려 고맙기도 합니다)

그녀가 남자를 무서워하는 이유

모처럼 남자친구와의 데이트를 뒤로 미루고 자주 찾는 조그마한 커피숍에서 친구와 약속을 잡았습니다. 바 형태로 되어 있는 커피숍인데다 분위기가 아늑하기도 하고 독특하여 자주 가는 커피숍이었는데요. 친구가 약속 시간보다 조금 늦는다는 연락을 받고선 스마트폰을 만지작 거리며 웹서핑을 하며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오랜만이네요. 지윤이 기다려요?"
"네." ^^

마침 손님도 없어 친구를 기다리는 저를 보고 이런 저런 이야기를 건네는 커피숍 언니.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서로 기본적인 이런 저런 프로필을 나누게 되었습니다. 그러다 보니 자연스레 '남자친구 있어요?' '얼마나 됐어요?' 로 이야기가 흘러 가게 되었습니다.

"그럼 오늘은 남자친구와 데이트 미루고 친구 만나는거에요?"
"네!"
"음, 남자친구와 5년간 연애 했으면 설레지도 않겠다. 그쵸?"
"처음보다야 설레진 않죠. 그래도 얼마나 좋은데요."
"그래도 항상 사이가 좋지만은 않을 거 아니에요."
"그야, 남녀 관계가 좋을 때도 있고 그렇지 않을 때도 있죠. 그래도 연애 기간이 길어지고, 서로를 잘 알아 가면서 싸울 일은 확연히 줄어 들었어요."
"음, 싸울 때 무섭지 않아요?"
"네? 왜 무서워요?"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점점 이야기가 이상한 굴레로 빠져들어가는 듯 했습니다. 남자친구와 싸우는 날도 있지 않냐는 질문에 이어 싸울 땐 남자친구가 무섭지 않냐는 질문. 마치 남자는 믿을만한 존재가 아님을 어필하려는 듯 한 그 분의 모습. 그리고 그에 상반되게 남자를 두둔하는 듯한 저의 모습. 

이야기를 들어 보니 자신의 가까운 친구 중 한 사람이 6개월의 연애 끝에 결혼을 했는데, 결혼한지 얼마 지나지 않아 살림 문제로 언쟁을 벌이다 남자가 폭력을 휘둘렀다고 하더군요. 그 외에 이런 저런 자신의 주위 경험담을 이야기 하는가 하면 얼마전 기사에서 본 내용을 이야기 하기도 했습니다.

"남자 너무 믿지 마세요. 조심하고. 남자, 믿을 게 못돼."  

사랑(연애)을 시작하기도 전에 결론 내기

서른 다섯이라는 나이가 되기까지 그녀는 소개팅은 여러번 해 보았지만 제대로 된 연애는 해 본 적이 없다고 하더군요. '조만간 좋은 인연 만나겠죠' 라는 저의 말에도 씁쓸한 미소를 짓는 그녀의 모습을 보니. 그녀의 머릿속엔 이미 '남자는 믿을 수 없다' '남자는 화가 나면 폭력을 휘두른다' '연애는 하릴없는 짓이다' 라는 편견으로 가득차 있는 듯 했습니다. 

"너무 안타깝잖아."
"뭐?"
"자신이 직접 연애를 겪어 보고 느끼기도 전에 주위 연애담으로 자신의 연애를 결론 내어 버리니 말이야."
"그렇지. 그런데 나도 저런 생각을 가졌던 때가 있어서 그런지 남일 같지가 않네."
"하긴, 나도 아버지 보면서 모든 남자는 다 바람 피우는 줄 알았지."

"사랑을 할 때 끝을 미리 정하고 시작하는 경우는 없어." 라는 길라임(하지원)의 대사를 듣는 순간, 그 때 만났던 그 커피숍의 언니 얼굴이 떠올랐습니다.

사랑을 할 때 끝을 미리 정하고 시작하는 경우가 없듯이, 자신이 직접 상대방을 알아가고 연애를 시작하기도 전에 '이럴 것이다' 결론 짓고, 주위의 경험담만으로 '남자는 이렇다' 라고 결론 짓는 경우가 없으면 좋을텐데 말이죠.

"아놔. 왜 모든 고양이가 그럴거라고 생각하냐고!"


+ 덧) 주위의 연애담은 그저 '연애담'일 뿐.   

"진짜 나빠! 어떻게 여자친구를 두고 바람을 피울 수가 있어? 진짜 충격이야!"
"으이그. 이 팔랑귀! 좋은 이야기만 들어. 좋은 것만 보고. 모든 남자가 그렇진 않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