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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애를 하며 생긴 변화, '고기'가 '꼬기'로?

· 댓글개 · 버섯공주

아실 만한 분들은 이미 잘 아시겠지만, ^^; 제 고향은 서울이 아닙니다.

대학생활을 위해 지방에서 서울에 와 생활을 하다 직장생활까지 서울에서 하게 되면서 서울에 머문 지 8년이 훌쩍 넘어서고 있네요. 제 고향이 경남 쪽이다 보니 개그맨 강호동의 말투처럼 억양이 거세고 사투리가 심합니다. 정말 여자도 저렇게 말해? 라고 생각하실지도 모르지만 정말 그렇게 말합니다. -_-;;; 

"맞나? 진짜가? 그랬다이가."

그래서 상대적으로 드라마 속에서만 듣던 살랑살랑 사르르 녹는 듯 한 여성분들의 말투를 서울에 처음 올라와서 직접 마주 보고 듣게 되니 같은 여자인 저도 사르르 녹아 버릴 것만 같았습니다. 캬...

"정말? 진짜? 그랬어?"


분명 같은 말을 하고 있음에도 느낌이 사뭇 다르죠? 그런 표준어를 구사하는 친구들이 새삼 제 2외국어라도 능숙하게 구사하는 것처럼 멋있어 보이기만 했습니다. 곧이어 자연스레 친구를 사귀게 되고 어울리게 되면서 조금씩 말투에 변화가 생겼습니다만... 역시, 오랜 생활로 물들어져 있는 사투리를 단시간에 바꾸기란... +_+ 

8년이 지난 지금은? 서울에서 직장생활을 하면서 표준어를 써야겠다는 생각에 나름 애써봤지만, 표준어도 아닌 것이 고향말투도 아닌 것이 솔직히 잘 모르겠습니다. (으허헝!)
그나마 처음 막 서울에 왔을 때에 비해 거센 억양이나 사투리가 많이 나아지긴 했습니다만, 종종 흥분하거나 이성보다 감정이 앞설 때는 숨겨져 있던 어투가 마구 나와 제 스스로도 깜짝 깜짝 놀라곤 합니다.

요즘 들어서는 웬만큼 표준어에 익숙해졌다고 생각합니다만, 연애를 하면서 또 다른 새로운 문제에 직면했습니다. 바로 된발음입니다.

"뭐 먹을까? 뭐 먹고 싶어?"
"난 꼬~기~. 꼬기가 좋아. 꼬기 먹고 싶어."

전 제가 고기를 '꼬기'라 발음하는지 조차 전혀 인지하지 못했는데 남자친구가 알려줘서 알았습니다. -_-;;;


"하하. 꼬기래. 꼬기. 꼬기. 꼬기. 꼬기."
"뭐야. 내가 언제 꼬기라고 했어."
"그럼 다시 해봐."
"고.오.기"
"에이, 아까처럼 제대로 해봐."
"몰라"

이게 바로 '~쪄요?' 의 초기 증상인가 싶기도 하면서, 내가 어쩌다 이렇게 되었나 싶기도 합니다.


"버섯, 통화하는 거 봐. 그렇게 무뚝뚝했던 버섯이 여자가 다 됐네."
(나 원래 여자 아니었나?) -_-;;

남자친구와 통화하는 것을 듣고 있던 친구가 제게 남자친구와 통화하는 건 친구들과 통화할 때와 다르다는 말을 해 주었습니다. 처음엔 '도대체 뭐가 다르다는 거지?' 라는 생각을 했었는데, 우연히 폰의 좌측에 붙어 있는 버튼을 통화하면서 꾹 누르는 바람에 제 음성이 녹음이 되어 녹음된 제 음성을 듣게 되었는데요.

하아. 온 몸에 쭈뼛 쭈뼛 소름이 돋았습니다.

'내가 이렇게 말한다는 거야?' 개인적으로 TV 개그 프로그램에서 연애를 하고 있는 커플을 묘사할 때 여자가 애교 한가득 더하기 된발음 만빵인 모습을 보면서 얼마나 깔깔 거리며 웃었는지 모릅니다. 한편으로는 '설마 아무리 커플이어도 저렇게 말하는 사람이 있어?' 라고 생각했었는데…

"그래쩌요?"
"보고시퍼쩌요"

그 모습이 제 모습이었군요. 후덜덜. +_+

그런데, 연애를 하고 있는 제 친구 또한 남자친구와 통화를 하며 유독 된발음이 많이 섞이고 혀가 짧아지는 모습을 보고 있자니 이 증상이 저만의 증상이 아니라는 것을 알았습니다. 사랑에 빠지면 혀가 짧아지는군요. 엄... 

꼬기 외에도 제가 인지하지 못하는 된발음이 상당한 것 같습니다. 옆에서 남자친구가 인지시켜 주지 않는 이상 저의 된발음은 한동안 멈추지 않을 듯 합니다.

+ 덧) 다행히 남자친구 앞에서만 혀가 짧아지는 듯 합니다. :)
다른 분들에게 혀 짧은 소리 냈다가는 거하게 맞을지도... +_+...덜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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