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친구와 길거리 응원을 다녀왔습니다. 한국VS 그리스전, 오늘 2:0으로 통쾌한 승리를 거뒀습니다. (솔직히 이렇게 우리나라가 잘 할 거라고는;;) 기대 이상의 결과를 보여줘 상당히 놀랬습니다. 통쾌한 승리만큼이나 기분이 즐거워야 함에도 썩 기분이 즐겁지 않았습니다. 그 이야기를 하고자 합니다.
그렇게 다툴 때면 그 감정 마저 글로 남기기 싫어 다른 글을 쓰거나 글을 쓰지 않았는데 오늘은 모처럼 그 싸움의 과정과 결과까지 고스란히 남기고자 합니다. '지금은 연애중' 이라는 카테고리 명칭만큼, 연애를 하다 보면 항상 두 눈을 반짝이며 아이러브유- 하지만은 않을 테고, 때론 다투기도 할 테니 말이죠. +_+
직장생활을 하는 전 주5일제라 주말엔 출근을 하지 않는데 토요일인 오늘 다른 일이 있어 회사에 다녀온 후, 힘이 쭉 빠져 있었습니다. 평소 주말이면 오전 11시까지 늦잠을 푹 자는 편인데 말이죠. -_-;;; (자랑거리는 아니지만) 그렇게 회사를 다녀온 후, 피곤함이 잔뜩 묻어나는 상태에서 마음 같아선 당장이라도 빨리 집으로 들어가 푹 자고 싶었지만, 남자친구와 길거리 응원을 함께 하기로 했었던 터라 삼성역으로 향했습니다. 죽전역에서 삼성역까지, 그 거리도 결코 짧은 거리가 아니다 보니(지하철로 거의 1시간 30분 거리입니다) 가는 동안 더욱 지치더군요.
낮 3시쯤 남자친구와 약속장소인 코엑스로 들어섰는데, 이미 한낮임에도 많은 사람들이 자리를 잡고 모여 있었습니다. 코엑스 내 메가박스
덜덜. 마침 카메라를 꺼내 둔 상태였던 지라 열심히 셔터를 눌러봤지만, 찍히는 건 그저 사람들의 뒤통수만… (이럴 땐 '길어져라! 만능팔!' 이라고 외치고 싶습니다) 저기! 이병헌!
솔직히 전 많은 사람들이 모여 북적이고 여러 사람들과 부딪히는 자리를 별로 좋아하지 않습니다. 특히, 이 날은 비까지 와서 추적추적한 날씨와 질퍽한 바닥, 눅눅한 공기 그 모든 것들이 더욱 사람의 기분을 썩 좋게 만들지는 않았던 것 같습니다. 그래도 남자친구가 길거리 응원을 가고 싶어 하니 함께 가야겠다는 생각에 남자친구의 손을 잡고 향했던 것인데 말이죠.
낮엔 힘들지 않았는데 밤이 되고
비는 그치는 듯 하더니 그새 또 엄청 내리고, 또 그칠 만 하면 또 쏴- 하고 내려 버리니, 좀 전까지만 해도 눈 앞의 시야가 확보되는 듯 하더니 점점 스크린 앞으로 들어서는 많은 사람들, 그리고 시야를 가리는 우산. 남자친구는 저보다 키가 크니 큰 어려움이 없었겠지만, 제 입장에선 참 난감하더군요. 우산을 피해 이리저리 고개를 갸웃거릴 때쯤 이미 골이 하나 터졌더군요.
전반전이 시작된 지, 5분 정도 지나자 다리가 아파 쭈뼛거리고 있는 저를 눈치채고선 괜찮냐고 묻더군요.
"응. 괜찮아."
"힘들면 말해."
…그리고 30분이 넘어서니 그제서야 6시간 가까이 서 있던 다리에 통증이 오는 듯 했습니다.
"…응"
"오빠"
"…"
축구에 빠져 있는 남자친구. 이미 남자친구는 전반전이 시작된 직후, 터진 한 골에 급 흥분하더니 이제는 박지성 선수와 그라운드를 달리고 있는 듯 했습니다. 이미 남자친구 옆엔 제가 아닌 박지성 선수가 뛰고 있는 거죠. -_-^
결국, 참다 참다 "집으로 가자!" 라는 말을 내뱉고선 남자친구는 후반전을 보기 위해 집으로 가 버렸고, 전 삼성역에서 다시 집으로 가는 거리가 1시간이 넘게 걸리다 보니 후반전은 보지도 못했습니다.
"그러게. 남자친구가 실수했네. 여자친구 입장을 좀 배려해 줬어야지."
"진짜 나빴어."
오랜만에 연락 온 친구에게 이런저런 하소연을 하며 오늘 카메라 속에 담긴 사진을 정리 하다 보니 잠시 잊고 있었던 장면이 다시 스쳐 지나갔습니다. 남자친구표 도시락
"정말? 오빠가 만들어 주는 거야?"
"응. 너도 피곤한데 여기까지 오는 거니까 도시락 싸들고 갈게."
"그래. 오늘 재밌게 응원하자!"
제가 만든 굴레에 한번 빠지고 나면 상대방이 저에게 실수하고, 잘못한 것만 잔뜩 떠오르고 상대방이 저에게 베푼 것은 생각이 나지 않는 듯 합니다.
아주 까마득히 잊고 있었네요. 다른 날도 아니고 바로 오늘 낮, 남자친구가 저를 위해 만들어 준 도시락인데도 말이죠. -_-;
"그치? ㅠ_ㅠ 음, 전화해야겠다."
왜 항상 싸우고 나서야 뒤늦게 후회를 하는 건지 말입니다. +_+
이론적으론 항상 잘 알지만, 실전에서는 늘 어려운 것. 그것이 연애인 듯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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헉~!!! 결국은 염장 포스팅이시네요 ㅠ ㅎㅎㅎ
공주님 포스팅에 연애란을 앞으로 주목해야겠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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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용자 버섯공주 address modify / delete reply
ㅎㅎ 예리하십니다. +_+ ㅎㅎ
최정 address modify / delete reply
남자가 싸주는 유부초밥이라. 행복하시겠어요.
가끔 축구에 미쳐도. 그래도 공주님을 많이 생각하잖아요.
축구는 90분이면 끝이 나지만 머릿속에는 온통 공주님생각일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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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용자 버섯공주 address modify / delete reply
와우. 축구는 90분이면 끝나지만 ... 이라는 그 마지막 멘트가 인상적입니다. 최정님 다운 멘트인데요? ㅎㅎ
ㅎㅎ에공...이를어째~~
마음을 알아주기 바라면 싸움이 되지용.
먼저 손내미세용.ㅋㅋㅋ
잘 보고 가요.
어제는 멋진 하루였어요. 태극전사들로 인해.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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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용자 버섯공주 address modify / delete reply
그쵸? 태극전사들의 대활약이 빛났어요!
참 알콩달콩 잘 살아가시네요^^
골이 들어가는 순간 함게 글어 안고 기쁘했으면 좋아을 텐데 아쉽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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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용자 버섯공주 address modify / delete reply
제말이!!! ㅠ_ㅠ
피곤하실만도 했네요-_-;;;;
게다가 비까지 오고, 우산 때문에 경기도 제대로 보이지 않고-_-;;;;
그래도 도시락까지 챙겨주는 남친의 마음만큼은 받아주시는 것이 좋을 듯^^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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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용자 버섯공주 address modify / delete reply
음. 도시락 챙겨준 그 마음은 정말 고마운데 말이죠.
마른 장작 address modify / delete reply
알콩달콩 때론 다투고 화해하고 사랑하고 그러면서 사는 모습 보기 좋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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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용자 버섯공주 address modify / delete reply
반갑습니다. 마른 장작님. ^^
그래도 서로 믿고 좋아하는 마음이 넘쳐나는 것 같아 보기 좋네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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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용자 버섯공주 address modify / delete reply
그런가요? ^^
맨 뒤에 반전이 있었군요^^;
전 비가 오는지라 밖에 나가려다가 취소해버리고 집에서 봤답니다.
개인적으로 비오는 날을 엄청 싫어하거든요. 특히 여름에 비오면 ㄷㄷ
내 팔뚝에 흐르는게 땀인지 비인지 모를 그 찝찝한 기분...
다행히도 여친님도 비오는날을 아주 싫어해서 둘이 여친집에 앉아서 봤죠
(비오는 날이니 이동하는건 제가... ㅋ)
한가지 첨언하자면, 여자든 남자든 자신이 관심을 갖고있는 무언가에 몰입하면 주변까지 챙기기 힘든 경우가 많답니다~ 여자들도 한참 신나게 쇼핑하고 있을때는 남친이 다리아픈지 싫증내하는지 별로 관심 못가지잖아요
그런데 그거 아세요? 그 몰입이 끝나면 그 지루함을 견뎌준 상대방에게 말은 안해도 고마운감정이 든다는거. 그것이 쌓이면 상대방의 치명적인 결함(딱히 예를 들자니 생각이 안나지만, 바람기, 도박기, 폭력성향 이런거?)이 아닐정도면 거의 이해해줄 수 있고 포용할 수 있는 넓은 마음이 생겨나게 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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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용자 버섯공주 address modify / delete reply
나그네님의 마지막 말씀이 와닿네요. 맞아요. 쇼제가 핑하고 있을 땐 남자친구에게 그만큼 크게 관심을 못가지죠. 하하.
나그네님 댓글 보고 있자니 괜히 찔리는데요? ^^
흠.. address modify / delete reply
전 여잔데요..여자가 봐도...쫌 아이같은행동이셨던듯
전세계인의 축제인 월드컵ㅋㅋ그중요한 월드컵인데
다리아프다고 투정부리는건 좀.. 축구는 1분,1초가 아까운게임이잖아요
언제 골이 터질지모르고 언제 변수가생겨서 판이달라질지 모르고ㅋㅋㅋ
저도 일하고 힘들어죽겟는데 끝까지 다봤답니다
그런 사랑 싸움도 부러운...;;
남자친구가 도시락이라....오늘 처음 듣고 보네요..
자상한분이신가봐요
대부분여자보고 도시락싸오라고하잖아요...ㅠ
오래사랑하세요^^부럽네요...ㅋ
종종들릴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