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번 크게 사랑에 상처를 입은 후, 그 상처가 치유되기까지의 시간은 결코 짧지 않습니다. 물론, 상대적으로 누군가는 빠르고, 누군가는 더딘 경우가 있지만 막상 당사자에게 그 시간을 물으면 "정말 긴 시간이었다. 많이 힘들었다."라는 말을 많이 듣게 되죠.
주말을 이용해 미용실에 다녀왔습니다. 거의 6개월 만에 머리카락을 자르기 위해 찾은 것이었는데요. 줄곧 미용실에 가더라도 다듬기만 하거나 스트레이트 하는 정도였는데 이렇게 자르는 것은 오랜만인 듯 합니다.
예전엔 미용실을 찾을 때면 "언니" 라는 말이 쉽게 나왔는데 요즘엔 미용실에 계시는 분들을 뵐 때면 저보다 나이가 어린 경우가 많은 것 같아 쉽게 "언니" 라는 말이 나오지 않더군요. 나이를 실감합니다. (세월 빠르네요. -_-;;;)
"아, 좀 짧게 자르려 구요. 단발 느낌으로."
"아, 그래요? 꽤 오래 기른 것 같은데"
한참 빤히 쳐다 보시는 듯 하더니 많이 아끼며 기른 것 같은데 왜 자르는지 그 이유를 물으시더군요. 날씨가 더워져서 가벼운 느낌으로 자르고 싶어서 자른다고 하니 '아차' 하는 표정과 함께 '아..' 라는 짧은 감탄사만 내뱉으시더군요.
이별을 하고 아끼던 긴 머리카락을 자르는 것이라 생각하셨나 봅니다.
가만히 생각해 보면, 머리카락을 길게 길렀다가 자를 때면 어김없이 농담 반, 진담 반으로 들었던 말이 "무슨 일 있어?" 라는 말을 들었던 것 같네요.
이별 하는 마지막 순간에도, "괜찮아? 괜찮겠어?" 라고 담담하게 묻는 그 사람이 더욱 괘씸해서 "응. 나 아무렇지도 않아. 괜찮아." 라고 쿨하게 대답하곤 눈물과 콧물이 범벅이 된 채, 엉엉 울었던 이별의 순간을 기억 합니다. 이건 뭐 코미디도 아니고...
그 자존심 때문에 머리카락을 자르기는커녕 더욱 고스란히 기르려 애썼습니다. "이별의 아픔을 잊기 위해, 너와의 추억을 잊기 위해 머리카락을 자른다-" 라는 의미가 아니라, 이별은 했지만 "난 이 정도의 아픔 따위 아무렇지도 않아-" 라는 일종의 반발심이라고나 할까요? (고놈의 자존심)
하지만 이내 처음 겪는 이별의 아픔에 어찌해야 할 바를 몰라 집으로 돌아와 그저 방에 콕 박혀서는 울고 또 울었습니다. 그리고 엉엉 울다 문득, 거울 속에 비친 긴 생머리의 제 모습을 보고서는 '너가 긴 생머리가 잘 어울린다고 해서 여태껏 고이 길렀는데!' 라고 생각하곤 또다시 서러움이 밀려와 엉엉 울고 또 울었습니다. 돌이켜 보면 그 사람이 강제로 넌 긴 생머리가 어울리니 '절대 자르지 말라'고 한 것도 아닌데 말이죠.
그저 날씨가 더워져 짧은 머리가 편할 것 같아 오랜만에 찾은 미용실에서 문득, 예전의 제 모습을 보고 가는 기분입니다. '나'를 잊고서 지나치게 '그 사람이 원하는 스타일'에만 맞춰 지내왔던 한 때의 제 모습을 말이죠.
끝나지 않을 것 같던 이별의 아픔은 당시의 그 사람을 잊어서 아물게 된 것이 아니라, 잠시 그 한 사람으로 인해 잊고 있었던 제 자신을 찾고 나서야 아물게 된 것 같습니다. 그리고 마침 그런 있는 그대로의 제 모습을 사랑해주는 지금의 남자친구를 만나 다행이네요.
"뭘 해도 예뻐. 지금 모습도 예쁜 걸?"
"뭐야. 대답하기 귀찮구나?"
"넌 내가 어떤 스타일이 예쁘다고 해도 어차피 너가 하고 싶은 스타일로 할거잖아."
"아, 응. 그렇긴 해."
"너가 하고 싶은 스타일, 너한테 잘 어울리는 스타일로 해."
출근하면 주위 분들이 또 다시 물으실까요?
"버섯씨, 무슨 일 있어?" 라고 말이죠. ^^;
'지금은 연애중' 카테고리의 다른 글
먼저 사랑하는 사람이 손해? 정말 그럴까? (19) | 2010.06.10 |
---|---|
호감 느낀 소개팅녀에게 연락을 끊은 이유 (36) | 2010.06.08 |
애인과 이별 후, 긴 머리카락을 자른 이유 (20) | 2010.06.07 |
남자친구의 “어디야?” 간섭에서 관심이 되기까지 (17) | 2010.06.06 |
연애중, 싸워도 이것만큼은 지키자 (38) | 2010.06.03 |
남자친구의 진실 혹은 거짓 (14) | 2010.05.31 |
@primeboy address modify / delete reply
첫사랑 첫이별 처음이라서 힘든거 같아요. 처음이었기 때문에 지나고 나서 아쉬움도 많은..
Reply:
사용자 버섯공주 address modify / delete reply
맞아요. 처음이라 아쉽고,더 힘든...
최정 address modify / delete reply
휴~ 크게 한숨쉬고 갑니다. 여자분들,....
이별는 마음속으로 삭였으면 좋겠습니다.
Reply:
사용자 버섯공주 address modify / delete reply
그래야죠. ^^
친구가, "나 머리 잘랐어?" 라고 하니까.
옆에 있던 다른 친구가 "앞으론 머리카락만 잘라!"
순간 벙쪘었다는... ^^
Reply:
사용자 버섯공주 address modify / delete reply
ㅋㅋ 저도 그렇게 자주 표현해요.
나 머리 잘랐어! 이렇게...
ㅎㅎㅎ
가만히 되내어 생각하면 생각할 수록 섬뜻하죠. ㅠㅠ
징검다리 address modify / delete reply
버섯님! 화이팅!
Reply:
사용자 버섯공주 address modify / delete reply
+_+ 화이팅!
꼬맹이 address modify / delete reply
있는 그대로의 버섯공주님을 봐주는 왕자님도 계시고 ^^
행복하시겠습니다.
여자들은 이별 아니라고 해도 마음의 심경변화가 있을때 머리를 자르고,
파마하기도 더 기르기도 한다죠 ^^
사람들은 왜 그걸 모를까요?
Reply:
사용자 버섯공주 address modify / delete reply
그쵸. 마음의 심경 변화가 있을 때 머리카락을 자르기도 하고, 변화가 필요할 때 자르기도 하고, ㅎㅎ
있는 그대로 봐주는 남자친구가 있어 행복합니다. ^^
고맙습니다.
그렇게 머리를 자르고...
입대를??? ㅎㅎ
Reply:
사용자 버섯공주 address modify / delete reply
덜덜.
입대 전 머리카락 자르는 기분이라...
예전만큼은 크게 의미부여를 하지 않지만...
갑자기 머리를 짧게 하고 나타나면...
무슨 일이 있나? 생각이 드네요...
버섯님! 아자 아자 파아팅!
Reply:
사용자 버섯공주 address modify / delete reply
맞아요. 그런가봐요.
예전만큼의 큰 의미는 부여하지 않지만,
괜히 무슨 일 있나? 싶은...
ㅎㅎ
여자분들 이별후 머리 자르는 기분과 남자들 입대전 머리자르는 기분은 비슷할껄로 생각이되요 ^^; 말로 표현할수가없죠
Reply:
사용자 버섯공주 address modify / delete reply
음. 제가 입대전 머리카락을 자른 경험은 없어서 잘 모르겠으나... +_+ 비슷...하겠죠? ㅎㅎㅎ
widow7 address modify / delete reply
저는 머리짧은 여성을 좋아합니다. 그래서 저와 헤어진 여성은 굳이 머리 자를 필요없이 자연스레 머리 기르면 되더군요.......-_-;
Reply:
사용자 버섯공주 address modify / delete reply
오. 그런 경우가! +_+ 그럴 수도 있죠. ㅋㅋ
여자분들은 그렇군요. ^^ 헤헤,
근데, 머리 자른다는 말은 언제 들어도 정말 무서운 말인 것 같아요.
원래는 머리카락을 자른다인데 말이죠. ^^ ㅎㅎㅎㅎㅎ
Reply:
사용자 버섯공주 address modify / delete reply
하하. 머리를 자른다... ㅠㅠ
무서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