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으로 바로가기
  1. Home
  2. 나를 말하다/워킹맘 육아일기
  3. 워킹맘 육아휴직 신청 할까 말까, 커리어나 돈보다 중요한 것

워킹맘 육아휴직 신청 할까 말까, 커리어나 돈보다 중요한 것

· 댓글개 · 버섯공주

내년이면 초등학생이 되는 첫째 아이. 첫째를 출산하기 하루 전 날, 양수가 터져 산부인과로 향했다. 다행히 출산예정일이 지난 시점인지라 회사 업무에 지장을 주진 않았다. 출산을 하고 출산휴가를 쓰고 있는 와중에도 노트북을 붙들고 있었다. 누가 시켜서 그런 것도 아니고, 내 자리는 내가 지키겠다는 고집이었다. 무리하게 그렇게 회사일을 붙들고 있다고 한들 누구 하나 알아주는 것도 아니었는데, 왜 그랬는지 모르겠다.

주어진 3개월 출산휴가를 바짝 쓰곤, 곧바로 회사에 복귀했다. 회사의 어느 누구도 육아휴직을 쓰면 안 된다고 강제한 사람이 없었음에도 육아휴직 썼다가 어떤 부당한 이익을 받을지 모른다는 혼자만의 생각에 육아휴직 계획은 없냐는 질문에 일에 욕심이 많은 사람임을 강조하며 무리하게 복귀했다. 영유아기 시절의 첫째 아이는 애석하게도 나와 함께 보낸 시간보다 시부모님과 함께 보낸 시간이 더 많은 듯하다. 그룹 내 최초 여성 임원이 되겠다는 야심 찬 꿈을 가지고 있기도 했고 실제로 가능할 거라 생각했다. 나만 열심히 노력한다면.

딸 아들 구별말고 둘만 낳아 잘 기르자
잘 기른다는 것, 쉽지 않네!

육아휴직을 분할해서 사용하기를 추천하는 이유

과거의 그 시기로 돌아갈 수 있다면, 나 자신에게 너무 무리하지 말라고, 너무 애쓰지 말라고 이야기해 줄 것 같다. 너의 커리어가 중요하게 느껴지겠지만, 육아휴직은 분할해서 사용 가능하니 6개월이라도 출산휴가와 붙여서 더 쓰고 복귀해도 너의 커리어를 잘 이어나갈 수 있을 거라고 다독여줄 것 같다. 육아기 근로시간 단축(2019년 10월 1일 이후)도 사용할 수 있고 말이다. 그 때는 그런 조언을 해 줄 사람이 없었다. 안타깝게도.

엄마의 손길이 더 필요한 어린 아이를 두고 회사로 복귀했다. 첫째 아이는 어린이집에 적응하기가 쉽지 않았다. 툭하면 어린이집에 가기 싫다고 우는 경우가 많았고, 어린이집이 다른 곳으로 이전하여 어쩔 수 없이 인근 다른 어린이집으로 두 차례나 옮겨야 했다. 어린이집 선생님을 구하기 어렵다며 폐원한 어린이집부터, 10시 이후에 아이를 맡기고 4시 전에 하원 시키라고 갑질하는 어린이집까지. 그때 생각했다. 아이들이 많이 있는 동네로 가야겠다고. 학군지까지는 아니더라도 어린 또래 친구들이 많은 동네로 이사 가야 겠다고.

위태로운 어린이집 생활을 마무리하고 유치원을 다니기 시작했는데 당시 여섯 살이었던 축복이는 또래에 비해 유독 키가 작고 왜소했다. 그래서일까. 아이 표정도 많이 어둡고 주눅 들어 보였다. 하지만, 내가 아이에게 할 수 있는 최선은 누가 괴롭히거나 힘들게 하면 혼자 고민하지 말고 선생님께 말씀드려. 또는 엄마 불러.라는 말이 전부였다. 곧 지금보다 나은 환경에, 더 좋은 환경으로 이사 갈 테니 조금만 참으라고.

"유치원에서 힘들거나 무서운 일 생기면 크게 엄마 불러."
"엄마가 회사에 있는데 어떻게 들어요?"
"아냐. 불러. 엄마는 들을 수 있어. 진짜 위험하거나 무서운 일 있으면 엄마 불러. 엄마가 올게."
"회사에 있는데 어떻게 와요?"
"아냐. 올 수 있어. 엄마 불러."

그 당시엔 나름 아이에게 엄마는 항상 가까이에 있다는 안정감을 주기 위해 한 말이었으나, 아이는 그 말을 진심으로 받아들였다. 회사에서 유치원까지 편도로만 2시간 거리인데...  

이제는 너무나도 밝아진 첫째 아이

육아휴직은 아이가 부모를 찾는 시기에 써야

일곱 살이 된 축복이는 종종 나에게 묻는다.

"엄마, 그때 불렀는데 왜 안 왔어요?"

여섯 살 때, 태권도를 다니는 또래 친구들과 형이 태권도 시범을 보여준다며 종종 괴롭혔다고 한다. 선생님께 말씀드려도 그 순간뿐이니, 아이 입장에선 엄마의 말대로 '엄마'를 크게 외쳤던 모양이다. 뻔하지. 오지도 못하는, 듣지도 못하는 엄마를 부르니 아이들이 더 한심하게 생각하며 괴롭혔을지도...

그때는 집 근처에서 걸어갈 수 있는 유치원이 없어 20분 간 차를 타고 유치원에 가는 웃지 못할 상황에 놓여 있었다. 아침에는 자고 있는 아이를 깨워 카시트에 앉히고, 하원할 때도 퇴근 후 7시 30분이 훌쩍 넘어서야 잠들어 버린 두 아이를 카시트에서 내려 집으로 향하는. 엄마 아빠 못지않게 이른 시간 일어나고 늦은 시간 하원해야 했다. 그보다 더 큰 문제는 그렇다 보니 두 아이와 대화할 시간이 적었다. 유치원에서 무슨 일이 있었는지, 어떤 힘든 일이 있었는지 그 깊은 속내를 알 수 없었다. 재우고 씻기고 먹이기에만 급급했다.

이런저런 작은 흉터가 있고 멍이 보여 이유를 물으면 책상에 부딪힌 것 같다 또는 잘 모르겠다, 기억이 나질 않는다,라고 괜찮다고 입을 꾹 닫고 있더니, 일곱 살이 된 지금에서야 그때 일을 종종 이야기한다.

아이에게 좋은 환경을 만들어 주고 싶다는 생각에 또래 어린아이들이 많은 동네로 자리 잡고 시댁과 친정과도 거리가 가까운 곳으로 자리 잡았다. 다행히 새로 생긴 깔끔한 유치원도 근처에 많아 유치원도 근처로 옮겼다. 어린 영유아 친구들이 많다 보니 동네가 활기차고 어린이집, 유치원, 학원이나 놀이 시설도 많다. 게다가 이제는 할머니, 할아버지가 가까이 계시니(자기편이 가까이에 많이 있다는 생각에) 본인의 속내를 수월하게 털어놓는다. 차로 유치원을 오갈 때는 동네에서 유치원 친구를 만나기 쉽지 않았는데 걸어갈 수 있는 거리에 유치원이 있다 보니 동네 친구가 곧 유치원 친구다. 자연스레 어떤 가정의 어떤 아이인지 알게 되니 더 안심이 된다.

아이가 유치원 생활에 적응하지 못했을 때, '엄마 크게 불러. 엄마가 달려올게.'라는 거짓말이 아니라 엄마가 회사생활로 인해 바로 달려오지는 못하겠지만 늦게라도 엄마에게 어떤 힘든 일이 있었는지 알려주면 좋겠다고 솔직하게 이야기를 했더라면 어땠을까.라는 생각이 든다. 아니, 더 나아가 무리하게 커리어를 붙들고 있을 것이 아니라 크게 보고 길게 봐서 육아휴직을 몇 개월만이라도 해서 아이에게 더 집중했더라면 어땠을까라는 생각이 든다.

아이가 부모의 손길을 필요로 할 때 육아휴직을 쓰는 것이 좋다

직장생활도 중요하지만 더 중요한 건

직장생활이 전부라고 생각했던 시기. 너무나도 어린아이를 떼어놓고 뒤돌아 섰던 내 모습. 그 회사가 전부인 줄 알고 올인했던 나의 시간. 이직을 하고 나니 이제야 보인다. 어떤 것이 더 소중하고, 귀한지. 돈을 벌기 위해 직장생활을 하고 있지만 돈보다 더 귀하고 소중한 우리 아이들과의 시간을 최우선에 두어야 함을 말이다.

육아휴직을 흔히 아이가 초등학교 들어갈 때쯤 많이 쓴다고들 한다. 초등학교 하교 시간이 이르기 때문에. 그런데 정작 내가 아이를 키우면서 느끼는 건 좀 다르다. 오히려 더 이른 나이에 부모와의 교감이 많아야 하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어서 말이다. 어린이집, 유치원 생활을 하면서부터 이미 아이는 작은 사회생활을 경험하게 된다. 그 작은 사회생활 안에서도 아이는 작은 성공을 맛보기도 하고 쓰디쓴 실패를 맛보기도 한다. 우리가 직장생활을 하면서 겪는 복잡한 인간관계와 심리전을 아이들도 똑같이 느끼고 경험한다는 것. 그래서 아이 기준에서, 아이가 부모를 필요로 하는 시기에, 아이가 안정감을 느낄 수 있도록 부모가 가까이에서 지켜봐 주고 돌봐주는 것이 중요하다는 생각이 든다. (부모에게 쉼이 필요한 시기가 아니라)

육아에 신경 쓸 수 있도록 나라에서 이런저런 제도적 장치가 잘 마련되어 있다. 그런데 나처럼 대부분 회사의 눈치를 보느라, 아니면 스스로 먼저 짐짓 그럴 것이라는 추측으로 제도를 제대로 활용해 보지도 못하고 포기하는 경우도 많다. 시간이 지나 돌이켜 보니 제도를 활용해 최대한 육아에 전념할 시기엔 아이와 더 많은 시간을 함께 하는 것이 훨씬 더 값지다는 생각이 든다. 일곱 살, 다섯 살 아들 딸을 보며 느끼는 바다. 돈이나 커리어도 중요하지만, 더 중요한 것을 놓치지 않도록. 되뇌고 또 되내어야겠다.

직장생활도 중요하지만 더 중요한 건
직장생활보다 더 중요한 것은?

이제는 두 아이 모두 유치원과 학원 등 교육기관에 잘 적응하고 있어 육아휴직의 필요성을 못 느끼지만, 시간을 되돌려 출산 직후의 시기로 간다면 난 망설임 없이 육아휴직을 출산휴가와 연달아 쓸 것 같다. 그 어린 시기의 아이가 느끼는 안정감이 얼마나 중요한 지 우리 아이들을 키우며 깨달았으니 말이다. 이 글을 쓰는 이유 역시, 혹여나 나처럼 출산 이후, 육아휴직 쓸까 말까, 언제 쓸까에 대한 고민이 있는 워킹맘에게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었으면 하는 마음에 써본다.

SNS 공유하기
이모티콘창 닫기
울음
안녕
감사해요
당황
피폐

이모티콘을 클릭하면 댓글창에 입력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