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아를 하는 데 있어선 이직이라는 결정보다 기존 회사를 다니는 것이 득이라는 건 알고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직을 결정한 이유는 4시간이라는 시간을 꽉 막힌 도로에서 보내기엔 내 시간이 너무 아깝다는 생각이 들어서다. 이직을 하고 나서는 도어 투 도어 50분이면 충분하다. 그리고 더 이상 내가 직접 운전을 하지 않고 대중교통으로 오갈 수 있다는 점 또한 너무 만족스럽다. 이 변화 때문인지, 요즘 부쩍 몸의 순환이 좋아진 것 같고 피부가 더 좋아진 것 같다. 그냥 느낌만 그런 건지, 정말 그런 건지는 알 수 없으나.
등원, 하원을 도와주고 계시는 시댁 어른. 맞벌이를 하며 두 아이를 키우는데 있어 양가 어른의 도움을 받을 수 있다는 게 얼마나 큰 복인지 절절하게 느끼는 요즘. 등원할 땐 어머님이 이른 아침, 우리 집으로 와 주시고 하원할 땐 부부 중 먼저 퇴근하는 사람이 시댁으로 가 두 아이를 집으로 데리고 온다. 내가 이직해서 회사가 가까워지긴 했으나, 그럼에도 신랑 회사가 집과 거리가 더 가까워 신랑이 늘 두 아이를 데리고 집에 먼저 도착한다.
아들과 딸, 첫째와 둘째. 두 살 터울의 두 아이를 키우면서 집 안은 조용한 날이 없다. 늘 시끌벅적. 오늘도 평소처럼 나보다 신랑이 먼저 퇴근하여 두 아이를 데리고 집에 와 있을 줄 알았다. 그런데 집으로 돌아오니 아무도 없었다.
'뭐야. 내가 먼저 도착한 거야?'
신랑과 아이들이 돌아 오기 전이라는 것을 알게 되자, 나름 아이들이 돌아오기 전 집 정리를 해야 한다는 생각에 정리를 하려는데 평소 느껴보지 못한 적막감과 외로움이 엄습해왔다.
'아니, 시끄러운 것 보다 조용한 것을 좋아하고 혼자 있는 시간을 즐기는 내가 왜 이런 묘한 감정을 느끼는 거지?'
자신이 하고픈 말이 있으면 서로 이야기하려고 아웅 다웅하던 일곱 살 아들과 다섯 살 딸. 그리고 두 아이 못지않게 하고픈 말이 정말 많은 신랑. 그런 두 아이와 신랑이 없는 조용한 집 안이 너무 생소하고 낯설었다.
당연하게 생각한 나의 평범한 일상이 얼마나 감사하고 축복 받은 일인지... 이직한 회사에 새로이 적응하느라 피곤한 요즘 그저 집에서 혼자 조용하게 쉬고 싶다는 생각이 많았던 요즘이건만, 막상 두 아이와 신랑이 없는 적막한 집 안에 홀로 있으니 기분이 참 묘했다. 아니, 기분이 참 별로였다. 곧이어 현관에서부터 우당탕 요란한 소리가 들리더니, 신랑과 두 아이가 집 안으로 들어왔다. 두 아이는 누가 먼저랄 것 없이 쩌렁 쩌렁한 목소리로 "엄마!"를 외치며 내 품에 안겼고 신랑은 "오늘도 수고했어!"라며 나의 달달한 애칭을 불러주었다.
잠깐의 시간이었지만, 신랑도, 두 아이도 없던 그 찰라가 나는 꽤나 낯설었다.
난 조용한 것을 좋아하는 사람이다. 혼자 있어도 책을 읽거나 좋아하는 영상이나 음악을 듣거나 스도쿠를 하거나 최신 트렌드에 대해 공부하는 등 내 시간을 굉장히 잘 즐기는 사람이다. '혼자 있으면 할 게 없다'는 말에 절대 공감하지 못하는 1인이기도 하다. 그렇게나 철저히 개인적이고 혼자의 시간을 잘 즐기던 나는 기존의 가족 범위를 넘어 새로운 가족이라는 울타리가 또 하나 생기면서 많이 변화된 듯하다. 원래 아이를 무척이나 싫어하는 사람이 내 아이를 갖게 되면서 내 아이뿐만 아니라 세상의 모든 아이를 좋아하게 된 것부터가 신기한 변화이긴 하다. 부모가 된다는 것이 이런 건가- 싶기도 하고.
두 아이를 재워 놓고서야 겨우 확보되는 나만의 시간. 밤 11시가 지난 지금, 난 두 아이를 재워 놓고 나만의 시간을 보내고 있다. 아이들 각 방의 시스템 에어컨 청소를 미처 하지 못해, 거실 에어컨을 켜고 두 아이를 거실에 재웠다. 나에 이어 현 직장에 아쉬움이 있는 신랑도 최근 이직 준비를 하고 있다. 거실 식탁에서 노트북으로 이력서를 쓰고 있는 신랑, 알파룸 컴퓨터 앞에서 블로그를 하는 나.
알파룸에서 거실 방향으로 바라 보니 잠든 두 아이를 사랑스럽게 바라보다가 이불을 살포시 덮어 주는 신랑의 모습이 보인다. 나만의 시간을 소중하게 생각하면서도 이제는 더 이상 우리 가족이 없는 나만의 시간이 무의미해졌음을 많이 느끼는 하루다. 이 달달함은 우리 가족이 있기에 느끼는 달달함인 것이지, 절대 나 혼자 있다고 해서 느낄 수 있는 감정이 아님을 느끼며, 감사하는 마음으로 오늘의 육아 일기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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