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 나이의 부모님 이혼으로 마음의 상처를 입었지만, 스스로 '나는 강하다' 최면을 걸며 버티려고 안간힘을 썼습니다. 남들이 봤을 때 '쟤는 부모님이 이혼하셨대.' 라는 이야기를 혹여 듣기라도 할까봐 더 행동가짐을 올바르게 하려고 했고, 더 공부에 열을 내기도 했습니다.
그렇게 스스로를 괜찮다 괜찮다 타이르며 버텼으나, 곧이어 몸에서 이상 증세가 나타나기 시작했습니다. 수시로 오른쪽 머리만 깨질듯이 아팠습니다. 오른쪽 머리, 눈, 치아를 타고 내려오는 고통이 너무 심해 차라리 스스로 벽에 머리를 부딪히며 스스로에게 더 센 고통을 줌으로써 그 고통을 이겨내려고 했습니다. 두통에 효과적이라는 타이레놀을 비롯한 각종 두통약을 섭렵했으나, 제대로 통하는 약이 없었고. 나중엔 눈에 넣는 안약을 넣으면 혹시 효과가 있을까 싶어 (위험하게도) 이런저런 안약을 눈에 넣어보기도 했습니다. 어떻게 해서든 고통을 없애고 싶었거든요.
대학병원에 찾아가 MRI를 비롯한 다양한 검사를 받기도 했으나, '원인없음', '알 수 없음'이었습니다.
그렇게 이유 모를 고통을 안고서 초등학교, 중학교, 고등학교 학업생활을 했습니다. 수업 중에도 알 수 없는 고통이 밀려오면 그 자리에서 아무것도 못하고 엉엉 울기만 했습니다. 지금은 두 아이를 낳은 엄마가 되었지만, 아이를 낳는 고통과 비교해도 전 그 당시의 한쪽 머리만 고통이 훨씬 참기 힘들었어요. (말로 다 표현할 수 없습니다)
친구들과 만나 신나게 놀다가도 갑작스레 고통이 밀려 오면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친구를 서둘러 헤어져야 했습니다. 일상생활 자체가 힘들 정도로 고통스러웠고, 그래도 맏이로서, 가장으로서 어머니와 어린 동생을 책임져야 한다는 생각에 (걱정하실까봐) 최대한 아무렇지 않은 척 하며 생활했습니다.
그 과정에서 힘들 때마다 그 힘든 감정을 연습장에 끄적이기 시작했습니다. 내가 왜 힘든지 제 인생사를 원고지에 옮기기도 하면서요. 당시 학교 교문 앞, 글짓기 대회 공고문이 붙곤 했는데, 지역 상관없이 어디든 글짓기대회가 있다고 하면 담임 선생님께 말씀드리고 글짓기 대회를 나가 지금 처해 있는 제 상황을 대회 주제와 연관시켜 글을 썼습니다.
처음엔 내가 글을 쓰는 것을 좋아해서- 라고 생각했으나, 돌이켜 생각해 보면 글을 쓰는 것을 좋아했다기 보다 속에 있는, 누구에게도 쉽게 말하지 못하는 속내를 글로 풀어 내며 억압된 감정을 해소했던 것 같습니다. 그리고 각종 대회에서 연이어 수상하면서 '나의 글에 공감해줬다' 라는 사실에 무척 기뻤습니다. 인터넷이 대중화되었을 시점엔 블로그를 개설해 글을 쓰기 시작했죠. 지금 이 블로그도 그렇게 시작한 블로그 중 하나이기도 합니다.
신기하죠? 언제부턴가 머리가 아프지 않았습니다. 다양한 두통약을 먹어도 통하지 않던 그 고통이 글을 쓰기 시작하면서 어느 순간 사라졌습니다.
그리고 이제는, 더 이상 어떤 스트레스 요인이 와도 두렵지 않습니다. 어떻게 하면 그 요인을 나만의 소재로 활용할 수 있을까, 어떤 글을 쓸까 생각하게 되는 하나의 재료가 되었거든요.
이 곳, 저 곳 유명한 대학병원에서 제 병을 진단할 수 없었던 이유는, 아마도 신체적으로 증상이 발현되어 병원을 찾았지만 진짜 문제는 정신적인 데 있었던 게 아닐까 싶습니다.
어느 누구에게도 왜 힘든지, 이야기 할 수 없었으니 말이죠. 그러다 그 누구에게도 말 못하는 힘듦을 글로 쓰면서 해소가 되며 증상이 없어진 듯 합니다.
글로 쓰기 시작하기 시작하면서, 조금씩 타인에게 제 속마음을 털어 놓기 수월해지기 시작했습니다. 그 전까지는 내가 이 이야기를 함으로 인해 상대방이 나를 어떻게 볼 지에 대한 두려움 때문에 타인과도 속내를 나누기 쉽지 않았거든요.
"부모님이 이혼하셨는데, 그래도 감사한 건 말이야..."
"그 당시 새엄마가 나와 동생에게 진짜 신데렐라 속 새엄마처럼 그랬었거든..."
"난 세상에 남자는 다 나쁘다고만 생각했어. 왜냐면 우리 아빠가..."
"허름한 옥탑방, 단칸방에서 신혼을 시작했어. 왜냐면 그 땐..."
"7년 가까이 사귄 남자친구와 난 결혼할 줄 알았는데,..."
누구에게건 제 이야기를 할 수 있는 용기가 생겼어요. 그 전까지는 누구에게도 드러내서는 안되는, 끝까지 숨겨야만 하는 하나의 약점이자, 비밀이라고 생각했는데 말이죠. 스스로를 옥죄고 누르다 보니 우울감, 나아가선 우울증이 찾아오게 되는 것 같습니다.
누구에게도 말 못하는 걱정이나 고민거리가 있다면, 그 이야기를 글로 써 보세요. 저 역시, 타인에게 말 못하는 고민을 혼자 안고만 있다가 글로 쓰기 시작하면서 마음이 좀 더 평온해졌고 이후에는 타인에게도 거리낌없이 제 이야기를 털어 놓을 수 있게 되더라구요.
당신을 응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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