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이런 이야기를 많이 합니다. 돈이 없어서 결혼할 수가 없다고 말이죠. 집을 구할 돈이 없어 결혼할 수 없고, 아이를 낳을 수 없다는 말에, 15년 이상의 연배가 지긋한 직장 선배님은 이야기 합니다.
"라떼는 말이야." (나 때는 말이야)
집 값이 5천만원이면 집을 구할 수 있던 시기(직장 월급을 모아 집을 살 수 있던 시기)와 현재는 다른 터라, 직장 선배의 이야기를 들어도 전혀 공감하지 않던 직장 후배가 제게 소곤거리며 이야기했습니다.
"아니, 저게 말이 됩니까? 돈 모아서 집을 살 수 있다는 게 가능해요? 결혼해서 어디에서 살아요? 뭐 단칸방, 옥탑방에서 애 낳고 키워요? 요즘 누가 신혼집을 그런 곳에서 해요..."
"어... 음..."
요즘 누가 신혼집을 옥탑방후배의 이야기를 들으며 그 중간에 낀 세대인 저는 선배 직장인의 말에도 공감이 되고, 직장 후배의 이야기에도 공감이 되더군요. 결정적으로 신혼집을 누가 그런 곳에서 하냐는 말에 뜨끔 했습니다. 후배와 같은 30대인데 전 신혼집을 단칸방에서 했거든요.
직장 후배에게 꼭 해 주고 싶은 조언이 있다면, 절대 아끼기만 해서는 집을 마련할 수 없으니, 아껴서 돈을 모아 집 살 생각은 하지 말라는 말을 해주고 싶었어요. 다른 말로, 아껴서 돈을 모아야만 결혼할 수 있다는 생각을 버리라고 말해 주고 싶었어요. 정말 마음이 맞는 평생 함께 할 짝꿍이라면 조금은 어려운 시작도 함께 잘 할 수 있을거라 생각합니다.
첫번째 신혼집. 오피스텔 보증금 1천만원 + 월세 65만원. 관리비 10만원. (신용대출 100%) / 바닥에서 시작하다
결혼을 하면서 신혼 살림을 장만하려면 결국엔 다 돈입니다. 목돈이 없는 입장에서 가장 신혼집으로 접근하기 용이한 것이 오피스텔이더군요. 제가 가지고 있던 마이너스 통장에서 1천만원을 출금해 보증금을 마련했습니다. (당시 대출 한도가 나왔다면 오피스텔도 전세자금대출이 가능하니, 오피스텔 전세로 알아봤을 것 같아요.) 당시에는 신랑이 소득이 없었고 저만 소득이 있는 상황에 무리하게 결혼 하느라 추가 대출이 어려워 월세로 시작했습니다. 관련글은 이전글에서!
장점 : 일단, 시댁에서 함께 살다가 분가했다는 것만으로도 감격! (쿨럭;) 첫 신혼집으로 오피스텔이 참 좋아보였고, 실제로도 좋았습니다. 가구나 가전을 따로 장만하지 않아도 몸만 바로 들어가면 됐으니 말이죠. 세탁기, TV, 붙박이장, 아래 층엔 따로 커뮤니티 시설이 마련되어 있어 오피스텔 집 내부에만 머물지 않고 커뮤니티 시설을 적극 활용해 신랑과 데이트를 즐겼습니다.
단점 : 7평 남짓한 공간이 월세 65만원이었으니 비싸다는 생각이 많이 들었어요. 거기다 관리비도 만만찮았습니다. 새벽마다 종종 찾아오는 남자손님이 계셨어요. 오피스텔이 이런 (불법적인) 용도로 쓰일 수도 있다는 것을 그 때 깨달았습니다. -.- 하필, 남편도 없을 때 이상한 아저씨들이 여러번 벨을 눌러 무서워서 어서 이사가고 싶다는 생각 밖에 들지 않았어요.
그래도 아이가 없을 때 신혼으로 신랑과 둘이 시작하기엔 좋은 곳 같아요. 아이가 생기고 나니 7평 남짓한 공간은 확실히 너무 좁더군요. ㅠㅠ
두번째 신혼집. 옥탑방 보증금 500만원 + 월세45만원. 관리비 5만원. (자기자본 + 신용대출) / 부동산을 공부하다
본격적인 내 집 마련을 위해 검색 또 검색에 돌입합니다. 일단 기본적인 자기자금이 없기 때문에 오피스텔 보증금을 줄일 필요성이 있었어요. 그럼 그 보증금 일부를 빼서 어떻게 할까요? 제일 좋은 방법은 청약이지만, 청약 당첨 확률이 낮다면 '언젠간'을 되내이며 저축해야지- 라는 생각을 하기 보다는 현재 상황에서 가진 돈을 탈탈 털어서 살 수 있는 집을 사는 것이 낫다고 생각되었습니다.
옥탑방에 500만원 보증금에 월세로 살기 시작합니다. 이 집을 굳이 이 가격에? 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열악한 환경이었습니다. 그래도 참아야죠. 다음 단계로 가기 위해서.
수도권 내 강남과 접근성이 좋은 곳으로 분양권이 있는지 찾아보기 시작했습니다. 청약 안되니, 피 주고 분양권을 사야겠다고 생각했어요. 피 100만원을 주고 제2의 강남이라 불리는 판교와 접근성이 좋은 아파트 분양권을 매수했습니다. 분양권은 매수할 때의 프리미엄(피)과 계약금 외에는 추가 부담금이 없어 접근이 가능했습니다. 중도금에 대한 이자만 내며 2년을 버텨야 합니다.
장점 : 옥탑방으로 이사를 오니 오피스텔의 좀처럼 감당되지 않던 보증금과 월세가 줄어 어느 정도 금전적으로 삶의 여유가 생겼어요. 게다가 수시로 이불을 밖으로 들고 나가 자외선을 쐴 수 있도록 널어 두었습니다. (하지만 이 역시, 미세먼지가 나쁜 날은 안되는;)
거기다 초초초역세권이었어요. 아마 사진만 보고도 어딘지 아시는 분들은 아실거에요. 마음 먹으면 걸어서 2분 안에 도달 가능할 그런 초 역세권인데다 서울의 중심과 가까워 교통망이 좋았습니다.
단점 : 구옥의 옥탑방이라 그런지 바퀴벌레가 수시로 드나들었습니다. 제 손에 죽어나간 바퀴벌레 수만 어마어마해요. 나무로 된 창문이라 단열이 전혀 되지 않아 여름이면 너무 더웠고, 겨울이면 너무 추웠습니다. 아이를 키우기엔 너무 좋지 않은 환경이었습니다. 거기다;;; 둘째 임신까지;;;
자, 이제 배불뚝이 임산부가 2살 아이를 안고 5층 옥탑방까지 어떻게 올라갈 것인가를 연구해야 합니다. 덜덜덜.
세번째 신혼집. 전세 2억1천만원. (전세자금대출 90% + 자기자본 + 신용대출) / 대출을 공부하다
장점 : 당시 시중은행에서 특판으로 나온 전세자금대출 90% 상품을 활용해 전세집을 구했습니다. 출산 직후, 두 아이를 데리고 오르락 내리락 하기 막막했는데, 신축 빌라에 엘리베이터가 있어 너무 좋았습니다. 엘리베이터 만세! 그리고 역시, 빌라이긴 하지만 새 집이라 너무 좋았습니다.
보통 전세자금대출은 80% 한도로 나옵니다. 본인이 전세자금대출을 80% 받아도 대출 한도가 되지 않아 신용대출을 추가로 끌어 쓰거나 제2금융권을 알아 보는 경우가 많은데, 그보다 한도를 좀 더 주면서 나오는 제1금융권 은행 특판도 알아보세요. 대출 이자율이 0.X% 높아지더라도 한도가 부족하다면, 한도를 더 주는 금융권을 이용하는 것이 답일 수 있습니다. 아이가 없었다면 아마 오피스텔이나 옥탑방에서 살면서 돈을 더 모으고 굴렸을 것 같아요.
아이가 있다 보니 한도를 더 받더라도 좀 더 깔끔하고 여유 있는 집으로 이사해야 겠다는 생각이 컸습니다.
이사를 여기저기 다니면서 제일 먼저 확인하는 것이 전기세 입니다. TV수신료 때문인데요. TV가 없었던지라 바로 전화를 해서 TV수신료를 제외 시켰어요. 그래서 매월 납부하는 전기세는 늘 4천원을 넘지 않았습니다.
단점 : 신축빌라는 새 집이라 좋았으나, 실 사용 평수는 옥탑방보다 좁다고 느껴졌습니다. 태풍이 지나간다고 뉴스에서 시끄럽게 떠들던 그 날, 창문을 꼭 꼭 닫고 안심하고 있던 찰라 빌라 천장에서 물이 새어 옷장이며 옷까지 흠뻑 젖었습니다. 뒤늦게 천장 보수를 해 주셨어요.
이로 인해 옷장에 곰팡이가... ㅠ_ㅠ
여기서 짚고 넘어가야 할 부분. 신축 빌라는 최소 2년은 지난 뒤, 입주하세요. (최소 봄-여름-가을-겨울을 겪어보고 집이 이상 없는지 확인 후) 신축이라고 좋은 것만은 아니에요.
상권 내에 위치한 빌라이다 보니 바로 옆에 있는 배달대행 업체에서 발생하는 오토바이 소음으로 깊이 잠을 자야 할 첫째, 둘째 아기를 생각하니 무척 미안했어요. 다행히 미리 사 두었던 분양 아파트 입주 시점이 되어 바로 전세자금대출을 상환하고 네번째 현재의 신혼집으로 이사를 오게 되었습니다.
네번째 신혼집. 분양가 3억. (주택담보대출 60% + 자기자본 + 신용대출) / 주식을 공부하다
좀처럼 시간이 흐르지 않는다고 생각했는데 어느 새, 2년이 지나 입주 시기가 다가왔습니다. 분양하여 입주하게 되면 일반적인 주택담보대출 개념이 아닌 잔금대출로 진행이 됩니다. 연계되어 있는 금융권을 이용하면 보다 저렴한 이자율을 적용받게 되기도 하고 일반 주담대보다 저렴한 편이라 좋아요. 가지고 있는 자금이 있다고 하더라도 저리로 돈을 빌릴 수 있으니 무조건 빌려야죠. 그리고 굴려야죠. (대출은 나쁘기만 한 것이 아닙니다)
장점 : 브랜드 아파트의 신축이라 만족도가 높습니다. 주차장에서 아파트까지 엘리베이터로 모두 이어져 있어 아이들을 데리고 오가기 편하고 외부 위험요인(이상한 아저씨가 갑자기 벨을 누른다던지)도 차단되어 좋습니다. 집 안에서 엘리베이터를 호출 하는 기능은 정말 신세계였어요. (신축 아파트는 처음이라...;;) 결혼하면서 살았던 어떤 집보다 거주하기 너무 좋습니다. 음. 그래도 가장 큰 장점은 근로소득보다 빠른 자산 증가 속도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분양가 대비 많이 올랐거든요.
단점 : 우리 부부의 직장은 서울임에도 불구하고 경기도 외곽으로 나왔습니다. 출퇴근 시간으로만 1시간 30분 정도가 소요 됩니다. (요즘은 코로나 19로 인해 재택근무가 병행되고 있어 그나마 다행이죠) 아이들이 커 감에 따라 더 큰 평수로 갈아 타고 싶은 욕심이 생깁니다.
내 집 마련에 성공했으나, 이 집과 물려 있는 대출이 있습니다. 주택담보대출은 60% 이나, 이 외의 신용대출도 있죠.
이 대출을 근로소득으로만 메울 수 있을까요? 절대 불가능할거에요.
그래서 시작한 것이 자산 굴리기 입니다. 빼낼 수 있는 자금은 모두 빼내어 주식에 투자했어요. 주식이라고 해서 이상한 테마주, 각종 증권 방송가에서 떠드는 주식. 그런 것엔 관심도 없고 얼마나 허황된 건지 잘 알고 있습니다. (제가 회사에서 하는 일이 관련 일이라;)
제가 투자한 주식은 상위 우량주에요. 어느 누가 들어도 알만한 주식. 쉽게 삼성전자, 삼성전자우, SK하이닉스, 엘지화학... 이런 주식 말이죠. 20% 수익, 35% 수익 기록 중입니다. 코로나19로 정부에서 돈을 푼다는 이야기를 듣고 농담 삼아 코스피 지수 3000 돌파 예상되니, 난 어깨쯤인 2900에서 팔게~ 라고 신랑에게 이야기하기도 했었어요. 실제 일부는 욕심을 내려 놓고 2020년을 마감하며 일부 매도 했습니다. (지수가 2900 가까이 많이 올라왔죠)
어느 종목의 주가가 오르나요? 라는 질문은 초보 질문. 왜 전체적인 코스피 지수가 오를까요? 라는 질문을 던진다면, 그나마 조금 공부하신 분. 이 상황에서 혹시 금리 인상 가능할까요? 라는 질문을 던진다면, 좀 더 배우신 분.
부동산이건, 주식이건 공부하세요! 저도 열심히 공부하고 있어요.
그리고 꼬박 꼬박 돈 벌어서 저축하고 있어요- 악착 같이 아끼고 있어요- 가 아니라, 꼬박 꼬박 돈 벌어서 어떻게 이 돈을 굴릴지 계속 생각하는 것이 중요한 것 같아요. 돈이 없어도 악착같이 그 방법을 파고 들다 보면 분명히 방법을 찾을 수 있는 것 같아요.
그러고 보니 5년 간 총 4번을 이사했네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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