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창원과 신창원의 한 끗 차이, 엄한 부모는 좋은 부모일까

신랑과 연애를 할 때부터 많은 대화를 나누었지만, 아이의 교육에 있어서도 많은 부분이 통하였고 일치했다. 그래서 신랑과 나는 일명 '요즘 부모'라고 하기엔 좀 많이 엄격한 편이다. 눈물, 콧물 쏙 빼놓는다는 표현이 맞을 정도로...

맞벌이 부부인지라 두 아이의 어린이집 및 유치원 등하원을 친정 어머니의 도움을 받고 있다. 

"제자리에 둬. 그건 축복이, 행복이 물건이 아니잖아. 어서!"

평소에 그렇게 소리 치거나 엄하게 하지 않는데 친정 엄마에게 불편을 드리면 안된다는 생각이 큰건지, 어찌되었건 어른 앞이니 더 예의 바른 아이였으면 하는 욕심 때문인지 두 아이에게 자꾸 소리쳤다.

"예쁘게 앉아서 밥 먹어야지. 왜 가만히 있질 못하고 자꾸 움직여! 예쁘게 앉아."

밥을 먹다가 물컵에 있던 물을 쏟았는데 평소 집이었다면 '괜찮아. 다음에는 조심하자!' 하고선 물컵부터 빨리 치웠을텐데, 우리집이 아닌 곳에서 그렇게 물을 쏟으니 민폐라는 생각에 아이에게 소리쳤고 아니나 다를까. 둘째는 으앙- 하고 울음을 터뜨렸고, 첫째는 왜 동생을 울리냐며 따라 울었다. 친정 엄마는 더 바빠지셨다. 내가 울린 두 아이를 달래느라.

"난 널 그렇게 키우지 않았는데, 넌 왜 아이들에게 별 것도 아닌 일에 소리를 지르고 혼내니? 아직 어리잖아. 밥 먹다가 물 쏟을 수 도 있지. 치우면 되잖아. 다음부턴 조심하자고 주의를 주면 되지. 왜 애를 울려?"

정곡을 찔린 듯 했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 곰곰이 생각해 보았다. 집에서 물을 쏟았다면 그렇게 소리 지르거나 혼내진 않았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친정 엄마에게 폐를 끼치는 것 같아 나름 신경을 쓴다고 더욱 엄하게 두 아이를 대한 건데 되려 부작용만 생긴 느낌이다.

신랑과 함께 두 아이를 재우고 '차이나는 클라스-질문 있습니다' 방송을 우연히 보게 되었다. 초반부터 보지는 않았지만,  범죄심리학자 표창원이 '표창원과 신창원의 차이'라는 주제로 이야기를 하는데 무척 흥미로워서 집중해서 보았다.

 

희대의 탈옥수 신창원은 표창원은 한 끗 차이다

 

 

신창원은 1989년 강도살인으로 무기징역을 확정받았다. 이후 교도소를 탈옥해 도피행각 벌여 대한민국을 떠들썩하게 만들고, 재검거 된 후 22년 6개월 형을 받았다. 워낙 온 세상을 떠들썩 하게 만든 범죄자라 신창원을 모르는 국민은 없을 것이다. 이런 신창원의 첫 범죄는? 

다름 아닌 수박 서리. 과수원 서리로 인해 소년원을 가게 되었다고 한다. 신창원은 어려서 어머니를 여의고 홀아버지 밑에서 자랐다. 어머니의 사랑을 받지 못한 신창원에게 아버지는 매우 엄격했다. 작은 실수도 용납하지 않았다. 중학교 2학년 때 수박 서리로 아버지에 의해 경찰서로 끌려간 후 소년원에 보내졌다. 

신랑과 나는 종종 그런 이야기를 했다. 공부를 못하는 건 용서할 수 있으나, 거짓말을 비롯한 나쁜 행동에 대해서는 자식에게 엄격한 잣대를 드리밀고 싶다고 말이다. 그게 비록 귀한 내 자식이라 할 지라도 잘못한 행동을 했다면 당연히 처벌을 받는 것이 맞다는 생각이 컸다.

'부모가 엄하게 행동하지 않으면 아이가 버릇이 없고 기준을 세우지 못해 잘못된 길을 갈 수 있다'라는 게 신랑과 나의 생각이었다. 신창원의 아버지 역시, 우리와 같은 생각을 가지고 있었던 것 같다. 신창원은 수박 서리 하나로 아버지 손에 끌려 경찰서로 그리고 소년원으로 갔다. 신창원은 그의 가족은 물론, 이웃에게도 손가락질을 받았다. 어느 누구도 좋은 말을 건네주지 않았다. 그가 기댈 곳은 소년원에서 만난 선·후배들만이 유일했을 터.

표창원 또한 어린 시절 환경이 가난하고 불행했으나 어떤 상황에서도 감싸 주는 부모님이 계셨고, '다 잘될 거야' 덕담을 해 주는 이웃이 있었다. 

아이가 기대어 쉴 수 있는, 인정해 주고 사랑해 줄 수 있는 가족이나 이웃이 있었다면, 나쁜 행동을 멈출 수 있지 않았을까. 오로지 소년법 폐지만이 청소년 범죄를 낮출 수 있다고만 생각했던 나의 생각을 확 바꿔준 강연이었다.

소년원에서 징역살이가 끝난 아이는 경찰에 의해 가정으로 돌려 보내지지만 아이들의 일부 부모는 '너 같은 자식은 둔 적 없다.', '없는 자식으로 칠게.'라며 아이를 다시 내몬다고 한다. 

덜덜덜.

아이 존재 자체를 부정하는 느낌. 아이가 갈 곳을 잃으면 폭력 조직에서 조직원으로 스카웃. 미래의 폭력 조직원 양성 과정이다. 다른 의미로 미래의 또 다른 범죄자 양성 과정. 

청소년 범죄 기사 댓글을 보다 보면 자식이 잘못 큰 것은 대부분 자라온 환경과 부모가 아이를 '오냐오냐' 키워서 자식이 저 꼴이 난 것이라는 식의 이야기를 종종 듣는다. 문득, 대부분의 사람들이 '엄한 부모'를 '좋은 부모'라고 착각하고 있는 듯 하다. 

방임하고 있다가 자식이 죄를 저지르고 돌아오면 '넌 내 자식 아니다!' 엄포를 놓으며 엄하게 하는 것. 그런 엄한 부모가 좋은 부모인가? 오냐오냐 하는 부모는 차라리 처음부터 자식에게 관심이라도 가지지. 

신랑과 나 또한 표창원의 강연을 보며 '아차' 한 것은 두 아이에게 엄하게 가르치니 아이들이 바르게 클 것이라고 착각한 것이다. 엄하게 가르치는 것이 올바른 가르침은 아니다. 아이에겐 충분한 사랑과 인정을 주며 엄하지 않더라도 충분히 좋은 방식으로 아이를 가르칠 수 있다.

'부모로서 자녀를 어떻게 키울 것인가'에 대해 다시금 생각해 보는 좋은 계기가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