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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유수유 고집, 누구를 위한 것이었을까

· 댓글개 · 버섯공주

자연분만으로 첫 아이를 낳아 산부인과에서 1주, 그리고 산후조리원으로 이동하여 2주 정도 내 몸을 돌보고 간호사님, 간호조무사님의 도움으로 아이를 케어하는 법을 배웠다. 포동포동하게 살이 오른 아이의 얼굴을 보며 이제 정말 산부인과에서나 산후조리원에서 도움을 주셨던 분들의 손을 떠나 이제 오롯이 나만이 아이를 책임지고 키우게 되겠구나- 나도 이제 엄마다! 라는 감개무량함을 느끼며 산후조리원을 나왔던 기억이 아직 생생하다. 산후조리원을 나서며 볼 빵빵한 아기 얼굴을 보며 엄마를 닮았느니, 아빠를 닮았느니... 

그리고 그 날 못지 않게 태어난 지 2개월이 지나 축복이를 데리고 소아과에 갔다가 펑펑 울며 나왔던 그 날의 기억 또한 아직 생생하다. 내가 모자라서 그렇다는 둥, 무식하면 용감하다는 둥...

연애 결혼을 하고, 임신을 하기까지. 신랑이나 나나 아이를 좋아하는 타입이 아니었던터라 아이에 대한 관심 또한 현저히 낮았다. 하지만 배가 점점 불러오고 초음파 영상 속 아이가 조금씩 사람의 형상을 갖춰감에 따라 배가 불러오는 것만큼이나 어마어마한 모성애가 자라나고 있었다.

"난 꼭 모유를 먹일거야. 모유수유 할거야."

신랑에게 난 가슴도 작은 편은 아니니, 모유가 잘 나올거라며 모유수유를 하겠노라 큰 소리를 뻥뻥쳤다. (가슴 크기와 모유량은 무관하다) 어느 누구도 모유수유를 강제하지 않았다. 하지만 모유수유는 엄마가 당연히 지켜야 하는 의무처럼 느껴졌다.

"요즘 다들 그냥 분유 먹이잖아. 안그래? 모유가 더 좋은데 말이야."

분유를 먹이는 엄마들에 대한 비난의 목소리. 본인이 편하고자 모유가 아닌 분유를 먹이는 것 아니냐며 분유를 먹이는 엄마는 이기적이고 나쁜 엄마인 듯한 시선과 말투. 회사 내 싱글인 남자 팀장님의 이야기를 들으며 나도 모르게 모유 수유를 하면 좋은 엄마, 모유 수유를 하지 않으면 나쁜 엄마라 선을 긋고 있었는지 모른다. 

"모유 먹여라. 모유가 좋댄다."

아버님의 손자 사랑. 모유를 먹여야 똑똑하다나?

"엄마들이 별 것도 아닌 일에 유난을 떨어서 말이야. 그리고 요즘 엄마들이 좀 편하냐. 일회용 기저귀도 있고. 옛날이야 면 기저귀를 썼으니 힘들었지."

싱글 남자 팀장님이 요즘 엄마들은 별 것 아닌 일에 유난을 떤다는 말을 하곤 했다. 팀 내 유일한 여자직원이었던지라 팀장님께 그런 이야기를 들을 때면 '나는 그러지 말아야지.' 라는 생각을 했다. 유난 떠는 엄마는 되고 싶지 않았다. 별 것 아닌 일에 소스라치게 놀라, 아이보다 엄마가 더 놀래선 병원으로 뛰어가는 일은 하고 싶지 않았다. 

그리고 포털사이트 뉴스기사 속 댓글에 등장하는 '맘충'이라는 표현에 나도 모르게 몸이 움추러 들었다.

난 그런 엄마가 되고 싶지 않아! 난 그런 엄마가 되지 않을 거야!

왜 '엄마'라는 좋은 단어를 그렇게 비하하여 표현할까. 정말 사회적으로 물의를 일으키는 몇몇 엄마들이 있겠지만, 굳이 '맘충'이라는 단어를 만들어 비하해야만 했을까. 사회적 통념에 어긋나지 않는 엄마가 되기 위해 신경을 참 많이도 썼다. 그러면서 은근 '나는 그런 엄마가 아니야!' 라고 그들과 선을 긋고 싶었는지도 모른다. 

산부인과에서 자연분만 이후, 줄곧 잠을 줄여가며 모유수유를 고집했다.

엄마들이 편하려고 가는 곳이 산후조리원 아니냐는 편견에 맞서고 싶었다. 출산 직후부터 밤잠을 줄여가며 일정 시간 간격으로 모유를 먹였다. 

멋진 엄마가 되고 싶었다. 좋은 엄마가 되고 싶었다.

 

평균에 한참 미달했던 축복이

축복이가 태어난지 두 달이 지나갈 무렵, 소아과를 찾았다.

"어머니. 축복이 모유 먹나요?"
"네!" (자신감 충만)
"분유는 전혀 먹이질 않구요?"
"네!" (걱정 반)
"하루 소변량 확인 안하세요?"

"소변량이요?" (두려움 반)
"하루에 아기가 보는 소변량이 어떻게 되나요?"
"글쎄요. 그냥. 적당히 소변을 보긴 보는데. 하루에 여러번." (당황)
"어머니, 잠은 좀 주무세요? 식사는 제때 하세요?"
"네... 뭐. 적당히."

머리가 새하얘졌다. 무슨 문제지. 소변, 대변 잘 보는데 뭐가 문제지? 방광이 안좋나? 대장이 안좋나?

"이 정도면 기아만도 못한 수준이에요. 기저귀를 들어보고 가늠을 하셔야죠. 탈수 증세까지 올 뻔 했어요. 요즘 분유도 모유 못지 않게 잘 나와요. 어머니가 수면도 부족하고 먹는 양이 적은데 젖양이 충분하겠어요? 모유량이 충분하지 않은데, 모유만 고집할 게 아니라 분유로 충당하거나 그러셨어야죠. 얼마나 배고팠겠어요. 아기가 자주 울거나 보채지 않던가요?"

모유를 고집하며 밤잠을 줄여가며 아이를 잘 돌보고 있다고 생각했던 내게 소아과 선생님의 말씀은 비수가 되어 꽂혔다. 더워서 잘 못자는 줄 알았다. 기저귀가 축축해서 잠을 잘 못자는 줄 알았다. 아니었다. 배가 고파 더 자주 우는 것이었다. 먹이고 먹여도 엄마의 젖량이 충분하지 않아 아기는 배가 고파 운 것이다.

나 스스로 밤잠을 줄여가며 아이를 잘 챙긴다고 생각했던, 모유만 고집했던 엄마의 욕심이 결국 아기도 나도 서로를 더 힘들게 했다는 생각에 한참을 울었다. 무식하면 용감하다고...

옆에서 신랑이 괜찮다고 다독이는데도 그 어떤 위로의 말도 내겐 들리지 않았다. 아이를 위한답시고 한 내 행동이 결국, 내 이기심이자 욕심이었다는 생각에 너무 괴로웠다. 

둘째를 낳고 난 이후에는 첫째 때처럼 모유만을 고집하지 않았다. 나의 모유량이 부족할 수 있음을 인지하고 미리 유축기로 젖양을 가늠해 보고 아이를 먹이고 부족하다 싶으면 분유로 충분히 보충했다.

첫째와 비슷한 시기의 둘째 행복이, 상당히 우량하다

같은 시기의 두 아이의 사진을 보고 있으면 너무나도 상반됨을 알 수 있다. 둘째는 누가 봐도 튼튼하고 우량해 보이는 반면, 첫째의 사진을 보면 이제서야 눈에 보인다. 그 시기의 아기치고 얼마나 작고 야위었는지. 소아과 선생님이 다그치실만 했다.

그 땐 초보 엄마라 너무 몰랐고 서툴렀다. 모르고 서툴수는 있으나, 모르고 서툴면 '전문가'에게 조언을 구하는 것이 맞다. 첫째 때는 처음이라 서툴러 잘 몰랐지만 둘째 행복이를 낳고 키우면서야 깨달았다.

주위 사람들의 시선이나 이런 저런 이야기에 휘둘리지 않고 '전문가'에게 조언을 구하고 내 방식으로 내 아이에게 맞게 키우는 것이 가장 옳다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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