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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고추가 아파요 - 다섯살 아들 고추에 염증이? 귀두포피염

· 댓글개 · 버섯공주

오늘 유치원 첫 등원. 긴급 보육으로 가는 둥 마는 둥 하다 드디어! 오늘 개학을 했다. 사실, 이태원 발 코로나 재확산 조짐으로 마음이 그리 편하지 않다. 맞벌이 부부로서 아이를 맡길 곳이 마땅치 않으니 힘든 것 또한 사실이나, 그렇다고 이렇게 아이를 보내도 되나- 싶은. 뉴스에 유치원 개학을 너무 크게 떠들어서 더 이상 재택근무의 '사유'가 사라져 버렸다.

셔틀버스를 태워 보내는데 마음이 참 짠했다. 셔틀버스 타기 전, 코로나 의심환자일까 봐 선생님 앞에서 체온계로 아이의 열을 재고 직접 정상 범위임을 확인한다. 그리고 마스크를 잘 착용한 후 탑승. 셔틀버스에 타고 있는 아이들이 모두 마스크로 무장하고 있다. 눈만 겨우 보일 뿐, 아이들의 표정이 잘 읽혀지질 않았다. 마찬가지로 셔틀버스에 타고 있는 아들이 나를 보고 손을 흔들지만, 내 표정이 혹여 마스크 때문에 안 보일세라 열심히 눈웃음을 지어 보였다. (눈웃음치지도 못하는데)

"축복이 어때? 잘갔어?"
"응. 잘 갔어."
"고추 아프대? 오늘은 어떻대?"
"응. 괜찮대."

아들을 셔틀버스에 태워 보내고 나니, 곧바로 아들 고추 걱정에 신랑에게서 전화가 왔다.

주말이면 종종 시댁으로 놀러 가는데 지난 주말, 시댁 어른들이 축복이를 유심히 보더니, 왜 자꾸 고추를 만지냐고 하셨다. 그러게요... 왜 자꾸 고추를 만질까요... 대수롭지 않게 넘겼던 그 일이. 그다음 날은 예민하게 다가왔다.

코로나로 인해 늘 마스크 신세

"축복아, 왜 자꾸 고추를 만져?"
"음... 그게..."
"아파? 아니면 가려워?"
"아... 아니. 안 아파."
"아프면 말해. 병원 가야 돼."
"주사 맞으러?"

다섯 살 아들의 시원치 않은 대답. 그리고 마지막 '주사'에 포인트가 맞춰진 듯한 쐐 한 느낌. 

"축복아, 걱정 마. 아파도 주사는 안 맞아. 그냥 약만 바를지도 몰라. 다시 말해봐. 아파?"
"응. 아파. 그런데, 아프다고 하면 엄마가 걱정하잖아."
"아니지. 아픈데도 안 아프다고 그러면 엄마가 더 속상하지."

축복이가 주사를 맞을까 봐 꽤나 겁이 났던 모양. 아픈데도 숨겼나 보다. 그때부터 열심히 인터넷 검색을 하기 시작했다. 아무래도 이건 '귀두포피염'인 듯하다. 인터넷 정보에 따르면 평소 아들의 고추를 까서(?) 뒤집어서(?) 씻어주라는 이야기가 나와 신랑에게 물었다.

내가 같은 여자라 딸을 잘 아는 것처럼, 신랑도 아들과 같은 남자로서 동성이니 당연하게 잘 알거라 생각했던 것 같다.

"고추 어떻게 까? 까는 법 좀 알려줘. 연고 어디에 발라?"
"왜 그래... 나도 기억이 안 나. 포경수술 하기 전이잖아. 어렸을 때 기억이 나질 않아."

포경수술 전의 고추를 본 적 없는 나와 기억이 나질 않는다는 신랑의 이상한 대화. 아들의 고추를 보며 진심으로 걱정하는 신랑의 표정에 웃음이 절로 터졌다.

신랑은 정말 전-혀- 몰랐다. 포경수술 하기 전의 고추 모양도 기억나질 않고 이렇게 뒤집어서 씻어주라는 이야기도 처음 듣는다고 한다. 하하; 나 또한 내 아들임에도 내 아들의 고추를 자세히 본 적이 없다. 이 날, 고추가 아프다는 아들의 이야기에 굉장히 섬세하게 조심스레 아들의 고추를 바라본 것 같다.

연주하는 아들과 딸, 제일 행복하다!

나름 책 읽는 것도 좋아하고 나름 이런저런 육아서적을 많이 봤다고 생각했는데, 어디에도 아들 고추 씻기는 법이나 고추 다루는 법에 대한 이야기는 없었다. 하아... 나 참. 딸이야, 내가 같은 여자이기도 하고 엄마로부터도 산부인과에서도 항상 많은 이야기를 들었던 터라 배변을 하고 나면 바로바로 씻기고 생식기와 항문이 가까운 곳에 위치하고 있기에 더욱 신경 쓰곤 했다. 아들은, 밖으로 나와 있으니 더 위생적이지 않나. 소변을 보고 씻겨주라는 이야기는 처음 듣는데?

염증이 심하면 진물에 고름이 나온다는 이야기를 접하고 곧바로 소아과로 향했다. 소아과에서는 다행히 염증이 심하지는 않아 항생제 처방(먹는 약)까지는 가지 않고 연고만으로 가능하다고 이야기를 해 주었다.

에스로반 연고를 처방 받았다

그리고 가장 궁금했던, 인터넷으로 접한 아들 고추를 까서 씻어야 되냐는 질문에 의사 선생님은 그렇게 하지 않고, 소변 후, 소변 찌꺼기가 쌓이면서 염증을 유발하는 것이기에 평소 잠들기 전에 샤워기로 가볍게 고추 끝부분만 씻어주면 된다고 하셨다. (까기 금지 - 깠다가 세균이 더 들어갈 수 있어 감염 위험성이 높아진다고 함)

연고는 어떻게 발라야 하냐는 질문에 고추를 살짝 까서 면봉으로 바르면 된다고 하셨는데 또 어디서부터 어디까지 어떻게 까야하는지 몰라 시범을 요청했다. 그렇게 내 아들의 고추는 여기저기 까이고 있었다. (응?)

난 어디서 주워들은 걸까. 남자는 고추가 밖으로 나와 있어 안쪽에 위치한 여자보다 더 위생적이고 깔끔하다는. 말도 안 되는 논리로 포경 전, 아들의 고추를 제대로 씻겨줄 생각을 하지 못했다. 그저 샤워할 때 씻겨주는 것으로 충분할 거라 생각했다. 몸만 제대로 씻겨주었지, 아들의 고추를 세세하게 씻겨줄 생각은 하지 못한 것이다. 

고추가 아프다고 한 지 오늘로서 3일째. 유치원을 등원하는 아들의 컨디션이 좋아 보여 다행이었다. 여자 아이들의 생식기가 안쪽에 위치해 있어 염증이 잘생기고 주의를 좀 더 기울여야 된다고 생각했지, 포경수술 전 남자아이들의 생식기 또한 포피에 덮여 있기 때문에 염증이 잘생긴다는 생각은 미처 하지 못했다.

고추가 아프다는 아들을 데리고 소아과를 다녀오고 나서야 알았다. 국내 육아서적의 업데이트가 필요하다. 아들의 고추에 관한. -_-;; 왜 포경수술 전 아들의 고추 관리법에 대한 이야기가 없는가!

아들 고추 염증으로 꽤나 놀랐지만, 다행히 염증이 심하지 않고 연고만 3일 정도 바르면 된다고 하니 안심이다.

앞으로 아들에게 훈련시켜야 할 몇 가지. 

- 쉬 하고 나면 탈탈 털기

- 혹시 또 고추 아프면 꼭 엄마에게, 아빠에게 말하기 (숨기는 건 나빠!)

- 자기 전 고추 씻고 자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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