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 그가 길을 가다 고등학생 내지는 대학생으로 보이는 한 낯선 남자를 만납니다.
"저기, 2천원만 빌려주세요."
"네? 무슨..."
"죄송해요. 제가 지금 현금이 하나도 없어서... 차비가 없어서..."
"아, 그러시군요. 어쩌죠? 제가 천원짜리가 하나도 없네요."
"아, 천원짜리가 하나도 없으세요? 그럼, 만원만 빌려주세요"
"아... "
"네? 무슨..."
"죄송해요. 제가 지금 현금이 하나도 없어서... 차비가 없어서..."
"아, 그러시군요. 어쩌죠? 제가 천원짜리가 하나도 없네요."
"아, 천원짜리가 하나도 없으세요? 그럼, 만원만 빌려주세요"
"아... "
다소 머뭇거려 졌지만, 망설이다 그에게 만원을 건네 줍니다.
"제가 A마트에 근무 중이에요. 제가 꼭 갚을게요. 현금이 없어서 다음주에 월급을 받으니까 그때 꼭 드릴게요. 제 핸드폰 번호는 ***-****-****입니다."
"아, 넵. 알겠습니다."
"아, 넵. 알겠습니다."
그 자리에서 핸드폰 번호를 서로 확인하고 번호 교환을 합니다. 다소 어려 보이는 그 남자분의 근무처와 더불어 핸드폰 번호까지 확인하고 나니 더욱 의심할 이유가 없다는 생각이 듭니다. 나름 다급한 사람을 도와줬다는 생각에 웬지모를 뿌듯함도 밀려 옵니다.
이렇게 겪은 이야기를 여자친구에게 들려 줍니다.
"이렇게 되서 내가 만원을 빌려줬는데, 다음주에 갚는다고 했어."
"미쳤어? 만원을 왜 빌려줘? 그냥 '나도 현금 없다'고 하고 안빌려주면 되잖아"
"아, 그러려고 했는데, 상당히 급해 보이더라구"
"미쳤어? 만원을 왜 빌려줘? 그냥 '나도 현금 없다'고 하고 안빌려주면 되잖아"
"아, 그러려고 했는데, 상당히 급해 보이더라구"
여자친구는 아는 이도 아닌, 낯선 이에게 만원을 건네주었다는 사실에서 화가 납니다.
다음 날, 여자친구는 만원을 돌려주기로 약속한 날이 되어도 돈이 입금되지 않자, 그 핸드폰 번호로 전화를 겁니다.
"죄송합니다. 제가 가불한 돈이 있어서 그걸 메꾸고 카드값도 나가고 이것저것 공과금 내고 나니 현금이 또 없네요. 다음주에 꼭 갚을게요."
만원이 없다니?! 여자친구는 이 황당한 상황 속에 돈 갚을 때까지 독촉 전화를 할 거다, 그렇지 않음 마트로 찾아가겠다, 라는 말을 남기고 전화를 끊습니다.
서울 시내에서 여기저기 오가는 사람을 붙들고 "2천원만 주세요. 차비가 없어서요." 라고 한다면, 그리고 그런 사람이 하루에 10명 이상만 되더라도 최소 2만원, 만약 천원권이 없어 만원권으로라도 그렇게 챙긴다면 더욱 그 액수는 커지겠죠.
실화인가 의심스러울 만큼 황당한 이 이야기를 들으며 저도 모르게 낯선 이가 다가오면 일단 의심부터 하는 제 자신을 돌아보게 되고 한편으론 의심할 수 밖에 없는 현실에 다소 씁쓸하기도 합니다.
여러분은 어떠세요?
이 장소를 Daum지도에서 확인해보세요.
서울특별시 강남구 역삼1동 | 강남역 2호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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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정말 급한 사람도 있지만...대부분 그걸로 먹고 사는 사람도 많아요.
직접 확인한 경험이 있는데.....버스정류장에서 저한테 두번이나 그러다 딱 걸렸지요.
인상 한번 팍~~~ 쓰니까....슬그머니 가더라구요.
특히 여성분들은 조심하셔야 합니다.~~~~~
Reply:
사용자 버섯공주 address modify / delete reply
아- 준코님도 경험이 있으시군요. 의외로 이렇게 먹고 사는 사람도 있나 봅니다. 준코님에게 딱 걸리셨다니...
저도 이런 일을 겪게 되면 자연스레 인상 팍- 이 될 것 같아요. 댓글 감사합니다. ^^
Reply:
기브코리아 address modify / delete reply
죄송합니다. 준코님 다음부터는 조심하겠습니다. ^^;
Reply:
못된준코 address modify / delete reply
엥??? 기브님..뭐가 죄송하다는???
여기까지 오셔서....저를 약올리시는 거??? ㅎㅎㅎㅎ
Reply:
사용자 버섯공주 address modify / delete reply
ㅋㅋ 못된준코님과 기브코리아님이 그런 사이?!
예전엔 정말 이런 사람들이 역이나 버스터미널에 많이 있었죠.^^;
지금은 뭐 다들 아는 뻔한 수법이라 벌이가 시원찮은지 잘 안보이더군요.
Reply:
사용자 버섯공주 address modify / delete reply
반갑습니다. 인디아나밥스님.
맞아요. 예전엔 많이 접했던 것 같은데, 저도 최근엔 겪은 바가 없네요. 많이 없어진 것도 같아요 ^^
몇년 전 김포공항 역에서 부산까지 가야 하는데
멀쩡한 여자가 비행기 요금이 부족하다고
5천원만 그냥 달라고 하더군요~
Reply:
사용자 버섯공주 address modify / delete reply
흠. 그 여자분의 의도는 무엇이었을까요? 정말 돈이 없어서? ^^;
저런 사람들 참 많더군요.
차비가 없다고 하면 전 제가 내줄테니 가자고 하면 그냥 가더군요 ㅋㅋㅋ
Reply:
사용자 버섯공주 address modify / delete reply
오. 그런 방법도 있군요!
화가나서 매일 전화하는 여자친구분은 평범한 사람...
만원을 선뜻 빌려주신 남자분은 특이하게 선량하고 순진한 사람...
차비 2천원이 없다고 했으면서 1만원을 빌려간 인간은 몰염치한...
대충 이렇게 보이네요... ㅎㅎ 저렇게 착한 남친 옆에서는 속터질 것 같다는..;;
Reply:
사용자 버섯공주 address modify / delete reply
저도 솔직히 제 남자친구가 저런다면, 잔소리 정말 많이 하게 될 것 같은... ㅎㅎ
음, 저도 여자친구님처럼 없다고 하고 안빌려주기는 합니다..
제가 차가운건지 세상이 차가워진건지 원.. ^_^
Reply:
사용자 버섯공주 address modify / delete reply
하하 그쵸? >.<
저도 가끔 제가 차가운건지 세상이 차가워진건지 헷갈릴 때가 많습니다.
햄톨대장군 address modify / delete reply
아..정말 내가 내줄테니 같이가자..좋은 방법이군요
담엔 저도 저방법을 써봐야겠어요 ㅋ
Reply:
사용자 버섯공주 address modify / delete reply
그쵸? 정말 좋은 아이디어- ^^
저는 서울은 아니고 부산역에서 그런 분이 계셔서 안쓰러운 마음에 얼른 지갑을 열었는데 옆에서 다른 사람들이 말린 적이 있습니다.
그 분이 매일같이 부산역에서 그렇게 차비를 달라고 하는 분이라고;;;;;
시골에만 살다가 나름 대도시 부산에 놀러 갔다가 새로운 세계를 경험했던 기억이네요.
Reply:
사용자 버섯공주 address modify / delete reply
반갑습니다. 클로로포름님. ^^
부산역에서 그런일이 있었군요.
매일 같이 부산역에서 차비를 달라고 하는 분이라;; ㅎㅎ
정말 비슷한 경험이네요.
클로로포름님의 마음이 참 따뜻한 것 같아요. 바로 안쓰러운 마음에 지갑을 여시다니. 새삼 저의 차가운 마음이 부끄러워집니다. >.<
Reply:
클로로포름 address modify / delete reply
앗, 아니에요;;;;;
저도 그때는 어리고 그래서 그랬던 거고요..
지금은 세상의 때가 타서 매정해졌죠;;;;;
Reply:
사용자 버섯공주 address modify / delete reply
하하^^ 그쵸. 세상의 때가... ㅠ_ㅠ
꽁냥꽁냥 address modify / delete reply
실제로 본적 잇어요
지하철 역에서 친구랑 같이 가는데
어떤 아저씨가 지나가는 사람들한테마다 2천원 달라고
왜 하필 2천원일까요?
무서워서 혼났네요
얼른 도망갔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