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화하다 자주 싸우는 커플에게 추천하는 대화법, '돌려말하기'
남자친구와 연애를 하며 서로에게 암묵적으로 약속한 것이 욕이나 비속어는 쓰지 않는 것이었습니다.
"응. 나도 오늘 뺑이치고 이제 들어가."
"응?"
"응? 못들었어?"
"뺑이? 뺑이쳐? 뺑이친다는 게 무슨 뜻이야?"
남자친구와 통화를 하다 들은 '뺑이치다' 라는 말.
보통 생소한 말을 들어도 나름 추론을 해 그 말의 뜻을 이해하려 하는데, 뺑이치다는 한자어도 아닌 것이 영어도 아닌 것이 그 뜻을 통 감을 못잡겠더군요. 느낌은 마치 허탕치고 간다는 것 같기도 하고요. 잠시 뺑이치다에 대한 뜻을 고민하다 남자친구에게 그 뜻을 물었습니다.
"응. 몰라. 언젠가 한 번 들어본 적은 있는 것 같은데 정확하게 그 뜻을 모르겠어."
'뺑이치다' 의 뜻을 모른다는 말에 남자친구가 혼자 한참을 웃더군요. 군대에서 사용하는 말이라며, 힘든 일로 고생했을 때 이런 표현을 쓴다고 합니다. (아, 난 군대를 다녀오지 않아서 모르는건가! -.-)
딱히 욕어나 비속어는 아닌데 '뺑이치다'는 어감이 그리 좋게는 들리지 않았습니다.
서로에게 쓰지 않기로 약속한 욕설이나 비속어는 아닌 것 같은데 말이죠. 속으로 남자친구에게 이거 어떻게 쓰지 말자고 말하지… 고민하다가…
"뭐야… 너 오늘 야근 했다며?"
"응. 그러니까 나도 뺑이친거지. 나 오늘 뺑이쳤어. 그런데 내일도 뺑이칠거 같애. 모레도."
"아니야. 그럴 때 쓰는 말 아니야."
여자친구가 '뺑이친다'는 표현을 쓰니 그리 좋게는 들리지 않았는지 남자친구가 뺑이치다는 말을 쓸 수 있는 요건을 하나 하나 알려주었습니다.
"그럼 나 다음에 박스 10개 옮기고 뺑이쳤다고 말하면 되는 거야?"
"…아, 아니. 땀도 뻘뻘 나야 돼. 가벼운 박스는 안돼. 아주 무거운 박스. 그리고 적어도 박스 들고 여러 번 왔다 갔다 해야 돼."
"왜 자꾸 요구 조건이 많아져? 이 요구 조건 맞추다가는 '뺑이쳤다'고 말 못하겠네.나 그럼 언제 '뺑이쳤다'고 말해?"
"…응. 그냥 쓰지 마. 나도 안 쓸게."
남자친구와 고작 '뺑이치다'라는 이 말 하나로 꼬리에 꼬리를 물듯 한참동안 이야기를 나누고 웃었습니다. 서로에 대해 그만큼 잘 알고 이해하고 있다는 뜻이죠.
이전 같음 "왜 그런말을 써? 이상해! 쓰지마!" 라고 직설적으로 톡 쏘아 말하고 남자친구는 "이 말이 어때서? 다들 쓰는 말이야. 너 좀 이상하다?" 라고 되받아치며 다퉜을지도 모를 일입니다.
실제 연애 초기, 무심코 내뱉은 남자친구의 비속어를 듣고 깜짝 놀라 쓰지 말라고 이야기를 했다가 다툰 적이 있습니다. 그 대화를 요약하자면, '욕 하지마!' >> '난 실수야!' >> '암튼 앞으론 그런 비속어는 쓰지마!' >> '한 번 실수한 거 가지고 참' >> '뭐라고?' 의 과정이라고나 할까요? ㅠ_ㅠ
그러고 보니 말 한마디 지기 싫어하던 우리 커플이 이젠 서로에 대해 너무 잘 알아서 적당히 돌려 표현하고 그런 과정도 즐길 수 있게 되었네요. 오... 대단한 발전인걸요? ^^;;
보통 연애 초기에는 그렇지 않지만, 연애 기간이 길어짐에 따라 애인에게 직설적으로 말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너 오늘 옷 스타일이 그게 뭐야?' 라던지, '세수는 하고 나온 거냐?'는 식의 말로 감정을 상하게 하거나 심지어 상대방이 신경써서 선물한 도시락에도 '진짜 맛없다'는 거침없는 표현으로 속상하다는 커플 사연을 자주 듣습니다.
보통 일상의 대화를 나누다 자주 싸우는 커플의 공통된 점이 상대방과 친하고 편하다는 이유로 너무 쉽게 내뱉고, 직설적으로 이야기를 한다는 점입니다. 이번 기회에 평소 대화를 나누다 자주 다투는 편이라면 혹 자신의 대화법이 너무 직설적이지 않은지 아님, 상대방의 직설적인 화법에 덩달아 직설적으로 되받아치고 있진 않은지 돌아보면 좋을 듯 하네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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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 커플들을 보면 만나기만 하면 싸운다고 하는데
이 글을 꼭 보리거 해야겠네요
주말 잘 보내시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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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용자 버섯공주 address modify / delete reply
감사합니다. ^^ 온누리님도 즐거운 주말 되세요! ^^
ㅎㅎ 군대에서 정말 많이 씁니다
저도 군대에서 뺑이치다라는 말을 배웠습니다.
군대 갔다온지가 벌써 12년~13년차가 되는데 예전 생각 나네요 ㅎㅎ
재미있게 잘 보다가 갑니다^^
블로그에 재미있는 글들이 많네요^^ 자주 놀러오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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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용자 버섯공주 address modify / delete reply
순진한 소년이 군대에 가서 나쁜 말을 배워오는 군요! 버럭! (쿨럭
재미있게 봐주셔서 감사해요. ^^
좋은글 잘 보고 갑니다 ~ ^^
왠지 알콩달콩 좋아 보이는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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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용자 버섯공주 address modify / delete reply
앗. 그런가요. ^^ 감사합니다.
오랜만에 찾아뵙습니다. 잘 지내셨지요?
말 한마디가 싸움의 발단이 되는 경우가 참 많더라고요. 가까울수록 더 조심해야 할 말도 있는 것 같고요.
한 주 마무리 잘하시고, 즐거운 주말 보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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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용자 버섯공주 address modify / delete reply
맞아요. 말 한마디가 정말 중요한 것 같아요. ^^ 풀칠아비님, 잘 지내시죠? ^^
ㅎㅎ 군대에서 사용하는 말을 여자친구에게 아무렇지 않게 썼으니
당황하실 수 밖에요.. 버섯공주님 참 현명하신 듯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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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용자 버섯공주 address modify / delete reply
군대에서 사용하는 말이라는 것도 처음 알았답니다. ^^
widow7 address modify / delete reply
뺑이친다는 말 앞에는 한 음절이 빠져있습니다. ♬뺑이친다는 말에서 생략된 겁니다. 너무 힘들어서 '그 물건'이 빠질 지경이다, 라는 허풍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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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용자 버섯공주 address modify / delete reply
그렇다고 하더라구요. 정말 몰랐던 사실이에요. ㅠ_ㅠ
정말 힘들었을때 격하게 표현한 말인데..
연인간에 대화법도 잘 익혀둬야 겠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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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용자 버섯공주 address modify / delete reply
^^ 그쵸?
비속어를 이런식으로 줄일수 있겠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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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용자 버섯공주 address modify / delete reply
순간적으로 대처를 잘해야 될 것 같아요. ^^ 힘들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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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밀댓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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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용자 버섯공주 address modify / delete reply
♥
아 이렇게 지혜로운 버섯공주님~~오늘도 한수 배우네요 ㅎㅎ저도 다음에 꼭 한번 배워보고싶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