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솔직히 구두를 좋아하지 않습니다. 대학생활을 하면서도 늘 운동화나 스니커즈를 즐겨 신었습니다. 그런데 직장생활을 하면서 부득이하게 평상시 즐겨 입던 캐쥬얼복에서 벗어나 정장을 입고, 운동화에서 벗어나 구두를 신게 되었는데요.
처음엔 뒤꿈치가 매번 까져서 얼마나 고생했는지 모릅니다. 이제는 익숙해 질 법도 하건만, 여전히 힘겨워 하고 있습니다. 특히, 지하철 계단을 내려갈 때면 스릴이 넘치다 못해 무섭기까지 합니다.
'혹시 누가 뒤에서 밀면 어떡하지'
'눈에 미끌어 지면 어떡하지'
이런 저런 생각도 그 짧은 사이에 지나가기도 하는데 말이죠. 하지만, 이 하이힐의 존재가 신는 당사자뿐만 아니라 그 주변 이들에게도 굉장히 무서운 존재가 될 수 있음을 이번에 뼈저리게 느꼈습니다. -_-;;
퇴근길, 붐비는 지하철.
이미 더 이상 한 발짝도 발을 들여 놓을 수 없을 만큼 지하철은 가득 찼건만, 다행인지 불행인지 제 의지와 상관없이 떠밀리다시피 지하철에 몸을 실을 수 밖에 없었습니다.
"거기 뒤에 자리 많구먼. 어이, 학생. 더 들어가 보라고."
다음 정류소에서는 보다 많은 사람들이 내리길 기대하며 서 있는데, 막상 다음 정류소에서 문이 열리자 더 많은 사람들이 타더군요. 그 와중에 눈에 확 띄는 빨간 코트의 어여쁜 그녀. 같은 여자지만 예쁜 여자를 보면 절로 눈이 갑니다.
우지끈. 헉!
너무 순식간에 일어난 일인데다 발을 부여잡고 아파하기엔 발을 들 공간도 없는. 비좁은 지하철.
'악' 소리 지를 새도 없이 순식간에 ㅠ_ㅠ
저의 엄지를 있는 힘껏 내려찍은 빨간 코트의 그녀는 도도한 표정으로 긴 머리카락을 매만지며 제 앞에 섰습니다. 전 아파서 훌쩍이고 있는데 그녀는 아는지 모르는지 너무나도 태연한 표정으로 그저 너무 예쁘기만 한 그녀입니다. -_-;
지금 제 왼쪽 엄지 발가락은 이틀이 지났음에도 발톱 주위로 여전히 시퍼렇게 멍들어 있습니다. 구멍이 나지 않은 게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아직까지도 엄청 아픕니다. (인증샷이라도 올릴까 하다 심히 시각적으로 민폐를 끼치기 싫어 생략합니다)
"농담으로라도 그런 말 하지마. 밟혀 봤어? 얼마나 아픈데…" ㅠ_ㅠ
저의 뾰족한 뒷굽에 처절하게 짓밟혔을 수많은 발가락에게 심심한 위로의 말씀을 전합니다. ㅠ_ㅠ
오늘의 포스팅, 결론 따윈 없고 그저 하이힐에 찍혀 아프다는… (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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