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의 매일 같이 만나 함께 데이트를 하는 사이이건만 연말이면 바빠지는 제 업무 특성상, 12월이 되어서는 남자친구를 만날 시간적 여유가 없어 많이 쫓겼던 것 같습니다. (지금도 쫓기고 있습니다 ㅠ_ㅠ)
그러다 어제 모처럼 만나 데이트를 즐겼습니다. 개인적으로 가장 좋아하는 계절을 꼽으라면 겨울을 꼽습니다. 이상하게도 제가 누군가를 사랑하고 연애를 했던 때는 모두 겨울이었던 터라 나름 겨울에 대한 환상을 가지고 있는 듯 합니다. 지금의 멋진 남자친구를 처음 만났던 때도 겨울이었고, 남자친구가 태어난 계절도 겨울이니 말입니다.
흐- 하지만 겨울이 가장 좋은 이유는 아무래도 붙어 있기 좋은 계절이기 때문이지 않을까 싶습니다. 꺅! (워- 워- 오늘은 연애 카테고리가 아니니 자중하고)
남자친구와 모처럼의 데이트를 하고 한껏 들 뜬 기분을 안고 경쾌한 발걸음으로 집으로 돌아가는 길. 평상시 퇴근 시각엔 꽤 붐빌 법도 하지만 붐빌 시간이 아님에도 꽤 많은 사람들이 꼬깃꼬깃 지하철에 올라 타 있었습니다. 저 또한 냉큼 빈틈을 보고서 발을 디뎠습니다.
'사람들이 왜 이렇게 많지. 빨리 집에 가고 싶다.' 이 생각 하나만 머릿속을 메우고 있었던 것 같습니다.
많은 사람들과 뒤섞여 집으로 돌아가던 길, 제 옆에 있던 한 여학생이 자꾸만 제 어깨 너머를 보는 것 같기에 노선표를 확인하니 제 뒤편에 있는 문이 열릴 차례더군요. 내리려고 준비를 하나 보다 싶어 최대한 길을 내어주기 위해 바짝 옆으로 붙어 섰습니다. 그리곤 곧이어 지하철 열차가 예정된 다음 정류장에 도착해 제 뒤편 문이 열렸습니다.
여학생이 빨리 내리길 바라며 바짝 붙어 서 있는데, 순간 내려야 할 여학생이 제 옆으로 서서는 제 어깨 쪽으로 손을 뻗기에 움찔했습니다. 순간적으로 왜 눈을 감았다 떴는지 -_-;; 전 겁이 그리 많지 않은데 말이죠. (순간적으로 그 학생이 한 대 칠 거라 생각한 건지;;)
"아, 안떨어지네. 왜 안떨어지지. 아, 됐다! 떨어졌어요!"
제 어깨 너머로 손을 뻗어 제 어깨 쪽에 붙어 있던 머리카락을 떼어 내며 내리더군요.
제가 입고 있던 하얀 코트 위에 제 까만 머리카락 한 올이 빠져 있는 것을 보곤 계속 신경 쓰고 있었나 봅니다. 솔직히 저도 지하철이나 버스에서 오가며 이와 유사한 상황에서 낯선이의 어깨에 붙은 머리카락을 떼어줄까 말까 고민한 적이 상당히 많습니다. 이 여학생은 생각만 하다 정류장에 도착해 내리면서 실천으로 옮긴 셈이죠.
솔직히 제가 움찔할 만큼 위협적인 상황도 아니었고, 그리 놀랠만한 상황이 아니었습니다. 그럼에도 순간적으로 여학생의 행동에 방어태세를 갖춘 제가, 스스로 생각해도 참 우습더군요. 덕분에 그 여학생에게 고맙다는 말이나 미소를 보이기는 커녕 당황한 표정만 역력하게 드러낸 것 같습니다.
이런 저런 사건사고가 많아 지다 보니 저의 큰 간덩이도 심장도 작게 쪼그라 들었나 봅니다. -_-;;
집으로 돌아오는 길, '내가 왜 그랬을까' '왜 그렇게 겁먹었을까' '여학생에게 고맙다고 말했어야 되는데' 이런 저런 소심한 생각만 가득 안고 돌아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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