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직히 제가 자란 저희 집 가정분위기는 상당히 가부장적이었습니다.
남동생이나 오빠가 없는데다 집안이 다소 가부장적인 분위기가 강하다 보니 아버지의 "물"이라는 말에 어머니가 물을 챙기고, "밥"이라는 말에 어머니가 밥을 챙기는 모습을 너무나도 당연하게 생각해 왔던 것 같습니다. 그런 모습을 오래 봐 오다 보니 가정일은 당연히 여자가 하는 일이라는 생각도 강했던 것 같습니다.
짜파게티 광고 속 "오늘은 아빠가 요리사" 라는 장면을 볼 때에도 '과연 저런 아빠가 있을까?'라고 생각하기도 했었습니다.
"오늘은 내가 요리사"
그 뿐 인가요. 개그콘서트의 '대화가 필요해'라는 개그코너를 보며 겉으로는 웃었지만 속으로는 상당히 공감하며 재미있게 봤습니다. "예전의 우리 집 모습인데?" 라며 말이죠.
솔직히 대부분의 가정이 저희 집처럼 다소 딱딱하고 가부장적인 분위기 일거라 생각했는데 성인이 되고 서울에서 대학생활을 하면서 보다 많은 지역의 사람들과 대화를 나누고 보다 많은 연령층의 사람을 만나면서 대다수의 가정이 그렇지 않다는 것을 알게 된 것 같습니다.
그리고 결정적으로 지금의 남자친구를 만나면서 그런 고정관념이 제대로 깨진 것도 사실입니다.
남자가 설거지 하면 이상하다- 의 문제가 아니라, 남자친구가 집안에서 외동아들이다 보니 어느 집보다 귀하게 커왔을 거라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주위에서도 "단 하나 밖에 없는 귀한 아들이니 곱게 자라 왔을 테지. 연애만 해. 그런 사람과 결혼하면 꽤나 힘들다." 라는 말을 많이 들었으니 말이죠.
그리고 평소처럼 커피숍에서 만나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다 '결혼'에 대한 이야기가 나왔습니다. 결혼에 대한 이야기만 나오면 1시간이건 2시간이건 그 주제에 맞춰 꽤나 많은 이야기를 나누곤 합니다.
서로에게 바라는 사항이나 구체적인 결혼계획도 세우다 보면 시간이 후다닥 날아가더군요.
"조준?"
"응. 조준."
"아, 조준!"
"무슨 말이야?"
"오빠를 보니까 역시, 가정 교육이 중요하다는 생각이 드네. 나도 만약 아들 낳으면 '우리 아들, 우리 아들' 할 게 아니라 조금은 강하게 키워야겠다. 그래야 오빠처럼 멋진 남자로 클 거 아니야."
"아, 집안일 시키려고?"
"응!"
"과연?!"
"응? 과연?"
아마도, 남자친구의 마지막 '과연' 이라는 표현은 그런 점을 염두하고 내뱉은 말인 듯 합니다.
결혼 후, 어떤 아내가 될 지, 아이에겐 어떤 엄마가 될 지 사뭇 궁금해 지는 오늘입니다. +_+
'지금은 연애중' 카테고리의 다른 글
연인 사이, 속마음 읽고 말하기 (13) | 2011.04.18 |
---|---|
‘개만도 못한 남친?’ 남자친구 속마음을 듣고 나니 (14) | 2011.04.11 |
남자친구가 있어도 없는 척 하던 그녀 (25) | 2011.03.09 |
밥만 잘 먹더라 VS 죽어도 못 보내 (16) | 2011.03.07 |
연애를 통해 사회생활을 배우다 (16) | 2011.03.0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