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밥만 잘 먹더라 VS 죽어도 못 보내

· 댓글개 · 버섯공주

밥만 잘 먹더라 VS 죽어도 못 보내

주말을 이용해 오랜만에 만난 선배 언니. 저보다 나이도 5살이나 위인데다 30대 후반을 달려가고 있는 터라 사회생활을 하는 데 이런 저런 조언을 많이 해주고 있어서 매번 만날 때마다 제가 얻는 것이 참 많은 것 같습니다. 그러고 보면 서로 알고 지낸 지, 10년이 훌쩍 넘었는데도 여전히 가깝지만은 않은 언니인 것 같아요. 언니라는 느낌보다 선배라는 느낌이 더 강하다 보니 여전히 존칭어를 사용하고 있어요.


"오랜만이네. 잘 지냈어?"
"그러게요. 정말 오랜만에 보는 것 같아요. 언니도 잘 지내셨죠?"


서로의 안부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다 결혼에 대한 이야기가 나눠 이야기가 연애로 이어졌습니다. 그러다 남자친구와 헤어졌다는 선배 언니의 말을 들었습니다.


"그렇게 이별하고 나서도 노래 가사처럼 밥만 잘 먹더라. 무척 힘든데도 직장생활 잘만 하더라. 그런 내 모습을 보면서 마음이 참 짠한 거 있지. 그렇게 좋아했는데도 '죽어도 못 보내' 가 아닌 '밥만 잘 먹더라' 가 되어 버리니. 이게 30대의 사랑인가?"


밥만 잘 먹더라 VS 죽어도 못 보내


"헤어진 남자친구는 내가 4만큼 기대했다면 7만큼의 행복을 안겨줬어. 당시엔 그게 당연한 거라 생각하고 별 감흥이 없었는데 헤어지고 나니까 참 서글프더라. 분명 이렇게 이별했지만 다시 사랑하겠지. 나 또한 다시 새로운 사랑을 하게 될 것이라는 것에 대해선 조금의 의심이 없어. 다만, 이제 다시 사랑하게 된다 하더라도 난 4가 아닌, 그보다 낮은 2만큼 기대하게 될 것 같아. 그리고 상대방 또한 나의 기대치에 미치지 못할 것만 같아서. 내 말은 상대방의 조건을 본다는 말이 아니라, 적당히 타협하고 적당히 사랑하게 될 것 같다는 말이지. 상대방의 영역과 나의 영역을 적당히 조절하고 적당한 간격을 두고 사랑하게 되는. 이젠 더 이상 이전처럼 열렬히 사랑하지 못할 것 같아서, 그게 너무 안타까운 거야."


나이가 들면 들수록 상대방에 대한 기대치가 점점 줄어들고 내 사랑에 적당히 타협하게 되는 것 같아서 아쉽다는 선배 언니의 말.


이젠 적당히 타협하고 적당히 사랑할 것만 같다는 언니의 말이 묘하게 들렸습니다. 그러고 보면 10대, 20대에는 '죽어도 못 보내' 라는 노래 가사처럼 정말 지금의 이 사랑이 끝인 것처럼 열렬히 사랑하는 것 같고, 나이가 들면서 사랑의 이런 저런 아픔을 경험해 보면서 '죽어도 못 보내' 가 아닌, '밥만 잘 먹더라'가 되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그 동안 난 나쁜 남자만 자꾸 만나는 것 같아서 너무 속상하고 힘들었는데, 가만히 생각해 보면 그 이유가 상대에게만 있는 건 아니라는 생각이 들더라. 이전엔 누구든 나에게 다가 오면 '너, 어차피 나랑 하룻밤 어떻게 하려고 다가오는 거잖아?' 라는 마음으로 상대방을 대했고. 분명 그게 어떤 형식으로든 상대방에게 전달이 되었을 거라 생각해. 그런 마음을 가지고 있고, 그런 생각을 가지고 있는데 상대방이 나에게 진심으로 다가올 리가 없지. 헤어진 남자친구에게 너무 감사한 건 내가 '남자'에 대해 가졌던 부정적인 생각을 깨뜨려줬다는 것. 이전엔 알지 못했던 진짜 사랑하는 법을 알려주고 떠난 것 같아."


헤어진 남자친구에 대해 원망이나 하소연이 아닌, 나에게 플러스 알파가 되어준 사람이라며 너무 고마운 마음이 크다는 언니의 말을 들으니 사랑이 사람을 변화시키는 구나. 라는 생각이 들기도 했습니다. 그렇게 남자에 대해 부정적이고 남자는 모두 여자를 성적인 대상으로만 여긴다고 이야기 하던 언니였는데 말이죠.  


정확히 헤어진 이유에 대해 자세히 물어볼 수 없었지만, 모든 것을 준 남자친구 쪽에서는 아쉬움 없이 뒤돌아 떠난 반면, 준 것에 비해 받은 것이 너무 많은 언니의 입장에서는 너무 아쉽고 안타깝다는 말을 연신 하더군요.


"헤어지고 나니 못해 준 것만 생각나고, 못되게 군 것만 생각나. 있을 때 잘하라는 말이 정말 실감 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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