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년 전, 겨울까지만 해도 무척이나 아끼고 좋아하던 시츄가 저희 집에 있었습니다. 말로는 강아지, 시츄라고 표현하지만 속마음은 정말 가족과도 다름 없었죠. 5년 이상을 함께 해 왔으니 말이죠.
악수, 앉아, 기다려, 안돼, 어디 가자, 가져와 등등 '척' 하면 '척' 하게 알아 듣고 이해하는 캔디(시츄 이름)를 보며 무척이나 신나 하기도 했습니다. 사람의 형태만 갖추지 않았을 뿐 사람과 다를 바 없다는 생각이 참 많이 들었습니다.
시츄 : 캔디
그러던 어느 날, 가족과 같은 캔디를 잃고 얼마나 애태웠는지 모릅니다.
"왜? 어쩌다가?"
"인터넷 수리 해 주는 아저씨가 문을 열어 놓고 가는 바람에, 그 틈으로 따라 나가버렸어."
"헉!"
그렇게 캔디를 잃어버리고 여러 곳을 알아 봤지만 결국 찾는데 실패하고 2년이 지난 지금은 지인 중 한 분이 피치못할 사정으로 키우지 못하게 되어 7살이 된 요크셔테리어를 데려와 키우고 있습니다. 혹여 다시 애견을 키우게 된다 하더라도 유기견을 데려와 키울 생각이었던 터라 시기적으로 잘 맞았던 것 같습니다.
"응. 캔디야. 이전에 키우던 캔디처럼 이 아이도 활발해."
요크셔테리어 : 캔디
7살이 훌쩍 넘은 동명이견 캔디를 키우게 된 사연을 듣고 있던 남자친구가 당시의 이야기를 해 주더군요.
함께 전단지를 붙이고 이곳 저곳 강아지를 함께 찾으러 다니는 동안에도 저는 온 신경이 강아지를 찾는 데만 초집중 상태였던 터라 옆에서 함께 찾아 주는 남자친구에 대한 고마움 조차 제대로 표현하지 않았던 것 같습니다.
늘 가까이에 있으니 당연하게 생각하다가 잃어버리고 나서야 애태운 것처럼, 전 또 다른 실수를 하고 있었던 건 아닌지 돌아보게 되더군요. 나름 남자인지라 속 좁은 남자로 보이기 싫어서 '아닌 척' 하는 때도 있다는 남자친구의 솔직한 말에 다시금 고개를 끄덕이며 남자친구 입장을 이해하게 되더군요.
그래도 그냥 그 때 바로 말하지 그랬냐는 제 말에 '그래도 나 남자잖아' 라는 말을 하며 머쓱한 웃음을 보이는 남자친구를 보니 더욱 안쓰러워 꼬옥 안아주었습니다.
솔직히, '바로 말하지 그랬냐'고 했지만, 만약 강아지를 잃어버렸던 당시에 남자친구가 즉각적으로 제게 이런 말을 했더라면 전 어떻게 받아 들였을까요? 5년간 키우던 강아지를 잃어버려 상심이 컸던 터라 남자친구가 아무리 너그럽게 말했다 할지라도 싸움으로 이어졌을지 모를 일입니다. (분명 싸움으로 이어졌을거에요;;;)
충분히 서운하고 저에게 화가 날 법한 상황에서도 표현하지 않고 묵묵히 기다려준 남자친구가 대단하게 느껴집니다. 세상에 둘도 없는 소중한 남자친구인만큼, 저도 남자친구처럼 순간적으로 느끼는 감정을 즉각적으로 표현하기 보다 한 번 더 남자친구 입장을 헤아리려고 노력해야 할 것 같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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