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의 같은 시각, 분주한 아침 출근길에 마주하는 다양한 사람들.
하지만 이러한 생활이 5년 여간 지속되면서 출근길에 오가며 익숙한 얼굴을 자주 보게 됩니다.
개인적으로 상대방의 변화에 무딘 편이다 보니 소소한 변신에 재빨리 눈치채지 못하는 편입니다. 저와 반대로 조그만 액세서리 변화에도 냉큼 파악하셔선 "예쁘네" 라는 센스 있는 멘트를 던져 주시는 분들도 많긴 하지만 말이죠. (이러한 센스는 사회생활을 하는데 상당히 플러스 요인이 되는 듯 합니다)
분주한 출근길, 몇 달 전부터 같은 열차, 같은 칸에 함께 타는 눈에 띄는 한 여성분이 있었습니다. 그리고 전 좀처럼 상대방의 변화에 눈치를 잘 못 채는 편인데 언제부턴가 확 바뀐 그녀의 패션에 인지하지 않으려 해도 자연스레 기억하게 되더군요. 평소 통 넓은 청바지에 티셔츠 차림으로 다니시던 분이었는데 언제부턴지 갑작스레 패션과 더불어 전체적인 스타일이 확 바뀌셨더군요.
흰 블라우스와 검정 스커트, 검정 누드 스타킹, 그리고 검정 구두. 이 검정 구두의 밑바닥은 빨간색으로 처리된 구두.
비슷한 구두를 찾아 보니, 이런 구두가… 대충 감은 오시리라 생각됩니다.
+_+ 저도 같은 여자입니다만, 이것저것 이상하게 눈 여겨 보게 됩니다.
(남자보다 여자가 더 여자를 눈 여겨 본다는 말이 결코 그저 나온 말은 아닌 듯 합니다)
'스타일 하나로 섹시하게 변신한다' 는 말에 좀처럼 공감하지 못했습니다만, 출근길 마다 만나는 이 여성분을 보며 묘하게 참 섹시한 스타일이다- 혹은 참 여성스러운 스타일이다- 라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한 때는 통 넓은 청바지에 다소 축 늘어진 티셔츠 차림으로 다니던 분이었는데 그렇게 스타일이 확 바뀌고 난 이후로는 '정말 스타일 하나로도 사람이 저렇게 바뀔 수도 있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리곤 이내 '섹시한 여자' '여성스러움의 초절정' 이라는 확고한 시각으로 그녀를 바라보기 시작했습니다.
헌데, 어제 일이 터졌습니다.
어제 출근길에 직장동료를 만났는데 그 직장동료와 같은 학교 동기더군요.
너무나도 얼떨결에 함께 만나 인사를 나누는 자리를 갖게 되었네요. 이렇게 마주보고 인사를 하고 이야기를 나누게 될 줄은 꿈에도 몰랐는데 말입니다.
사람이라는 것이 한번 그 사람에 대한 첫인상을 각인하게 되면 그 첫인상을 깨는 것이 결코 쉬운 일이 아니라는 것을 다시금 절실하게 느꼈습니다.
그녀의 조그만 행동 하나하나에도 '섹시한 여자' 라는 각인된 시선으로 인해 좀 더 그녀의 다른 모습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좀처럼 그러한 모습을 받아 들이지 못하니 말입니다.
그렇게 한참 동안 이야기를 나누고 좀 더 편해 지다 보니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하다 알게 된 놀라운 사실.
공대를 나와 남성분들과 어울려 함께 새벽이며 밤늦게까지 IT 기술지원업무를 하고 있다는 사실에 흠칫 놀란데다 – 너무나도 고와 보이셔서 예상치 못했다고나 할까요 - 이미 결혼까지 하고 딸과 아들이 있다는 사실에 또 한번 놀랬습니다. 나이는 스물여덟로 저와 동갑인데 말입니다.
사람과 사람이 처음 만났을 때 시각적인 외모는 2초, 말하는 소리까지는 7초 만에 첫인상이 결정된다는 연구결과가 있었습니다.
그만큼 사람의 첫인상의 영향력은 어마어마합니다. 단시간에 그 첫인상이 결정되기도 하구요.
"실은, 3개월 전쯤에도 뵌 적 있었던 것 같아요. 그땐 티셔츠에 면바지 즐겨 입고 다니셨던 것 같은데"
"맞아요. 그때가 둘째 아이를 낳은 지 얼마 안되던 때였어요. 스타일이 많이 바꼈죠?"
스타일.
좀처럼 "스타일 하나로 사람이 바뀐다"는 문구에 대해 순전히 저건 하나의 광고성 문구에 불과해- 라던 저의 다소 퍽퍽한 생각을 한번에 깨뜨려준 만남의 자리였습니다.
더불어 스쳐지나가는 생각은 나이가 들어감에 따라 더욱 자기관리를 소홀히 하지 않고 잘 해야 겠구나- 라는 것입니다. 너무 뜬금없는 결론인가요?
자신만의 스타일을 만들어 나가는 것. 스타일을 바꾼다 혹은 패션이 어쩌구- 그러한 대화 주제 자체를 하나의 너무나도 큰 사치로만 여겼던 것 같습니다.하지만 곰곰히 생각해 보면 결코 하나의 사치로만 여길 것은 아니네요. 과하지 않다면, 자기 자신에 대한 정당한 투자가 될 수도 있는 것인데 말이죠.
사람이 사람을 보는 것. 결코 그 사람의 외모(겉모습)만으로 모든 것을 어림짐작 할 수 없다는 것. 그리고 외모나 스타일은 얼마든지 바뀔 수 있으며 변화 가능하다는 것. 어제의 뜻밖의 만남을 통해 얻은 교훈이네요.
출처 : 태연의 친한친구
'나를 말하다 > 일상 속 소소한 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300원을 주고 산 병아리가 애완닭이 되기까지 (25) | 2010.03.26 |
---|---|
직장인이 되고나니 시간의 소중함을 절실히 느껴 (13) | 2010.03.18 |
소매치기 현장을 직접 목격하다! (22) | 2010.03.02 |
“공부랑 일만 하다 뒈지겠네” 어리게만 보았던 동생의 수첩에는 (10) | 2010.03.02 |
[강북구 수유동] 시츄 여아를 찾습니다- (17) | 2010.02.1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