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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북구 수유동] 시츄 여아를 찾습니다-

퇴근 직 후, 지금 이 시각까지 밖을 헤매다 들어왔습니다. 5년이라는 시간동안 함께한 저의 여동생을 잃어버려서 말이죠. 바로 저의 막내 동생 캔디랍니다. (시츄죠)

잃어버리게 된 계기도 너무 황당합니다.

이사를 하게 되면서 인터넷 이전신청을 한 것이 늦게서야 접수가 되어 오늘 오후 5시쯤 인터넷 업체 기사가 방문했습니다. 설치를 이것저것 하다가 인터넷 선이 말썽이라며 옥상으로 올라가 선을 확인해 봐야겠다며 나갔는데 집 현관문을 열어 둔 채로 올라간거죠. 그리고 그 사이 시츄가 문 밖을 나갔나 봅니다.
어머니 혼자 계셨던터라 (어머니 연세가 많으시니) 곧이어 뒤따라 가질 못했고, 인터넷 기사 아저씨가 따라 나섰으나 결국 놓쳤다며 그냥 오셨다고 하더군요.
훌쩍이며 말씀하시는 어머니가 안타까워 나름 긍정적인 방향으로 이야기를 하려 한 것이 화근이 되었나 봅니다.

"캔디가 멀리 가진 않았겠지."
"아저씨가 차를 타고 여기저기 다녔는데도 안보였다고 하더라."
"아저씨 실수이기도 하니까 이야기 해서 보상금이라도 받아야 겠다."
"넌 너의 자식을 잃고 그 보상금을 받으면 마음이 편하냐?"
"..."
"손수 키운 자식은 어느 누구도, 어떤 돈으로도 대신할 수 없다."



어머니에게는 어느 누구도 대신할 수 없는 귀한 막내 딸로 크게 자리 잡았었나 봅니다. 물론 저나 동생에게도 막내 동생으로 크게 자리 잡고 있지만, 감히 어머니의 그 큰 마음과 비할 바는 아닌 것 같더군요.

동물보호관리시스템을 통해 분실신고를 하고 강북구청 관할 협회인 한국동물구조관리협회 분실견 찾기에 등록을 했습니다. 그 외 기타 애견 관련 카페에 가입하여 분실견으로 등록을 했습니다만, 이만 저만 걱정이 아니더군요.

회사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 직접 만든 전단지를 출력하여 30여장 정도를 수유역과 미아역 인근에 잔뜩 붙였습니다. 군데 군데 동물병원과 애견샵에 양해를 구하고 전단지를 붙이기도 하구요.

헌데, 그전에는 보이지 않던 보신탕 전문점이 눈에 띄는걸까요? 
보신탕 전문점 바로 옆에 우두커니 서 있는 전봇대에 전단지를 붙이면서 마음이 짠하더군요. 이게 무슨 경우인가- 싶기도 하구요. 
한쪽에서는 사람의 먹잇감으로 강아지가 죽어가고, 저는 우리와 함께 동고동락한 가족과 같은 강아지를 찾고자 이렇게 한 겨울에 나와 이리저리 헤매고 있으니 말이죠. 

캔디를 만나게 된 계기도 애초 강아지를 키울 의향이 없었으나 저와 동생이 대학생활로 인해 서울로 올라오면서 홀로 지방에 남아 쓸쓸히 계시는 어머니를 위해 안겨드린 선물이었죠. 
조금이나마 덜 외로우셨으면 하는 바람에서 말이죠. 
갱년기라고나 할까요. 언제부터인지 부쩍 외로움을 많이 타고, 우울증 증세를 호소하셨던 어머니가 캔디와 함께 지내면서 점차적으로 우을증이 호전되고 많이 웃으셨습니다. 

"우리 애기" 라고 이야기를 하시며 캔디와 함께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고 웃으시는 모습에 저와 동생 또한 상당히 기뻤구요. (어떤 때는 너무 캔디만 챙긴다 싶어 질투도 하곤 했지만 말입니다) 아버지가 계시지 않으니, 캔디가 저렇게 우리의 몫과 아버지의 몫을 대신해 보다 많은 큰 웃음을 어머니에게 선사해 드리는 구나- 라고 생각했었습니다. 

그런 한 가족이었던 캔디를 잃고 나니, 어머니의 눈에서는 눈물이 마르질 않네요. 

2월 16일 오후 5시경, 수유역 5번 출구쪽 주택가에서 잃어 버린 이후 아직까지 누구도 캔디(당시 노란색 패딩점퍼를 입고 있었습니다)를 보았다는 사람이 없네요. 날씨가 추운데, 어디에서 어떻게 지내고 있는건지...
"반려견이 아니라, 제 가족입니다" 라는 글귀를 어디에선가 본 적이 있습니다. (어느 블로거님의 포스팅이었던 것 같은데 말이죠) 그 글귀가 오늘따라 왜 이리 가슴아프게 되내어지는지 모르겠습니다.

어서 가족의 품으로 돌아오기를 간절한 마음으로 기도해 봅니다.  
잃고 나니, 그야 말로 '아차' 싶네요. 목걸이 이름표도 만들어 놓고서는 채우니 목이 너무 갑갑해 보인다며 이름표를 달아주지 않았는데 말입니다.

다시는 잃어버리지 않게, 놓치지 않게 이름표를 꼭 달아줘야 겠다는 다짐을 되내이며 어서 빨리 우리의 품으로 돌아오길 손꼽아 기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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