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명 헤어짐과 동시에 삭제한 번호다. 그런데 떡 하니 그리운 그녀의 사진과 그녀의 이름이 카카오톡의 '친구추천'에 뜬다. 즉, 상대방의 전화목록에, 그녀의 전화목록에 아직 내 번호가 남아 있다는 것이다.
여러 생각이 스쳐 지나간다. '뭐지? 그녀가 아직 나를 잊지 못한 건가? 왜 아직까지 내 번호를 전화번호목록에서 삭제하지 않고 저장해 놓고 있는 걸까?'
큰 결심을 한 듯, 심호흡을 하고 그녀에게 전화를 걸어 보려 한다. 이건 진정 마음이 통한 거다… 라며.
'띠리리.. 띠리리..'
"연결이 되지 않아 '삐'소리 후 소리샘으로 연결됩니다."
'전화가 꺼져 있는 건가?'
"얌마. 넌 밸도 없냐?"
"왜?"
"전화를 걸긴 왜 걸어. 너 버리고 딴 놈 좋다고 간 여자를 다시 만나고 싶냐?"
"하아…"
"그런데 그 멘트가 전화가 꺼져 있을 때 나오는 소리인가?"
"어머! 혹시 너 차단 당한 거 아니야?"
이미 헤어진지 오래인 여자친구이건만, 카카오톡에 '친구 추천'으로 떴다며 이런 저런 생각 끝에 과거 여자친구에게 용기를 내어 전화를 걸어 보았다는 말에 모두가 '뜨악'했습니다.
그녀는 왜 그의 전화번호를 지우지 않았을까?
옆에서 친구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보니 저 역시, 제 폰에 등록된 과거의 그 사람이 생각났습니다. 저도 과거 그 사람과 헤어진 지 몇 년이 지났지만 삭제하지 않고 그대로 두었네요.
정확히는 그 사람의 전화를 받지 않기 위해 수신거부 목록으로 등록해 둔 거고요.
어쩌면 제 폰에 있는 그 사람도 스마트폰을 이용하고 있고 카카오톡을 사용하고 있다면 제가 친구 추천 목록으로 떴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전 상대방을 스팸으로, 수신거부목록으로 추가해 뒀을지라도 일단 상대방의 폰에 전화번호가 저장되어 있으면 카카오톡에 '친구추천'으로 뜨니 말이죠.
"야. 너무 했다. 아무리 친구라지만 노골적으로 그렇게 말하면."
"에이, 친구니까 이렇게 노골적으로 말해주는 거지. 안 그래?"
이 놈의 카카오톡. (괜히 엄한데 화풀이;;)
스마트폰이 대중화 되고 나니 차라리 모르는 게 좋을 사실도 알게 되고, 알지 못했던 사실도 새롭게 알게 되네요.
이 날, 친구들과 머리를 맞대고 카카오톡을 차단하면 어떻게 뜨는지, 스팸등록하면 어떻게 뜨는지, 전화번호부에서 삭제하면 카카오톡에서도 바로 삭제 되는 지 등을 테스트해 봤습니다. 한참 테스트 하면서도 "우리 이거 대체 왜 하고 있는 거니?" 라는 말이 나오더군요. 그러면서 "빨리 해봐." 라고 재촉하는 우리들의 모습. 아이러니하게도.
한 때, 미니홈피에서 일촌을 끊으면 어떻게 되는지, 커플 다이어리는 어떻게 되는 건지도 테스트해보고, 메신저에서 차단당하면 어떻게 되는지, 내가 상대를 차단하면 상대에겐 어떻게 보이는지 등을 테스트 한 기억이 있습니다.
10대, 20대, 이제 곧 30대가 되는 우리들이건만 여전히 이런 테스트를 하고 있는 모습을 보며 새삼 '참 한결 같구나' 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래도. 혹시.'하는 기대감인 걸까요.
"이미 헤어졌는데도 이렇게 궁금해 하는 건, 집착일까. 그냥 단순 호기심일까."
"그러게나 말이다."
이별 후, 집착 혹은 호기심...
하지만 정작 이별한 상대방은 무관심일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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