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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기간 연애, 때로는 된장녀가 되는 센스가 필요해

 

연애 초기만 해도 남자친구가 먼저 근사한 레스토랑을 데려가 주기도 하고, 주말이면 제가 동물이나 꽃을 워낙 좋아하다 보니 동물원이나 식물원으로 데이트 코스를 안내해 주기도 했습니다. 남자친구와 함께 하는 그 모든 것들이 새롭고 즐거웠습니다.


그렇게 연애 초기엔 거의 매일 같이 남자친구의 손을 잡고 쫄래 쫄래 따라 나서선 어린 아이처럼 길에 핀 작은 꽃을 보고도 실실 웃었습니다. 꽃이 예뻐서가 아니라, 그저 남자친구와 함께 뭔가를 하고, 함께 본다는 것만으로 너무 행복하고 즐거웠습니다. 그건 지금도 마찬가지고요.

 

"와. 이게 뭐야?"
"널 위해 준비했어."
"우와! 멋지다. 고마워!"

 

남자친구와 커플이 된 이후 처음 맞는 제 생일날, 회사로 배달되어 온 장미꽃 한 아름에 입이 한껏 찢어져 남자친구에게 전화를 걸었습니다.

 

"퇴근 후엔 만나서 더 근사한 곳으로 데려가 줄게. 기대해도 좋아."
"우와! 정말? 이 꽃바구니만으로도 비쌀 텐데…"

 

연애 초기엔 남자친구가 지불하는 금전적인 액수에 대한 걱정이 20% 였다면, 남자친구가 건네줄 선물과 근사한 데이트 코스에 대한 기대감이 80%였습니다.

네. 연애초기엔 그랬는데 말이죠.


연애 초기, 기대감과 설렘이 많은 비중을 차지했건만 연애 기간이 길어질수록 점점 금전적인 문제로 옮겨가기 시작했습니다.

 

100일, 200일, 300일, 1주년, 2주년… 언제부턴가 더 이상 소소한 기념일은 챙기지 않게 되었습니다. 서로의 생일정도만 챙기고 말이죠.

그러다 남자친구가 제 손을 이끌고 간 곳은 근사한 레스토랑 겸 뷔페.

연애


1인당 기본 6만원 이상의 금액에 '헉'한데다 부가세 별도임을 확인하고… 입구에서부터 설왕설래 했습니다.

 

"여기 너무 비싸! 그리고 나 뷔페 와도 많이 먹지도 못 하는데… 알잖아… 더 싸고 맛있는 곳도 많은데, 거기다 여기 지금 저녁시간이라 비싸기만 비싸고… 여긴 부가세도 별도여서 청구 금액에서 10% 더 나와."

 

남자친구가 어떤 마음으로 이곳으로 저를 데리고 왔을지, 그 마음을 헤아리기도 전에 습관적으로 나온 '비싸!' 라는 그 말이 남자친구에게 얼마나 큰 비수가 되었을지 당시엔 짐작하지 못했습니다.

 

구구절절 남자친구를 위한답시고 제 입장만 내세웠습니다. 
내뱉고 나서야 '아차!' 싶었습니다.

 

"다른 사람들은 비싸고 좋은 곳만 찾는 여자친구 때문에 피곤하다고 하는데, 된장녀도 아니고 상전을 모시는 것도 아니고 정말 힘들다고… 그런데 넌 왜 반대야? 내가 사 주는 거잖아. 내가 사주는 건데도 싫어? 연애 초기엔 너 이런 곳 데리고 오면 좋아했었잖아."

 

남자친구의 이야기를 들으며 변한 제 모습에 움찔 했습니다.


네. 연애초기엔 남자친구가 건네는 선물의 액수에 따라, 식당의 음식에 따라 웃음의 크기가 달랐습니다. 하지만 이제는 남자친구가 어떤 선물을 해주고 어떤 곳에 데려가느냐에 고마운 마음을 갖기 보다는 '그래서, 데이트 비용이 얼마냐'를 더 확인하고 따지는 제 모습을 보곤 합니다.

 

'에이, 저런 비싼 곳을 왜 가? 싸고 좋은 곳도 많은데…'

 

남자친구 돈이건 내 돈이건 어디선가 뚝딱 떨어지는 것도 아니고, 실속 있게 데이트 비용을 아껴야 한다는 생각이 더 컸으니 말이죠. 그런 생각 때문에 남자친구가 먼저 나오길 기대했을 반응, '와! 오빠 멋져! 오빠 고마워! 오빠 짱! 역시 오빠가 최고야!'와 같은 반응은 나올래야 나올수가;;; 쿨럭;

 

"아; 오늘은 변명도 못하겠어. 오빠한테 싹싹 빌어야겠다. 너무 미안해."

 

알고 보니 그 날은 언제부턴가 세고 있지 않던 기념일이더군요. 남자친구는 모처럼 기념일을 맞아 근사한 곳으로 준비를 한 것인데 그 마음을 몰라주고 돈 걱정부터 한 것이더군요. 연애기간이 길어지면서 결혼을 한 것 마냥 알뜰 살뜰 돈 걱정부터 하게 되는 제 모습을 발견하곤 합니다.

 

연애결혼


분위기를 따지고, 큰 액수의 명품만 기대하는 여자를 칭하는 된장녀, 하지만 가끔은 제대로 된장녀가 되어
이런 저런 돈 걱정은 접어두고 남자친구가 해주는 대로 따르고, 오버액션에 여우주연상을 탈만큼의 남자친구의 기분을 맞춰 주는 것도 필요한 것 같습니다. 
 

"우와! 오빠 멋져! 역시, 우리 오빠가 최고야!" 라고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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