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의 마지막 끝자리가 되고 나니 이런 저런 생각이 많아지는 요즘입니다. 그러지 말아야지… 하면서 자연스레 남자친구에게 푸념을 늘어놓고 괜한 짜증과 투정을 부리고 있는 제 모습을 발견하곤 합니다. ㅠ_ㅠ (오빠, 미안…)
엊그제 TV프로그램 '황금어장'을 보니 유독 '서른'에 관한 이야기를 많이 하더라고요. 김광석의 '서른 즈음에' 노래와 함께 서른을 앞두고 있는 스물아홉이라는 나이가 가장 힘들었고, 생각이 가장 많았던 시기인 것 같다던 백지영과 공효진의 말이 너무 와 닿았습니다. 바로 엊그제가 스물이었는데, 그 스물이라는 나이를 훌쩍 지나 스물아홉이 되었건만 지금까지 내가 이루어놓은 건 뭔지, 자꾸만 되돌아 보게 되더라고요.
이런 저런 생각에 휩싸여 민감해 있는 찰라, 걸려온 전화. 다름 아닌 남자친구.
남자친구도 참 타이밍 절묘하게 맞춥니다. 축복받은 타이밍 -_-;;;
20대 끝자락에 있는, 이 복잡미묘한 감정을 고스란히 남자친구에게 전달했습니다. 남자친구에게 괜한 투정을 부리면서도 '그래. 딱 여기까지만.' 이라는 생각으로 멈추려 했지만, 결국 상황은 겉잡을 수 없는 흥분상태로 빠져들었습니다.
여기서 멈춰야 되는데...
딱히 남자친구가 잘못한 것도 없는데, 어쩌다 보니 괜히 남자친구에게 화풀이를 하고 있더라고요. 묵묵히 들어주던 남자친구의 반응도 점점 심상찮고. 이쯤에서 미안하다고 사과를 해야 할 것 같은데, 어떻게 사과해야 할 지. (정확히는 괜한 자존심 때문에 사과할 엄두가 나지 않고) 대뜸 "내가 심했지? 미안해." 라고 말하기엔 너무 멀리 온 것만 같고.
전화로는 표정을 알 수 없으니 아무 말이 없는 남자친구가 무섭기까지 합니다.
"…(지금 이 상황에서 저 말이 왜 나오는 거야? -_- 빠직)"
"아, 물론 그렇다고 네가 적이라는 말은 아니고, 일단 지금 네가 뭐 때문에 화가 났는지, 어떤 상태인지 알아야 내가 이 싸움에서 이길 수 있는데. 전화로 듣는 너의 목소리만으로는 정확히 네가 어떤 상태인지 잘 모르겠어."
"…(헐)…무슨 말이야?"
"싸우건 헤어지건 뭘 하건 간에 일단 만나. 일단 너의 상태를 봐야 내가 이 싸움에서 이길 거 아냐."
"이긴다고? (피식)"
전화로 다투다 말고 갑자기 옛말을 아냐며 지피지기백전불태, 백전백승을 언급하며 싸움의 흐름을 깨더니 이기기 위해선 직접 만나야겠다는 남자친구의 쌩뚱 맞은 대답에 웃음이 빵 터졌습니다.
실은 이 싸움에서 진짜 이기겠다는 뜻이 아니라, 이 싸움에서 저를 달래고 화해하는 것을 두고 이긴다고 표현을 한 것이더군요.
역시나 얼굴을 보고 나니 언제 그랬냐는 듯 스르르- 녹아 내립니다.
"여자가 서른 앞두고 나면 생각이 많아진다더니 정말 그런가 봐. 하필, 내가 이런 저런 생각에 한참 울적해 할 때 오빠가 전화를 한 거지. 아무튼, 미안해. 이번엔 내가 완전 잘못했어."
남자친구를 만나자 마자 쌓여 있던 서러움과 괜한 울적함을 토로하기 바빠졌습니다. 너무나도 미안하기도 했고요.
"전화로 싸우는 건 무효. 문자나 메신저로 싸우는 것도 무효. 일단, 무조건 얼굴 보고 하기. 극단적으로 설사 헤어지는 상황에 놓여지더라도 다른 걸로는 안돼. 무조건 얼굴 보고 말하기."
오랜만에 티격태격 다투고선 남자친구와 새끼손가락을 걸고 맹세를 했네요.
싸우건 지지고 볶건 무조건 얼굴 보고 이야기 하기!
종종 어린 아이처럼 징징 거리는 저에게 성숙한 모습으로 현명하게 대처하는 남자친구를 보니 무척이나 다행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둘 중 한 사람이라도 성숙해야 되지 않겠어요? ㅠ_ㅠ)
징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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