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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애 초기, 남친과 더 가까워진 결정적 계기



"남자친구랑 놀이공원 가 본 적 있어? 남자친구랑 놀이공원 가 봐. 요즘 무서운 놀이기구 많잖아."
"무서운 놀이기구? 자이로드롭 같은 거?"
"응. 그런 놀이기구 타면서 천상 여자 목소리로 '꺅!' 한 번 질러주고. 은근 살짝 안기기도 하고."
"아, 그런 건 정말 나랑 안 맞는다. -_-"


한 살 차이인 남자친구와 지금은 반말을 하고 있지만 지금으로부터 6년 전, 서로의 마음을 확인하고 데이트를 할 당시만 해도 전 남자친구에게 높임말과 반말을 섞어 썼습니다.
 
"응. 그랬어요." 와 같은;;; 식으로 말이죠. 그런 애매모호한 말투만큼이나 다소 어색한 데이트를 이어갔습니다.


그런 모습을 본 친구가 연인 사이인 만큼 좀 더 가까워 질 필요가 있다며 데이트 코스로 놀이공원을 강력 추천해 주더군요.


사람이 많이 모여 북적거리는 장소를 좋아하지 않지만 놀이기구를 타는 것은 상당히 좋아하다 보니 친구의 말대로 남자친구에게 놀이기구를 타며 여성스러움을 어필하는 것도 괜찮겠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무섭지 않은데 무서운 척 내질러야 하는 '꺅!' 이 좀 부담스럽기도 하지만 말이죠.

연애

꺄아아아아아악

 

"네가 놀이기구를 타고 무서운 척 '꺅' 지르면 남자친구가 지켜 주겠다며 살포시 안아주겠지? 뭐 그러면서 티격태격 장난도 치고. 그러다 보면 확실히 지금보단 좀 더 가까워 지고 편해지지 않을까?"


친구의 이야기에 용기를 얻어 남자친구에게 제안을 했습니다. 주말에 가까운 놀이공원을 가자고 말이죠.

"주말에 가고 싶은 곳 있어?"
"네. 이번 주말에 놀이공원 어때요?"
"놀이기구 잘 타?"
"음… (잘 탄다고 말해야 하나. 못 탄다고 말해야 하나.) 조금?"
"조금? 음... 나 사실 놀이공원 안 좋아하는데..."
"응? 왜?"
"음. 사람들도 많고..."


최대한 여성스러운 비명을 지를 준비를 하고 있었는데 이런… 남자친구가 놀이공원을 좋아하지 않는다고 하니 계획이 무산되기 일보직전이었습니다.

"아, 그래요? 단지 사람들이 많아서?"
"아, 사실은. 놀이기구 타는 걸 안 좋아해."
"놀이기구 전부 다요?"
"아니. 회전목마는 좋아."


큰 덩치와 어울리지 않는 '회전목마는 좋아' 라는 대답에 혼자 빵 터졌습니다.

연애

그럼 회전목마와 범버카만 타자는 합의 하에 놀이공원으로 향했습니다.

"우와. 저것 봐. 재밌겠다. 그쵸?"
"안 무서워? 보기만 해도 무섭네."
"응. 안 무서워요. 뭐가 무서워. 그래. 그럼 저건 놔두고 옆에 있는 바이킹 한 번만 타자. 응? 타자. 타자."
"ㅠ_ㅠ"
"이리와. 괜찮아. 내가 지켜줄게."
"에이. 그래도 그건 아니지. 그런 말은 남자인 내가 해야지."


애초 여성스러운 '꺅!'을 외치며 살포시 기대려고 했던 계획은 날아가 버렸지만 그 일을 계기로 남자친구의 의외의 모습을 발견하며 오히려 훨씬 더 가까워졌습니다.


놀이기구를 타면서 여성스러워 보여야 한다는 생각에 무서운 척을 연습하고 있었던 저와 반대로, 남성스러워 보여야 한다는 생각에 무서운데도 무섭지 않은 척 담담하게 행동하려 했던 남자친구.


6년 전 그때를 떠올리며 남자친구와 전 종종 웃곤 합니다. 당시엔 그만큼 서로에게 잘 보이고 싶었고 예뻐 보이고 싶고, 멋있어 보이고 싶었던 마음이 컸으니 말이죠. 놀이공원에서의 그 일을 계기로 서로에게 좀 더 진실된 모습으로 한 발짝 다가갔던 것 같습니다. 그러면서 더 가까워졌고요. 

만약 그 때, 끝까지 놀이기구를 타며 '무서운 척'하고 밥을 먹을 때 '깨작'거리고 '하하하'가 아닌 '호호호'로 여전히 웃고 있었더라면 어땠을까요?

연인 사이, 서로에게 진짜 가까워질 수 있는 시기는 서로에게 진실된 모습을 보여줄 수 있는 때부터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드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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