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쿨한 사랑보다 차라리 쿨하지 못해 찌질한 사랑이 더 좋다


"사랑해."
"응. 나도."
"왜 안 해줘?"
"뭘?"
"다음 멘트."
"아, 뭐였더라. 음… 나도 사랑해!"


남자친구와 종종 치는 유치한 장난.

분명 가까운 누군가가 봤을 땐,
"아, 유치해! 대체 왜 그러는 거야?" 라고 물을지도 모를… -.-

남자친구는 다음 멘트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남자친구의 "사랑해." 라는 말에 제가 해야 할 말은 "나도 사랑해." 라는 말이건만 무심한 듯 짧게 "나도!" 라고 툭 던지는 말에 어서 빨리 다음 말을 하라고 재촉합니다. (사랑해) 가 빠졌으니 말이죠.

남자친구와 데이트를 하고 헤어질 때나 통화를 하고 끊을 때면 이런 장난을 치곤 합니다. 연애 초반이 아닌, 6년이 훌쩍 넘었건만 여전히 이런 '사랑해' 라는 멘트 하나를 두고 장난을 칩니다.

"남자친구랑 대체 왜 아직까지 그런 장난을 치는 거야?"
"아직까지? 남자친구와 난 아직 6년 밖에 되지 않았어."
"너네 커플 대단해!"


지금의 남자친구를 만나기 전까지만 해도 주위 친구들을 통해, 그 외 직간접적 경험을 통해 이론적으로 '사랑'에 대해 '연애'에 대해 참 잘 안다고 자부했었던 것 같습니다. 남자에게 쉬워 보이면 안 된다며 '사랑해'라는 말을 금기시하고 여자가 먼저 연락하면 안 된다며 남자에게 연락 오지 않는 이상 먼저 연락하지 말고 기다려야 하며 약속을 하나 정하더라도 단번에 OK 하기 보다는 두 번 정도의 거절 후, OK를 외쳐야 한다며 말이죠.

하아…


돌이켜 생각하면 어쩜 그렇게도 계산적이었을까? 싶기도 합니다. 문자 한 번에 답문을 바로 하지 않기 위해 일부러 시간 텀을 두기도 하고 전화 벨 한 번에 받지 않기 위해 일부러 부재중 한 번 정도를 남긴 후에 "아, 전화했었죠? 미안해요." 를 말하기도 하며 말이죠.


솔직하지 못했기에 그 사랑이 끝난 후, 아쉬움도 미련도 참 많이 남았습니다.


사랑과 연애에 서툴수록 이런 계산을 많이 하는 것 같습니다. 쿨한 척 하기 위해 계산해서 사랑을 하는 것.
 


흔히들 밀고 당기기나 가식, 계산이 들어가지 않으면 사랑은 지속하기 힘들다고 생각하는 것 같습니다. 저도 지금의 남자친구를 만나기 전까진 그렇게 생각했었던 것이 사실이기도 하고요.

7년 전쯤, 지금의 남자친구의 대범(?)한 고백에 무척이나 놀랬습니다. 보통 '밀고 당기기'를 하듯 서로의 감정을 떠 본 후에야 고백을 하곤 하는데, 지금껏 만났던 남자와는 달리 남자친구는 제 감정을 떠보는 것도 전혀 없이 "너 나 어때? 난 너 좋은데, 우리 사귈까?" 라는 말을 하니, 그런 그의 모습에 어안이 벙벙했습니다.

"이 남자, 뭐지? 날 쉽게 보는 건가?" 라는 생각이 들기도 했지만 이내 "참 순진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난 아직 감정이 없는데…" 라는 저의 무덤덤한 반응에 이어지는 그의 행동, 말투 모든 것들이 말이죠. 누가 보면 '쿨하지 못하다' 못해 '찌질하다'라고 까지 말했을지도…


사랑을 머리로 계산하여 행하기 보다 처음부터 늘 한결같이 있는 그대로 보여주는 모습이 참 매력적이었습니다. 저도 그런 남자친구를 보고 배운 듯 하고요.


상대방이 조금이라도 '계산하고 있군'이라는 느낌을 받으면 상대방은 덩달아 계산하는 사랑을 할 수 밖에 없는 듯 합니다. 상대방 몰래 '밀고 당기기'를 한다고 해도 상대방이 그 사실을 '밀고 당기기'를 직감적으로 알게 되는 순간 '쌍방 밀기'가 되는 것도 금방이겠죠.

남자친구와 전 '계산'이나 '밀고 당기기'는 커녕 쿨하지 못해 찌질한 것 같기도 합니다. 하하;


남자친구와 6년 이상을 만나왔지만 아직 서로에 대해 잘 안다고 확신하지 않습니다. 남자친구는 저에 대해, 저도 남자친구에 대해서 말이죠. 이것이 바로 서로에게 찌질할 수 밖에 없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계산하지 말고 있는 그대로 보여주되, 대신 천천히 조금씩 자신의 매력을 보여주는 것이 좋은 것 같습니다.


전 계산하고 머리 쓰는 사랑보다 차라리 쿨하지 못해 찌질한 사랑이 오히려 더 좋습니다.


여러분께서는 어떤 사랑을 하고 싶은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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