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Home
  2. 나를 말하다/일상 속 소소한 이야기
  3. 오가는 욕설, 과연 누구를 위한 욕설인가?

오가는 욕설, 과연 누구를 위한 욕설인가?

하루에도 수많은 사람을 만나고 마주하지만, 언제부턴가 제가 원하든 원치 않든 접하게 되는 불편한 소리를 많이 듣게 됩니다. 솔직히 이에 대해 인지하지 못하고 있었는데, (주로 음악을 좋아하다 보니 귀에 항상 이어폰을 꽂고 있다 보니 말이죠 – 귀에 는 좋지 않을텐데;;) 어제는 모처럼 이어폰을 빼고 주위를 돌아보니 갑자기 귀가 확 뚫린 사람처럼 주위 소리가 잘 들리더군요.

아, 여기서 불편한 소리라 함은 욕설이라고나 할까요. 분명 그들은 저를 향해 내뱉는 욕이 아닙니다. 하지만 길을 가다가 혹은 버스 안에서 지하철에서 주고 받는 대화 속에 오가는 욕설이 좋게 들리지는 않습니다.

어제 집으로 가던 길, 지하철과 버스 안에서 제가 접한 불편한 말입니다. 여러분은 하루에 얼마나 많이 듣나요? ^^;

"너 그 X이랑 사귀려고 그러는 거 아냐?"
"야, 내가 미쳤냐? 내가 걔랑 왜 사겨"
"하하. XX 두고 보자. 한 달도 안 가서 만날걸."
"그 XX랑 그 X이랑도 사겼었잖아."
"누구누구?"

대충 대화는 이러합니다만, 제가 최대한 거르고 걸러 -_-;;; 포스팅 할 수준으로 수정해서 올립니다. 고등학생으로 보이는 두 남학생의 대화인데요. (교복을 입고 있었는데 중학생인지 고등학생인지 통 감이 오지 않습니다)

"이 자식들이!!!"

지하철에서 큰 소리로 이런 대화를 하는 것을 잠자코 보고 계시던 40대로 보이는 남성분이 "이 XX들은 여기가 자기네들 안방인줄 아냐? XX 입 다물어! 시끄러워!" 날카롭게 소리치시며 주의를 줬습니다만, 전 왜 그 상황에서 웃음이 나왔을까요? 주의를 받는 학생들도, 주의를 주는 어른도. 뭔가 닮은 것 같아 웃음이 나왔던 것 같습니다.

지하철에 이어 버스로 환승을 하고 집으로 가던 중엔 비가 추적추적 내려서 그런지 차가 막히자, 운전기사 아저씨께서 "아, 이런 날은 진짜!" 라고 외치시더니 운전대를 두드리며 혼잣말로 욕설을 마구 내뱉으셨습니다. 꽉 막힌 차도에서 운전대를 잡고 몇 분을 지체하며 서 있는 상황인지라 그 상황을 견디지 못하고 욕을 내뱉은 것 같은데, 운전석 바로 뒷자리 노인석엔 나이가 많으신 할머니도 앉아 계셨고, 학생들도 많이 타고 있었는데 괜히 제가 어찌할 바를 모르겠더군요.

솔직히 직장생활을 하면서도 욕설을 쉽게 접하곤 합니다. 제 생각엔 하나의 습관처럼 되어 버려서 본인이 의식하지도 못하는 사이 내뱉는 듯 합니다. 당사자는 인지하지 못하더라도 주위에서 원하든 원치 않든 들리기에 어쩔 수 없이 듣게 되는 사람들은 당연히 그러한 욕설이 오가는 상황 속에서 눈살을 찌푸리게 되죠.

평소엔 주위를 돌아보지 않고 제가 하는 것에만 집중 하다 보니 주위를 돌아보지 못했습니다만 저를 외부와 차단하고 있었던 이어폰을 귀에서 멀리하고 나니 들리는 불편한 소리들… 오랜만에 귓가에 들리던 음악을 멀리하고 세상의 소리를 들었는데 반가워야 할 세상의 소리가 썩 반갑지만은 않은 이유가 뭘까요?

집으로 돌아오던 길,

'이어폰을 다시 껴야겠다' 라는 생각이 듦과 동시에 묘하게 씁쓸해지는 기분을 느꼈습니다.

+ 덧) 비록 제게 직접 하는 욕설은 아니지만, 뭐 나름 욕을 많이 들었으니 저도 오래 살겠죠. (응? 결론이 뭐 이래)

SNS 공유하기
네이버밴드
카카오톡
페이스북
X(트위터)

최근글
인기글
이모티콘창 닫기
울음
안녕
감사
당황
피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