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he is so beautiful"
하악-
무려 영국에서 온 비달사순의 유명 최고 디자이너에게 받은 최고의 찬사였습니다. 더불어 컬러리스트로 오신 여성분 또한 인상적이었습니다.
처음으로 헤어모델이 되어 유명 디자이너에게 헤어 시술(응?)을 받았던 그 때 그 당시에 대한 이야기를 해 보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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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생활을 돌이켜 보면, 학업생활에 대한 기억보다도 여러 외부 활동과 아르바이트에 대한 기억이 지배적입니다. 실로 그러한 것이 집안의 가장이라는 책임감으로 인해 생활비이며 학비를 충당해야 했기에 어쩔 수 없는 저의 선택이었지만, 활동적인 성격이다 보니 그러한 소소한 활동들이 무척이나 즐겁고 행복했습니다.
교내 행정 인턴쉽 활동을 하며 여러 소소한 정보들을 누구보다 일찍 접할 수 있었는데, 그러던 중 헤어 모델을 해 보지 않겠느냐는 제의를 받게 되었습니다. 애초 예정되어 있던 헤어 모델이 일정에 착오가 생겨 당장 헤어 모델이 필요하다며 모델료도 지급한다고 이야기를 하시더군요. 더불어 당시 제 머리 길이가 허리보다 살짝 위에 올라오는 길이로 상당히 긴 생머리였는데 머리를 자르게 될 수도 있고 염색을 하게 될 수도 있다고 이야기 하셨습니다. (변신을 하고 싶은 마음이 들기도 했습니다. 염색이나 파마를 한번도 해 보지 않았으니 말이죠)
특히 지금 해외에서 비달사순 헤어 디자이너로 상당히 유명하신 분이라며 (네- 이름을 알려주셨는데, 시간이 흐르고 흘러 지금 다시 그 이름을 떠올리려니 힘듭니다) 저에게 소개해 주셨습니다.
일단 적어도 3개월 가량은 파마나 염색을 하지 않은 사람을 원한다는 이야기를 들어 그에 적합한 모델을 찾다 보니 평생교육원 내 인턴으로 일을 하고 있던 제가 눈에 띄었나 봅니다. (다시 돌이켜 봐도 그 날의 염색이 제 생애 최초의 염색이자 마지막 염색이네요)
"저 영어 못하는데요. 울렁증이 있어서."
"그냥 앉아 있기만 하면 돼."
"돈도 주나요?"
"그럼~ 모델료 줄거야. 많은 금액은 아니지만."
"아싸"
"유명 디자이너이시니까 예쁘게 해 주시겠지?"
당시 평생교육원 내 미용과정이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해당 강의실로 들어가니 수많은 평생교육원 수강생과 유명 디자이너 분인 파란 눈을 가진 남성분과 금발머리가 인상적인 여성분이 눈에 띄었습니다. 여성분이 컬러리스트이더군요.
전 강의실 앞쪽으로 자리를 잡아 앉았고, 수강생들은 수강생 각자가 따로 모델을 섭외하여(대다수가 본인의 딸이거나 잘 아는 이웃 딸이라고 하더군요) 앉아 있었습니다. 앞에서 디자이너와 컬러리스트가 제 머리로 시연을 보여주며 차근차근 순차적으로 그 과정을 공개하는 자리였던 것 같습니다. 그리고 수강생들은 앞의 과정을 보고 그대로 따라 하는 것이었죠.
그렇게 네 시간 가량, 아니 다섯 시간 가량을 저의 긴 생머리를 유명 헤어 디자이너에게 맡긴 채 거의 졸다시피 앉아 있었습니다.
순식간에 긴 생머리가 싹둑싹둑 잘려 나가더군요. 그 긴 생머리가 돌연 짧은 커트 머리가 되더군요. 헌데, 그 짧은 커트 머리가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커트 머리가 아니더군요. 반은 단발인데 반은 커트입니다. 한쪽이 길게 내려오니 눈 앞을 가리는 건 당연지사 구요.
좀처럼 감 잡을 수 없는 분위기 속에 제 머리가 어떻게 바뀔지 궁금하기만 했습니다. (예쁘겠다-의 희망이 아닌, 그저 궁금하다- 였죠) 마지막 헹굼이 끝나고 머리를 말리면서 드러나는 헤어 스타일과 색깔.
"헉"
겉으로 드러낼 수 없는 저의 외침이 제 마음속 깊은 곳에서부터 올라오고 있었습니다.
"이를 어째…"
그리곤 이내 들리는 디자이너의 멘트.
"She is so beautiful"
모두가 일제히 박수를 치며 개인의 작품과 디자이너가 완성한 제 헤어스타일을 비교하며 평가 하더군요. 네- 앞서 지드래곤을 떠올릴 법한(당시에는 지드래곤이 등장하기 전이었기 때문에- 7년 전이니 말이죠)그 황금빛 머리가 나았을지도 모르겠습니다.
반은 단발 보라색. 반은 커트 검정색.
순간 이 머리를 어떻게 해야 하나- 싶어 아찔해 지더군요.
당시 그 디자이너 분을 비롯하여 수강생이신 분들과 함께 찍은 사진이 모 유명 미용실에 걸려 있습니다. 당시의 사진을 저도 한 장 받았으면 좋았을 텐데 아쉽게도 제가 가지고 있는 사진은 한 장도 없네요.
그때의 그 잊지 못할 헤어스타일을 하고선 개인 사진을 남겨둘 생각을 왜 못했을까요.
비슷한 헤어를 검색하다 보니 이효리의 이 헤어스타일과 비슷하네요. 이 헤어스타일에서 반은 보라, 반은 검정입니다-
그 이후, 전 모델료로 5만원(끄응)을 수령했고, 그 헤어스타일과 그 색 그대로 열심히 캠퍼스를 누볐습니다.
모두의 시선을 집중 시켰던. 반 검정. 반 보라.
항상 차분한 긴 검정 생머리를 봐왔던 대학 친구들이 모두 깜짝 놀라며 '보라돌이'라는 애칭을 불러주었습니다. 더불어 헤어 스타일이 버섯 같다고 하여 중고등학생 이후로 '버섯'이라는 애칭이 생겼습니다.
네. 제 필명이기도 한 버섯공주는 그렇게 탄생했습니다. (공주는 뭐야?!) 네. 공주는 제 멋대로. (쿨럭)
더 정확히는 보라돌이 버섯. 시간이 흘러감에 따라 보라색의 색이 빠지면서 다시 노랭이 버섯으로 바뀌기도 했습니다. 교수님들도 모두가 까망, 노랑, 빨강의 염색 헤어만 보다가 뜬금없는 보라색 헤어를 보고 놀라셔서 제 이름을 거듭 물어보곤 하셨습니다. 교내 인턴쉽 활동을 하면서 여차저차 하여 이 헤어스타일을 갖게 되었다고 하니 '허허' 웃으시더군요.
헤어모델이라는 경험도 처음. 그렇게 특이한 헤어스타일을 해 본 것도 처음.
평생 잊지 못할 즐거운 추억입니다. ^^
당시엔 이상하다고 생각했던 그 헤어스타일이 지금 다시 돌이켜 생각해 보니 참 예뻤던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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