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가 몸이 부쩍 편찮아지신 이후로, 줄곧 가사일은 동생과 제가 맡아서 하고 있습니다.
요즘 들어 동생과 제가 자매 사이(무려 여섯살 차)임에도 불구하고 사뭇 다른 성향을 가진 것이 정말 다행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알록달록 화려한 것과 예쁘고 귀여운 것을 좋아하는 동생, 반대로 전 오히려 단색으로 심플하고 깔끔한 것을 좋아하죠. 동생은 계획을 하나하나 세우고 실천하는 것 보다 한번 하고자 했으면 생각하고 바로 실행해 버리는 스타일이라면 전 미리 계획을 하나하나 세우고 스케줄러에 메모하며 하나씩 하나씩 급한 것부터 해결해 나가려는 스타일입니다.
공부하는 스타일에서도 크게 차이가 납니다. 전 10시만 넘으면 누가 뭐랄 것도 없이 스르르 잠들어 버립니다. 커피를 다섯 잔을 마셔도 깊은 잠을 방해한다는 커피라 할지라도 저에겐 속수무책인가 봅니다. 누가 업어 가도 모르겠다- 라는 말이 딱 맞아 떨어지죠. 그래서 일까요. 시험기간마다 날새서 밤샘 공부하는 것 또한 제게 있어선 하나의 크나큰 고문입니다. 반대로 동생은 새벽 2시건, 새벽 3시건. 붙잡고 물고 늘어져 절대 졸지 않습니다. 날 새서 공부한다는 것. 정말 제 입장에선 대단하게만 느껴집니다.
이러한 동생과 저의 반대적인 성향은 가사일을 함에 있어서도 드러납니다.
아무리 밤 늦은 시각 퇴근을 하고 집에 들어가더라도 제가 책임지고 하는 것은 설거지입니다. 설거지나 청소는 따로 누가 시키지 않아도 알아서 척척 하는 스타일이죠. 하지만, 아무리 시켜도 절대 할 수 없는 것이 있습니다.
바로 '요리' 입니다. 제 나름, 절대 못해서 하지 않는 것은 아니라고 말합니다. 못해서 하지 않는 것이 아니라 하기 싫어서 하지 않는다고 말이죠. (이렇게 우깁니다)
동생은 인터넷으로 오늘은 어떤 요리를 만들어 볼까 직접 찾아 보기도 하며 장을 보며 어떤 식재료가 저렴한지 직접 눈으로 보고 꼼꼼하게 고릅니다. 우유 1L가 요즘 얼마인지 모르는 저와 어느 브랜드의 우유가 얼마 정도이며 이 정도 금액이면 괜찮은 금액이니 지불하고 구매해야겠다- 라는 판단을 할 수 있는 동생은 정말 어마어마한 차이죠.
그래서 가사일을 할 때, 동생은 요리를 하고 전 청소를 합니다. 동생은 청소보다 요리가 훨씬 재미있다고 외치는 반면, 전 요리보다 청소를 더 즐거워합니다. (저 이러다 결혼 못하면 어떡하죠?)
제 스스로가 생각해도 청소를 상당히 즐기면서 합니다. 뭔가 하나하나 정리되어 가는 과정을 보면서 뭔가 뿌듯함을 느낀다고나 할까요. 평소 메모하는 것을 좋아하고 정리하는 것을 좋아하는 스타일이 고스란히 청소를 하면서 묻어나는 것 같습니다. 반대로 동생은 요리를 하면서 기쁨을 느끼더군요. 맛있다고 하면 아주 좋아하는 그런 마음 말이죠. 이 간단한 유부초밥도 만들어서 먹으라고 하면 전 귀찮아서 "안해" "안먹어" 를 외칩니다. =.= 미리 준비해 둔 유부. 정말 맛있어 보이죠? 동생표 유부초밥 완성!
어렸을 땐 서로의 성향이 너무나도 달라 다투기도 했었는데 말입니다.
이렇게 서로가 어느 새 성인이 되어 지내다 보니 언제 그렇게 다퉜냐는 듯이 서로 이해하며 지내니 참 좋습니다. ^^
동생아, 사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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