컴퓨터를 정리하다 예전 사진 한 장이 눈에 띄더군요.
지금 봐도 새롭습니다.
음… 아마도 4년 전쯤의 일인 듯 합니다.
문정동 인근에 자취를 하고 있던 때인데요. 떡볶이와 순대를 잔뜩 사 들고는 기분이 업 되어 흥얼흥얼거리며 집으로 들어가려는데, 저희 집 앞 조그만 화단 앞에 고양이 한 마리가 얌전하게 앉아 화단 쪽으로 고개를 돌린 채 있더군요. (문정동 로데오거리를 아시나요? 그 쪽 인근의 골목길이랍니다)
길고양이인데 그렇게 얌전히 앉아 있는 모습이 너무 귀여워 조심스럽게 다가갔죠.
(당시 한 친구가 길고양이와 함께 찍은 사진을 보고 어떻게 길고양이가 피하지 않고 같이 사진을 찍을 수 있냐며, 놀라기도 했고 내심 어린 마음에 나도 길고양이와 사진 한번 찍어 보고 싶어- 라고 생각했는지도 모릅니다. 하하.)
보통 길에서 만나게 되는 길고양이는 낯선 사람이 다가오면 금새 자리를 피하기 마련인데 이렇게나 가까이 다가가 조심스럽게 폰을 꺼내어 촬영을 하는데도 피하질 않더군요.
“와- 귀엽다”
네. 그렇게 별 생각 없이 귀엽다를 외치고 있는 순간, 고양이가 고개를 돌렸습니다.
고양이가 고개를 돌리는 동시에 조그만 소리가 들리더군요.
“찍”
예상이 되나요?
찍…
찍…
찍…?!
그토록 귀엽다며 쳐다보고 있던 고양이의 입에는 생쥐 한 마리가 물려져 있었습니다. (덜덜덜) 너무나도 가까이에서 마주하고 있는데 순식간에 일어난 일이라 쭈그려 앉아 고양이를 보고 있다가 그대로 엉덩방아를 찧었습니다.
생쥐를 입에 그대로 문 채, 저의 눈을 아무렇지 않게 마주보고는 보란 듯이 꼬리를 살랑살랑거리며 유유히 걸어가더군요.
한낮에 벌어진 일이다 보니 웃으며 친구들에게 쪼르르- 조잘조잘 이야기 하며 풀긴 했지만, 한밤중에 그런 장면을 봤다면 왠지 모를 으스스함을 느꼈을지도 모릅니다.
새삼 컴퓨터를 정리하다 이 사진 한 장을 보니 다시금 그때의 일이 떠올라 헛웃음이 나옵니다. 일상 속 예상치 못한 소소한 일들이 왜 그리도 재미난 건지 모르겠습니다.
한 치 앞을 알 수 없는 사람의 일이기에, 때론 무섭고, 때론 힘들고, 때론 즐거운 게 아닌가 싶습니다.
오늘도 활짝 웃으며 무슨 일이 일어날지 두근거리며 길을 거닐어 봐야겠습니다. ^^
이렇게 소소하게 웃을 일이 많았으면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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