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근 시간이 늦어지기 시작하면서 아무래도 일찍 퇴근하여 운동하기엔 무리가 따를 것 같아 퇴근하고 집으로 가는 길에 세 정거장 전에 미리 내려 걸어가는 것을 실천하겠다고 글을 썼었습니다.
그 글을 쓰고 나서 지금까지 빠지지 않고 실천했네요. 제 자신을 칭찬해 주고 싶어집니다. 하하.
일단 길을 무작정 걷다 보면 힘들다는 생각이 들 수 있고, 되도록이면 빠른 템포의 발걸음을 유지하기 위해서 MP3나 핸드폰 DMB의 스테레오 라디오를 통해 음악을 들으며 걷습니다. 음악을 들으며 걷는다는 것, 여러모로 흥이나고 재미있더군요.
그렇게 빠른 발걸음을 유지하며 길을 걷다 평범한 한 길거리에서 소소한 재미난 것을 발견하였습니다.
이미 제 블로그에 자주 오신 분들은 아실지도 모르겠습니다만, 조그만 똑딱이 디카를 쓰고 있습니다. 하하. 마음 같아선 DSLR을 지르고 싶은 마음이 굴뚝 같은데 말입니다.
똑딱이 디카의 좋은 점은 아무래도 손쉽게 가방 속에 넣어 어디든지 가볍게 들고 다닐 수 있는 용이성이 아닌가 생각해 봅니다. 이 날도 너무 독특한 것을 발견하여 냉큼 가방속에 항시 준비하고 다니는 디카를 꺼내 찍었습니다. (저만 독특하다며 좋아하는 것일지도 모릅니다. 쿨럭;)
음악을 들으며 빠른 템포로 길을 걷다 보니 앞만 보고 걷게 되는데 문득 고개를 돌렸는데 맞은 편 횡단보도에 왠 인기척이 느껴져 무심코 쳐다보았는데 순간 놀랬습니다.
왠 여인의 형상을 지닌 동상이 서 있더군요.
횡단보도를 건너기 위해 자연스레 서 있는 모습. 거기다 다른 한손엔 핸드폰까지 들려져 있어 순간 움찔 했습니다.
당시 꽤 어두웠기에 제가 동상을 보고 놀란 것도 사실입니다만, 보시다시피 이 곳은 횡단보도 앞입니다. 착각하는 건 길을 걷던 사람만이 아닌 듯 합니다.
신호등 불이 파란불로 바뀌어도 건널 사람이 없는 순간이었습니다만, 당시 지나가던 차들이 저 여인 동상을 사람처럼 착각한 것인지는 모르겠습니다만 차 선에 잘 맞춰 멈춰 서는 모습을 보니 혹시 저 동상 때문인가... 라는 생각이 들더군요.
골목이 꽤 어두운데다 사람이 별로 오가지 않는 곳이다 보니 사고가 난다면 뺑소니 사고로 이어질 가능성도 무시할 수 없는 곳인데 저 여인 동상이 새삼 센.스.있.다. 싶더군요.
또 그렇게 길을 가다 보니 이번엔 왠 할아버지가 제 시선을 끕니다.
솔직히, 할아버지 보다 저 수박이 눈에 먼저 확- (역시, 먹을 것에 약해지는구나- 끄응)
한 손에는 수박이, 다른 한 손에는 꼬마 손녀로 보이는 여자 아이가 뭔가 투정부리고 떼 쓰는 것 같습니다.
"할아버지, 나 저거저거 사줘." "안돼. 이미 수박 샀잖아. 빨리 집에 가서 수박 먹자."
온화한 표정의 할아버지
누가 만든 건지, 정말 섬세하게 표현 한 듯 합니다. 옷의 주름이며 할아버지의 표정 하나하나가 살아 움직이는 듯 합니다. 저 미세한 주름까지 말이죠.
평소에는 지하철과 버스를 이용하며 지나쳐 왔을 가까운 동네 인근.
이러한 작품의 세계가 펼쳐져 있을 줄은 몰랐네요.
상쾌한 바람과 부쩍 서늘해진 날씨 덕분에 걷기에 너무나도 좋은.
고개를 올려 하늘을 보니 또 낯선 뭔가가 눈길을 끕니다.
등불을 한손에 들고, 한손에는 머리에 뭔가를 이고 걸어가는 여인이군요.
가로등을 고전적인 등화로 표현하는 센스!
음.
문득, 해님달님 전래 동화 속 호랑이를 마주하게 되는 어머니(할머니)의 모습도 호랑이를 만나기 전엔 흡사 저런 모습이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마저 듭니다.
"떡 하나 주면 안잡아 먹지"
평소 별 관심없이 지나쳐 오던 길인데 관심있게 눈여겨 보게 되니 뭔가 여러 의미가 담겨 있는 것들이 많은 것 같습니다.
의미 부여하기. 조그만 것 하나에도 의미를 부여하면 더욱 재미있고 새롭게 느껴지는 것 같습니다.
또 그런만큼 더욱 소중하게 느껴지기도 합니다.
이전 같음 걸어 갈 수 있는 거리도 그냥 버스 타자, 그냥 지하철 타자, 라는 마음으로 교통을 이용하다 보니 걸으면서 느낄 수 있는 아름다움을 놓치고 있었던 것 같습니다.
충분히 걸을 수 있는 거리는 가급적 가벼운 마음으로, 가벼운 발걸음으로 이용해야겠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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