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철을 타려고 기다리다 네 다섯명 정도의 남자 고등학생이 나누는 대화를 우연히 듣게 되었습니다.
"그러니까. 너 정말 희귀하다. 내 주위에도 네가 유일한 것 같다. 키스는 해 봤냐? 야, 사내 녀석이 쪽 팔리게. 내 여자친구라도 빌려줄까? 하하하."
"야, 그러다가 진이가 넘어가면 어떡하려고?"
"야, 야. 걱정 마. 절대 안 넘어가. 넘어가도 뭐, 여자가 어디 걔 하나뿐이냐?"
저게 정말 고등학생들의 대화가 맞는 건지, 그리고 저게 대체 무슨 말인가 싶은 생각에 그들의 대화를 경청 아닌 경청을 했습니다. -.- 처음엔 생각지 않게 우연히 듣게 된 것이지만 나중엔 고의로 더 귀를 기울여 들은 것 같네요. (엿듣기의 재미라고나 할까요; 쿨럭;)
일단, 요즘 고등학생들 사이에 연애 경험 없는 아이가 거의 없다는 극명한 표현에 놀라고, 자신의 여자친구를 빌려줄까- 라는 표현에 또 놀랬습니다.
여자친구가 물건도 아니고 친구 사이에 빌려주고 빌려 받는 사이면, 대체 어떻게 해석해야 할지.
더 가관이었던 것은 "내 여자친구를 빌려 줄 테니 키스 하는 법이라도 제대로 배워봐." 라는 말이었습니다.
"빌려줘?"
"빌려줘?"
"빌려줘?!"
처음엔 호기심에 귀를 더 기울였지만, 이야기를 듣고 나니 괜히 들었다- 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속이 울렁울렁... (그럴거면 애초에 듣지 말지 그랬니- )
이들이 나누는 대화 속의 '연애'는 '개인의 욕구를 채우기 위한 관계'로 밖에 느껴지지 않았습니다.
"적어도 나 정도는 돼야지."(적어도 나처럼 여러 여자를 품에 안아봐야지.)
그들의 대화 속 '연애'는 분명 제가 평소 사용하던 '연애'와 같은 단어임에도 그들의 대화를 듣고 나니 그 날 따라 유독 '연애' 라는 단어가 미워 보였습니다.
'이봐! 이봐! 그런 진정성이라곤 눈꼽만큼도 없는 욕구 채우기를 두고 '연애'라고 표현하지 말아 달라고!'
여러분이 생각하는 '연애'는 어떤 의미를 담고 있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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