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절친한 고향친구의 결혼소식을 들었습니다. 이번 주에 결혼한다고 하더군요. 고등학교 고 3시절, 한참 힘들었던 때에 서로 많이 의지하고 우정을 키워 나간 사이라 더욱 애틋함을 가지고 있는 사이이기도 합니다.
"예전에 내가 소개해 줬던 고향 친구 기억나?"
"응. 너의 가장 절친이라는 그 친구?"
"응. 이번에 결혼한대."
"아, 그래? 축하해 주러 가야겠네."
남자친구에게 고향 친구의 결혼소식을 알리고 제 친구의 결혼을 축하해 주기 위해 함께 고향에 다녀오기로 약속했습니다.
이미 제 가족은 모두 서울에 있는 터라 고향으로 간다 해도 고향 친구들 외에 가족이 있진 않습니다. 오로지 친구 결혼을 축하하기 위해 고향으로 가기로 한 거죠. 그렇다 보니 결혼만을 축하해 주고 바로 올라오기엔 아쉬울 것 같아 제가 졸업한 고등학교를 보여주기로 약속 했습니다.
"응. 너의 가장 절친이라는 그 친구?"
"응. 이번에 결혼한대."
"아, 그래? 축하해 주러 가야겠네."
종종 서로의 학창시절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곤 합니다. 여고를 졸업한 저와 남고를 졸업한 남자친구.
남자친구가 대학생일 당시 만났기에 서로의 대학교가 어디인지도 잘 알고 대학생활을 어떻게 보냈는지는 너무나도 잘 아는 터라, 학창시절이라고 해도 대학생일 당시에 대한 이야기 보다는 서로의 고등학교나 중학교 재학 당시의 모습을 더 궁금해 하고 호기심을 갖는 것 같습니다.
더불어 한번도 교복을 입은 서로의 모습을 본 적이 없는 터라 어땠을지 상상하게 되더군요.
"그럼 이번에 고향에 가면 내가 졸업한 고등학교 데리고 가 줄게."
"하하. 그래. 근데 거기 볼 게 있어? 거긴 시골이잖아."
"아냐. 시골… 아니야."
"에이. 서울이랑은 다르잖아."
"그래도! 시골 아니야."
괜히 고향에 대한 애착이 있어 시골 아니라고 빠득빠득 우기면서도 자꾸만 피식 피식 터져 나오는 웃음.
"하하. 그래. 근데 거기 볼 게 있어? 거긴 시골이잖아."
"아냐. 시골… 아니야."
"에이. 서울이랑은 다르잖아."
"그래도! 시골 아니야."
"우리 학교에 컴퓨터랑 프로젝터 TV있었어."
"응. 우리도. 에어컨은 있었어?"
"그럼. 당연하지. 그럼 오빠네 고등학교에 강당 따로 있었어?"
"그럼. 미술실, 음악실, 멀티미디어실, 체육 강당도 따로 있어."
"응. 우리도 있었어. 그리고 급식소도 따로 있었고, 급식소에 엘리베이터도 있었어."
"엘리베이터?"
"아, 사람 타는 엘리베이터 말고 음식 옮길 수 있는 조그만 엘리베이터."
"하하. 아, 그거? 우리도 있었어."
"음. 우린 도서관이랑 독서실도 나누어져 있어."
"응? 그래? 아, 맞다! 우린 지하 주차장도 있었어."
"지하 주차장? 고등학교에? 헉!"
갑자기 유치하게 시작된 서로의 고등학교 자랑. +_+
"응. 우리도. 에어컨은 있었어?"
"그럼. 당연하지. 그럼 오빠네 고등학교에 강당 따로 있었어?"
"그럼. 미술실, 음악실, 멀티미디어실, 체육 강당도 따로 있어."
"응. 우리도 있었어. 그리고 급식소도 따로 있었고, 급식소에 엘리베이터도 있었어."
"엘리베이터?"
"아, 사람 타는 엘리베이터 말고 음식 옮길 수 있는 조그만 엘리베이터."
"하하. 아, 그거? 우리도 있었어."
"음. 우린 도서관이랑 독서실도 나누어져 있어."
"응? 그래? 아, 맞다! 우린 지하 주차장도 있었어."
"지하 주차장? 고등학교에? 헉!"
끝내 남자친구의 '지하 주차장'에 굴복하고 말았지만 서로의 학교가 어땠는지, 학교에서 어떤 생활을 했는지 상상하며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너무 재미있더군요. 그러고 보니 제가 졸업한 고등학교 외에는 다른 고등학교를 구석구석 누벼 본 적이 없습니다. 수능을 치르던 날 수험장소로 지정된 다른 고등학교를 딱 한 번 들어가 본 게 처음이었네요.
그렇게 한번도 보지 못한 서로의 교복을 입은 모습. 졸업을 하며 교복을 버린 것이 그렇게 아쉬울 수가 없습니다.
그리고 학생일 땐 이해하지 못했던 선생님의 말씀이 자꾸만 생각납니다.
"지금의 순수한 너희들의 모습이 정말 아름답다. 너희는 어서 빨리 고등학교를 졸업해 예쁘게 화장하고 옷차림도 세련되게 꾸미고 싶을지 모르겠지만, 화장기 없이 순수하고 단정하게 교복을 입고 있는 지금의 너희들의 모습이 무척이나 예뻐 보인다."
돌이켜 생각해 보면 정말 선생님의 말씀처럼 화장기 없이 단정하게 교복을 입고 있던 학생의 신분의 그 때가 무척이나 예뻤던 것 같습니다. 계속 아쉬움이 남는 것은 그런 예쁜 모습을 남자친구에게 보여줄 수 없다는 사실 때문인가 봅니다.
+ 덧)
"처음엔 할 말이 많았는데 어느 정도 만나다 보니 딱히 할 말이 없어. 전공도 다르고, 회사에서 일하는 분야도 달라. 이야기 해 보니 좋아하는 것도 다르고. 그래서 요즘엔 만나면 어떤 이야기를 해야 할 지 모르겠어."
"현재의 그녀를 보면서 과거의 그녀가 궁금하지 않아? 미래의 그녀의 모습은? 꼭 반드시 현재의 시점에서만 이야기꺼리를 찾을 필요는 없잖아. 학창시절의 그녀는 어땠는지, 하루하루 어떤 꿈을 그리며 살아가는지 이야기를 나눠도 충분히 이야기꺼리는 많을 것 같은데?"
"처음엔 할 말이 많았는데 어느 정도 만나다 보니 딱히 할 말이 없어. 전공도 다르고, 회사에서 일하는 분야도 달라. 이야기 해 보니 좋아하는 것도 다르고. 그래서 요즘엔 만나면 어떤 이야기를 해야 할 지 모르겠어."
"현재의 그녀를 보면서 과거의 그녀가 궁금하지 않아? 미래의 그녀의 모습은? 꼭 반드시 현재의 시점에서만 이야기꺼리를 찾을 필요는 없잖아. 학창시절의 그녀는 어땠는지, 하루하루 어떤 꿈을 그리며 살아가는지 이야기를 나눠도 충분히 이야기꺼리는 많을 것 같은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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