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해 발렌타인데이가 되면 이런 저런 다양한 에피소드가 많이 생각납니다. 그 중,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6년 전, 남자친구에게 제가 고백한 그 날이 아닐까 싶습니다.
캬. 6년 전, 그때만 해도 나름 20대 초반의 한참 예쁠 나이인데 +_+
어쩌다 이 나이가 ㅠ_ㅠ 흑흑.
전 항상 남자친구에게 '오빠가 먼저 고백했잖아!'를 외치고 남자친구는 저에게 '너가 고백해서 사귄 거잖아!'를 외칩니다. 뭐 둘 다 맞는 말이긴 한데 말이죠.
남자는 다 바람둥이야. 제 아무리 좋다 좋다 해도 한순간 변하는 게 남자야. 영원한 사랑 따윈 개나 주라고 해! 내 아버지가 그러했고, 이전 남자들이 그러했어! 연애를 왜 해? 결혼을 왜 해?
다소 격한 표현입니다만 정말 그 당시엔 그러했습니다.
[남자는 사랑하는 여자가 있어도 다른 새로운 여자가 눈에 들어오면 틀림없이 바람을 피운다] 라는 제 나름의 명제를 세우고선 그 명제가 참이라고 생각하고 행동했습니다. 그리고 적당히 제가 상처 받지 않는 선까지만 허용하고 그 선 이상으로 넘어오려고 하면 철저하게 밀어내었습니다.
몇 개월에 걸친 남자친구의 몇 번의 고백. 그리고 몇 번의 거절. 남자친구에게 호감이 없었던 것은 아니었음에도 다소 냉랭하게 굴었던 이유는 상처 받기 싫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발렌타인데이.
자꾸만 눈에 들어오는 남자친구의 모습. 남자친구의 고백에 번번이 퇴짜를 놓던 저였건만 그날은 괜한 용기가 생겨 제가 먼저 다가가 '나도 오빠를 좋아하지만 상처 받는 건 싫다'는 솔직한 제 마음을 고백했습니다.
그렇게 이기적인 고백으로 시작된 남자친구와의 연애. 불안해 하는 저와 달리 한결 같은 남자친구. 하지만 좀처럼 부정적인 선입견에서 헤어나오지 못하고 있었습니다. 서로에게 마음을 열고 다가가면서 신뢰를 쌓아가야 하는데 제가 좀처럼 마음을 열지 못하고 상처 받을까봐 무서워 막아서기 바빴으니 말이죠. '난 절대 상처 받지 않을 거야!' 라는 제 마음가짐이 문제였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남자친구가 사뭇 진지하게 본인이 가장 아프고 힘들었던 때의 이야기를 자연스럽게 꺼내더군요. 그러다 보니 자연스레 저도 제 과거에 힘들었던 경험을 털어놓기 시작했고 그러면서 남자에 대한 다소 부정적인 생각을 갖게 된 계기도 이야기 하게 되었습니다.
이야기를 가만히 듣고 있던 남자친구는 위로의 말과 함께 다소 단호한 말을 내뱉었습니다.
알아가고 신뢰를 쌓아가는 방법으로 먼저 서로가 살아온 과거의 발자취를 알아가는 것이 좋은 것 같습니다. 상대방이 살아온 과거를 이해하게 되면 현재의 상대방이 왜 그런 생각을 가지고 있고 왜 그러한 행동을 하는지 이해하는데 도움이 되니 말이죠.
"저 남자 뭔가 사고 방식이 특이해. 완전 웃긴 남자야."
매해 발렌타인데이가 되면 남자친구와 전 누가 먼저 고백을 했느냐를 두고 이야기를 하곤 합니다.
"아냐. 그래도 사귀게 된 건 네가 고백해서 사귄 거니까 네가 고백한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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