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모임에서 명품 가방에 명품 옷을 입고 다니는 한 여자를 두고 여자며 남자며 그녀를 두고 '잘난 척 하는 여자' 라며 비아냥거렸습니다.
"몰랐어? 저 여자 아버지, 대기업 CEO잖아."
"정말? 잘난 부모님 덕에 호의호식 하는 거구나."
늘 생글거리며 밝게 웃는 모습을 보고도 '어려운 일 한번 겪은 적 없이 곱게 자랐으니 저렇게 생글거리는 거겠지' 라며 웃는 모습을 보고도 비아냥거리기 일쑤였습니다. 나이에 맞지 않게 스커트를 즐겨 입는다며 40대에 접어든 여자가 조신하지 못하게 뭐 하는 짓이냐며 손가락질하는 어른들도 있었고 복에 겨워 상황 파악 못하고 행동하니 한심하다고 이야기 하기도 했습니다.
모처럼 그 모임이 먼 곳으로 MT를 가게 되어 나이 성별 상관없이 편안하게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할 수 있는 자리가 마련되었습니다. 약간의 취기도 올라오다 보니 그 동안 품고 있었던 그 여자를 향한 속마음을 털어 놓기에 이르렀습니다.
"솔직히 댁이 그렇게 행동하는 거, 얄미워! 댁은 부모 잘 만나서 어려움 없이 곱게 자란데다 남편도 돈 잘 버니 아무렇지 않게 명품 가방에 사치를 부리고 다니는 거겠지."
어떤 말에도 늘 생글거리며 웃던 여자분이 잠시 표정이 흔들리는 듯싶더니 입을 열었습니다.
"명품 가방 2-3개 정도 들고 다니고, 가끔 명품 옷을 입는다는. 단지 그 이유 때문에 나를 비난하는 건지 그것부터 묻고 싶어요."
잠시 멈칫거리더니 말을 이었습니다.
[분명 어렸을 적부터 넉넉한 환경에서 자라 어려움 없이 자란 것은 맞지만 대학교를 졸업한 후, 사랑하는 남편을 만나 자신이 지금의 위치에 오기까지 부모님의 도움을 받은 바 없다. 나와 정 반대의 환경에서 자라온 남자라는 이유만으로 내 남편을 우리 가족 어느 누구도 떳떳한 사위로 받아 들이지 않았고 전혀 도움을 주지 않았다. 남편과 내가 힘겹게 모은 돈으로 결혼했고, 월셋방에서 시작하여 지금까지 왔다. 남들은 나의 부모님, 나의 뒷배경을 부러워했지만 난 그런 부모님을 원망했었다. 부모라면 자식을 아끼는 마음에서 없는 돈도 모아 자식의 앞날을 걱정하며 내어놓는 것이 부모라고 하건만 정작 부모님은 그리 넉넉하심에도 불구하고, 한번쯤 도움을 주실 법 한데도 절대 도움을 주지 않았으니. 그런데 이 사실을 모르는 이들은 나의 뒷배경만 보고서 당연히 부모의 도움을 받아 이 자리에 왔을 거라 추측한다. 무슨 이유에서 그들은 나의 겉모습만 보고서, 나의 뒷배경만 보고서 나의 삶조차 비아냥거리며 이야기 하는지 이해할 수가 없다. 난 사랑하는 남편과 정말 힘든 시간을 함께 겪으며 이 자리까지 왔다. 누구보다 부지런히 움직였으며 누구보다 열심히 살아왔다.]
겉으로만 드러난 화려한 모습에 시샘을 가지고 비판이 아닌 비난을 일삼으며 마녀사냥을 즐기는 이들이 많아지고 있는 듯 합니다. 요즘 이슈성 기사로 뜨는 내용들을 보면 하나 같이 마녀사냥을 하는 것 같은 느낌이 듭니다.
문득, 현실 가장 가까운 곳에서 조차 그런 마녀사냥이 일어나고 있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합리적 '비판'이 아닌 그저 단순히 시샘과 질투로 시작된 '비난'은 그 끝을 모르고 계속되는 듯 합니다.
그 자리에서 모두가 함께 그녀의 이야기를 듣고 일순간 모두가 숙연해졌음에도 불구하고 그녀를 향한 비난은 끝나지 않았습니다. 누군가가 잘 되는 모습을 보고 박수치고 축하한다고 격려해주는 모습보다는 '흥. 요즘 저 애 잘 나가네' '치. 그래 봤자 뭐. 얼마나 가겠어.' '저 애가 뭐길래. 내가 훨씬 나아.' 와 같은 삐딱한 시선으로 바라보고 있지는 않나요?
어렸을 적, 제가 꿈꿔 오던 어른의 모습이 있습니다. '어른들은 왜 저래?' 라는 의구심을 품으며 '내가 어른이 되면 절대 저러지 않을 거야' 라고 생각했던 적도 있습니다.
그런데 어째서인지 자꾸만 제가 꿈꿔 오던 어른의 모습이 아닌, 돈에 눈이 먼, 승부욕에 눈이 먼, 경쟁심에 부들거리고 있는 제 모습을 보곤 합니다. 제가 어렸을 적 어린 마음으로 '저게 어른이야? 어른이 되면 원래 저래?' 라며 손가락질 하던 그 모습으로 가고 있는 것 만 같아 두렵습니다.
부정적이기 보다 긍정적인 사람이 되고 싶고, '비난'을 일삼는 사람이기 보다는 '비판'을 품을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 문득, 저도 모르게 정확히 알지도 못하면서 비난을 일삼고 있는 모습을 느껴 제 자신을 되돌아 보며 끄적여 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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