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연애를 하면서 단 한번도 군대에 남자친구를 보낸 경험이 없습니다. +_+ 지금 제가 무척이나 사랑하는 남자친구 또한 군대에 다녀온 후, 만났으니 말이죠.
"흐흐. 아마 못 기다렸을걸?"
"헉! 역시!"
"에이, 농담이야! 지금도 1주일 동안 못 본다고 생각해도 아찔한데 2년을 어떻게 기다리지? 정말 엉엉 울어버릴거야!"
군대에 보낸 남자친구를 기다리는 여자친구. 2년 가까이 한결 같은 마음으로 남자친구만을 바라보는 해바라기 여자친구.
대학생 시절, 곁에서 그런 친구들을 보면서 정말 대단하다고 엄지를 치켜 세우곤 했습니다. 그리고 실제 가장 가까운 절친 중 남자친구가 전역할 때까지 뒷바라지를 하며 기다린 친구가 있습니다. 출처 : 고무신카페 : cafe.naver.com/komusincafe
'남자친구 생겨서 좋겠다!' 라는 주위의 부러움을 받은지 3개월 남짓 지나 군대에 간 남자친구로 인해 친구는 1주일 정도를 거의 눈물로 지새는 듯 했습니다. 솔직히 저나 가까운 친구들 눈 앞에서 우는 것을 본 것만 1주일 남짓이고, 아마 저나 친구들 눈에 띄지 않게 숨어 운 시간까지 꼽으면 1주일 어쩌면 그 이상일지도 모른다는 생각도 듭니다. 그렇게 눈물이 마르기도 전에 군대에 갈 남자친구를 위해 이것저것 꼼꼼하게 준비하고 챙겨주는가 싶더니, 곧 군대에 간 남자친구를 위해 곰신카페에 가입해서는 요긴하고 다양한 정보를 교류하고 남자친구를 위해 편지며 선물 공세를 하더군요.
이 친구에겐 알파문고와 같은 대형 문구점에 가서 각종 다양한 펜과 종이를 사는 게 취미가 되어 버린지 오래였습니다. 전역하니 돌변한 남자친구
"이 색이 예뻐? 아님, 이 색이 예뻐? 남자친구는 파란색을 좋아하긴 하는데..."
편지지를 매번 사서 보내는 것도 별로였던지, 직접 종이를 이것저것 사서 자신의 스타일대로 만들어 편지지를 뚝딱뚝딱 만드는가 하면 색색깔의 펜으로 알록달록 편지를 쓰곤 했습니다. '축복받은 펜' 이라며 자기 암시를 거는가 하면 그 펜으로 학업생활도 정말 열심히 했습니다. 커피숍에 들어가 홀로 앉아 운치 있게 이런저런 편지를 쓰기도 하고 책을 읽고 좋은 구절이 있으면 틈틈이 편지에 써주기도 하며 말이죠.
또한 남자친구에게 더 예뻐진 모습을 보이고 싶다며 2년 동안 다이어트를 한다고 하더니 정말 나날이 예뻐지는 친구를 볼 수 있었습니다. (피부도 나날이 고와지더군요) 그러면서 자연스레 주위 남자들의 접근 또한 많아졌습니다. 하지만 그 와중에도 흔들림 없는 그 친구가 너무나도 대단해 보이기만 했습니다.
"힘들면 그냥 지금 너에게 손 내미는 그 사람에게로 가! 외로움도 많이 타는 애가... 힘들지 않아?" 라며 오히려 주위 친구들이 곰신으로 힘들게 기다리기를 포기하고 그냥 다가오는 더 괜찮은 남자의 손을 잡으라고 설득 했던 것 같습니다.
그래도 그 친구는 좀처럼 흔들리지 않더군요. 그러다 가끔 남자친구가 휴가를 받아 나오게 될 때면, '나 때문에 힘들지? 기다리게 해서 미안해' 라고 이야기 하는 남자친구를 두고도 묵묵히 안아만 줄 뿐 그에 대한 상응하는 말을 절대 하지 않았습니다.
덩달아 '미안해' 라고 말 할 수 있는 상황에서 조차 미안하다는 말을 하지 않아 그 이유를 물으니 오히려 그 말로 인해 아파하고 힘들어하는 사람은 남자친구일거라며 어떠한 이유에서건 '미안해' 라는 말을 먼저 꺼내는 순간, 군대에 묶여 있는 남자친구 입장에서는 헤어짐에 대한 암시로 받아 들이게 될지도 모른다고 이야기 하더군요.
이렇게 서로를 아껴주고 위해주던 둘도 없는 커플. 해피엔딩으로 결론이 나면 좋겠지만, 현실은 또 다르더군요.
그렇게 지고지순하게 기다린 제 친구는 전역한 남자친구에게 버림을 받았습니다. -_-;;
그 이야기를 듣고서 얼마나 충격을 먹었는지 모릅니다. 후덜덜.
"어떻게 고무신 거꾸로 신는 게 아니라 군화를 거꾸로 신을 수가 있냐?"
전역 후에도 그 커플이 오래오래 잘 사귀었다면 이 포스팅이 보다 더 알콩달콩 포스팅이 될 수 있을텐데 안타깝게도 말이죠. ㅠ_ㅠ
그럼에도 제가 이 사연을 포스팅 하는 이유는, 이런 상황에서 보통 "아, 여자가 안됐다. 그렇게 남자를 2년간 기다렸는데 버림 받다니..." 와 같은 말을 하게 될 텐데 이 여자친구의 주위 어느 누구도 그런 말을 내뱉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그 남자 참 안됐다. 그렇게 2년간 기다려 준 멋진 여자친구를 버리다니..." 와 같은 말이 더 많이 들렸습니다.
왜일까요? 이 친구는 2년간 단순히 남자만 바라 보며 시간을 허비하지 않았습니다.
남자친구에게 편지를 쓴다며 산 여러 색깔의 펜과 종이, 노트로 편지를 쓰기도 하고 또 그 펜과 노트로 더 신나게 학업에 임했고 그렇게 학업 성적을 관리한 덕분에 오히려 남자친구가 군대 가기 전 보다 더 높은 학점으로 장학금을 받았습니다. 그리고 남자친구에게 더 예쁜 모습을 보여줄 생각을 하며 자신의 외면과 내면을 가꾸는데 힘을 썼습니다. 2년간, 자신의 외면과 내면을 가꾸며 남자친구를 기다린 거죠.
그리고 실제 그런 모습을 가까이에서 봐오던 주위 선배나 후배들이 전역한 남자친구와 헤어졌다는 소식을 접하자 마자 주위에 정말 괜찮은 사람이 있다며 서로 소개팅을 시켜 주겠다고 하더군요. 정말 누가 봐도 괜찮은 여자! 라는 것을 공식적으로 인증한 셈이라고나 할까요.
분명 많이 힘들고 속이 상할텐데도 괜찮다고, 2년간 지키고자 했던 사랑에는 실패했을지 몰라도 2년간 주위 유혹과 자신과의 싸움에서는 이겼다며 앞으로 어떤 새로운 사랑이 오거나 다른 일을 겪어도 더 잘해낼 자신이 있다던 그 친구의 말에 무척이나 감동을 받았습니다.
군대 간 남자친구를 두고 '이 사랑이 과연 지속될까? 2년 후에도 지금과 같을까?' 라며 당장 닥치지도 않은 상황을 생각하고 고민하며 망설이기 보다 이 친구처럼 지금 당장 자신에게 주어진 상황에서 자신이 할 수 있는 최선의 행동을 택하고 행동하는 것. 그 친구를 통해 배울만한 점은 그 점이 아닐까 싶습니다.
전 남자친구를 군대에 보낸 경험이 없어 그 친구가 기다린 2년간의 시간을 감히 상상할 수 없습니다. 하지만, 절대 쉽지 않은 기다림이고 이 친구가 말한대로 자기 자신과의 싸움이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그런 길고 지루한 싸움 속에 자신의 내면과 외면을 가꿀 수 있는 사람. 정말 멋지지 않나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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