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들과 정말 오랜만에 명동에 나서 이리저리 쇼핑을 하다가 급하게 속이 좋지 않아 화장실에 들어갔습니다. 별 생각 없이 "어! 화장실이다!" 하고선 냉큼 들어섰는데 뭔가 심상찮은 기운이 파밧!
"헉! 설마!"
순간 너무나도 당황해서 뛰쳐 나와서 다시 보니 남자 화장실이더군요. 오랜만인 것 같습니다. 층별로 남자 화장실, 여자 화장실로 나뉘어져 있는 건물은…
직접 체험하고 싶으시다면 명동 눈스퀘어를 찾아가면 층별로 나뉘어진 화장실을 보실 수 있습니다. -_-;;;
너무 얼굴이 화끈거려서 여자 화장실로 가기 위해 다시 한 층으로 올라가려고 하는데 뒤이어 나오던 한 남학생이 "당연히 실수겠지" 라며 뒤에서 다른 남학생과 이야기를 나누더군요. 괜히 저 혼자 찔려서는 저를 두고 하는 말이 아닐 수도 있음에도 '진짜 실수로 들어간건데...' 라는 생각을 하며 도망치듯이 반대 방향으로 냉큼 뛰었네요.
기다리고 있던 친구를 만나 이 이야기를 들려주니 "만약 남자가 여자 화장실에 들어갔다면 어땠을까?" 라고 되묻더군요.
그러고 보니 제가 남자 화장실에 들어갔을 때, 무의식적으로여자 화장실에 들어선 것 마냥 자연스럽게 성큼성큼 들어섰는데 어느 분 하나 소리를 지르거나 놀라지 않더군요. 그저 무덤덤하게 바라보는 모습에 제가 더 놀라 뛰쳐 나온 상황이었죠.
친구의 말을 듣고서 곰곰이 생각해 보니 여자가 남자 화장실에 들어가면 '실수' 라고 자연스레 받아 들이는 반면, 여자 화장실에 남자가 그렇게 들어서는 모습을 보면 아마 쉽사리 '실수' 라고 단정짓지는 못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어린 학생부터 젊은 아가씨, 나이가 좀 많으신 아주머니까지 모두 "꺅!" 하고 소리 지르지 않았을까- 혹은 너무 당황해서 뭐라 말을 잇지 못하지 않았을까- 라며 말이죠.
제가 나온 이후, "당연히 실수겠지" 라고 이야기 하는 남학생들처럼 반응 할지, 어쩌면 그보다는 "저런 변태! 고의일거야!" 라고 말하진 않을지, 괜히 이런저런 생각을 하게 되더군요.
뭐 별 다른 심오한 내용이 있는 글은 아닙니다. 하하. ^^;
그저 이 날 있었던 에피소드를 돌이켜 생각해 보니 다소 동일한 상황임에도 남자가 억울한 상황이 연출될 수도 있겠구나- 싶어 끄적여 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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