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적으로 슬픈 영화를 상당히 싫어한다. 이유인즉, 영화 속 인물의 지나친 감정이입으로 인해 내 감정을 스스로 추스르지 못하기 때문이다. 친구가 무척이나 보고 싶어했던 지라, 처음엔 별로 내키지 않는 상태에서 이 영화를 접했다. 감히 지금까지 본 멜로 영화 중 가장 따뜻한 감성으로 와 닿았던 영화라 말하고 싶다. 가을과 상당히 잘 어울리는 영화라 생각한다. (이미 겨울이 온 듯 하지만)
TV를 통해 해당 영화에 대한 줄거리를 어느 정도 접했기 때문에 다소 지루할 수 있을 것 같다고 생각하며 영화를 봤다. 헌데, 시간이 지남에 따라 눈을 뗄 수 없을 만큼 영화 속으로 빠져들고 있었다. 중간, 중간 남몰래 눈물을 훔쳐 내느라 상당히 힘들었다. 함께 영화를 본 친구 또한 영화를 보고 나오며 코 끝이 시뻘개져서 나왔다. (역시, 감정 절제가 쉽지 않다)
"그렇게 그 영화가 슬펐나요?" 라는 질문에 "아뇨- 너무 아름다워서 눈물이 나왔습니다" 라고 대답해 주고 싶었다. 정말 그러했다. 생각해 보면 결코 슬프기만 한 엔딩을 맞이하는 것도 아니다. 그저 두 사람의 모습이 너무나도 아름다워서, 그들의 사랑이 너무나도 눈부셔서 눈물이 난 거다. 그 애틋함 때문에…
남자친구와 함께 봤더라면 더 좋았겠다- 라는 생각도 든다.
남녀간의 사랑, 잔잔하게 그려내는 두 사람의 사랑이 더욱 애틋하게 느껴지는 건 분명, 남자주인공인 헨리(에릭 바나)가 시간여행자(본인의 의지와 무관하게 시간 여행을 한다)이기 때문에 사랑하는 아내와 오랜 시간을 함께 할 수 없어 그러한 것도 사실이지만 두 사람의 사랑의 깊이가 깊은 만큼 그대로 보는 이에게 전달이 되기 때문은 아닐까- 하고 생각해 본다.
"아저씨, 결혼했어요?"
"응. 결혼했지"
"…흐응…난 아저씨가 나랑 결혼할 줄 알았는데!"
과거로 시간여행을 온 헨리에게 어린 클레어가 외친다. 심술이 가득 나선 토라져 씩씩거리는 클레어를 향해 싱긋 미소를 지어 보이는 헨리가 그렇게 멋있을 수가 없다. ('사랑하는 클레어, 미래에 난 너와 결혼한단다' 라고 말하고 싶었을지도 모른다)
서로 결혼을 하여 알콩달콩 살아가지만 번번히 두 사람 사이의 아기가 유산 하면서 클레어는 점차 힘들어 한다. 남들에겐 평범한 그 일이 왜 자신에겐 이토록 힘이 든 것인지 알 수 없다고 외친다. 그런 클레어를 번번히 옆에서 위로하는 것 밖에 할 수 없는 현실이 힘들어 헨리는 사랑하는 아내와 한 마디 상의 없이 독단적으로 결정을 내리고 정관 수술을 한다. 그러한 결정을 아내인 클레어와 상의하지 않고 했다는 것에 클레어가 크게 상심한다.
이 부분에서 난 정말 두 사람이 끝나는 줄 알았다. 역시, 사랑이라는 게 쉽지 않구나- 하며 말이다. 헌데, 그런 클레어가 임신을 한다. 어떻게?! (이미 감은 잡았겠지만, 영화로 직접 보시길) "난 바람 피운 게 아니야!" 라며 싱긋 웃는 클레어가 너무나도 귀엽다.
영화는 그렇게 큰 반전 없이 잔잔하게 흘러 간다. (굳이 반전을 꼽자면, 마지막 클레어의 대사에서 숨겨진 사실이 아닐까-) 잔잔하게 그렇게 흘러가지만 결코 지루하지 않았다. 오히려 후반으로 갈수록 더욱 긴장하며 본 듯 하다. 그럴 만도 한 것이 중반쯤 등장하는 미래에서 온 헨리가 총에 맞은 채 쓰러져 나타나기 때문이다.
만약 나라면, 남편이 머지 않아 죽는 그러한 두려운 미래의 모습을 보고 난 후, 예전처럼 그를 깊이 있게 사랑할 수 있을까. 아무렇지 않게 그렇게 두려워하지 않으며 그를 사랑할 수 있을까. 그런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클레어는 그러한 미래를 두려워하지 않는다.
영화는 알게 모르게 나에게 메시지를 던져주고 있는 듯 했다.
"당신, 지금 사랑한다면, 과거를 의심하지 말고, 미래를 두려워하지 말고, 지금 그렇게 있는 그대로 오롯이 사랑하라"
그렇게 말이다. 모처럼 마음이 따뜻해지고 사랑하고픈 영화를 본 듯 하다. 영화를 보고 나오며 새삼스레 자꾸 남자친구의 얼굴이 아른거려 남자친구를 애타게 불렀다. 연인과 함께 보기에 더 없이 좋은 영화다.
I wouldn't change one second of our life togeth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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