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만난 고향 남자 후배의 모습에 깜짝 놀랐습니다. 이전의 퉁퉁했던 모습은 어디로 가고, 호리호리한 훈남이 되어 나타났더군요. +_+ 으흥.

"와! 너 뭐야!"

가까운 사이가 아니라면 제일 먼저 '비법이 뭐에요?' 라고 물었겠지만, 가까운 사이이다 보니 '무슨 일 있니?'라고 먼저 묻게 되더군요. 거의 10년 가까이 봐왔던 퉁퉁했던 모습이 6개월 남짓 못 본 사이 확 바뀌어져 있으니 말이죠.

"여자친구와 헤어졌어요. 하하하."


웃으며 여자친구와 헤어졌어요- 라고 말을 하지만 후배의 표정은 전혀 웃고 있지 않더군요. 얼굴을 보지 못한 사이, 많은 일이 있었더군요. 처음엔 여자친구와 헤어졌다는 말에 이별을 감당하기 힘들어서 살이 절로 빠진 줄 알았습니다. (역시 살은 절로 빠지는게 아니더군요 -.- 쿨럭;)

주위에서 '너 살만 빼면 완전 훈남이라니까!'를 외칠 때에도 꿈쩍 않던 후배인데 10kg 가량을 3개월 만에 뺀 결정적 계기.

그 이유가 뭔지 더욱 궁금해 졌습니다.

"오빠, 나랑 결혼할 마음 있어?"
"갑자기 결혼 이야기는 왜 꺼내? 당연한 걸 묻고 그래."
"그럼, 오빠. 술 좀 줄이고 담배 끊으면 안돼?"
"안돼. 네가 사회생활을 안 해봐서 잘 모르나 본데 술과 담배 빼면 사회생활 제대로 못해."
"그럼, 담배만이라도 나 봐서 끊으면 안돼?"
"다 널 위해서 그러는 거야. 나 혼자 잘되려고 이러냐? 나도 술 끊고, 담배 끊고 싶어. 다 널 위해서 그런 거야."


처음엔 귀기울여 듣지 않았던 '술을 줄여라. 담배를 끊어라.' 와 같은 여자친구의 잔소리가 언제부턴가 더 크게 들렸고, 더 자주 들렸다고 합니다. (아마, 처음엔 콩깍지로 그런 잔소리도 달콤하게 들렸겠죠.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날카롭게 들렸을지도.)

후배는 자신의 입장에서 '술과 담배는 사회생활을 하면서 필수불가결한 것이다.' 라고 주장했다고 합니다.


그 때문에 많이 다투기도 하고요.
 

"그래서 헤어진 이유가 네가 담배를 안 끊어서 그런 거야?"
"나중에 그러더라고요. 자기 어머니처럼 살고 싶지 않다고. 난 별 것 아니라고 생각했는데. 여자친구 입장에선 여자친구 아버지가 폐암으로 장기간 수술하고 입원하는 모습을 가까이에서 본 사람이라 느끼는 게 다른가 봐요."


이야기를 들어 보니 여자친구의 잔소리… 가 아니더군요. 여자친구의 진심 어린 걱정… 이었습니다. 술과 담배로 인해 폐암 선고를 받고도 술과 담배를 쉽사리 놓지 않았다는 그녀의 아버지.

아마도 그녀에겐 '술'과 '담배'가 보통 사람들이 생각하는 '몸에 나쁜 것' 이상의 큰 의미로 다가오지 않았을까 싶어요. 어느 누구보다 직접적으로 가까이에서 겪어 본 사람일 테니 말이죠.

처음엔 '왜 좀 더 여친이 후배의 변화를 기다려주지 못했을까-' '그래도 사랑하면 좀 더 믿고 기다릴 수 있지 않았을까-' 라는 생각이 들었지만 곰곰이 생각할수록 그 여자친구의 심정이 이해가 되었습니다.

후배는 헤어지고 나서야 그녀의 소중함을 깨닫고 그녀를 돌아오게 하기 위해 담배와 술을 끊었다고 합니다. 그리고 담배와 술을 대신해 집중할 뭔가를 찾다 보니 운동을 시작하게 되었다고 하더군요. 덕분에 자연스레 체중도 확연히 줄었고 건강을 되찾았죠.


"늦게라도 나의 변한 모습을 보면 돌아올 줄 알았죠. 그럴 줄 알았죠. 그런데…"


자신이 헤이지기 전, 조금 더 일찍 노력하는 모습을 보였더라면 결과는 다르지 않았을까라는 아쉬움이 남는다는 후배.

 

소중한 것이 가까이에 있을 때는 그 소중함을 잘 느끼지 못합니다. 잃고 나서야 늘 깨닫죠. 후배 역시, 소중한 것(여자친구)을 잃고 나서야, 또 다른 소중한 것(건강)을 얻었네요.

잃기 전에 그 소중함을 알 수 있다면 좋을텐데 말이죠... 참, 어렵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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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섯공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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